[월요논단] 책임성 있는 대책을 바라며

2020.03.30 16:11:34

이미 여러 차례 언론 보도로 알려졌듯,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여파가 계속됨에 따라 교육부는 세 번째 개학 연기를 결정했다. 기간은 4월 6일까지로 기존의 개학 예정일이었던 3월 23일보다 2주 더 연기된 것이다. 연기 결정 자체에 반대 의견을 낼 생각은 없다. 학습권 이전에 건강권이 우선이라는 국민적 공감대에 필자 또한 동의한다. 다만 꼭 짚고 넘어가고자 하는 부분이 있다면 개학 연기를 결정하기까지의 의사결정 과정이다.
 

기약 없는 연기에 지친 교단

 

한 달이 조금 안 되는 기간 6학년 학생들과 함께한 미술 수업 하나가 떠올랐다. 조형 요소를 가르치면서 원근의 예시라며 보여줬던 터널을 통과하는 철로 사진 한 장. 그때 사용했던 소실점이라는 용어. 1점 투시를 가르치고 배우면서 학생들은 생소한 용어에 관해 물었고, 필자는 "이 사진에서 철로가 사라지는 듯 보이는 지점이 소실점이다, 영어로는 배니싱 포인트, 우리나라에서는 소실점이라고 부른다"고 말해줬었다.

 

지금까지 지나온 3주가 딱 소실점을 보며 걷는 느낌이었다. 끝이 있을 거라고 믿고 철로를 걷다 보면, 내가 애초에 봤던 그 소실점은 다시 도망가고 추가로 연장된 철로를 걷게 되는 것과 같았다. 기약 없이 걸어가는 그 과정에서 교사들을 비롯한 학교 구성원들은 많이도 지쳤다. 피로감이 찾아왔고, 반목도 발생했다. 오해와 갈등의 소실점의 끝에 도착할 기미는 지금까지도 보이지 않는다.

 

이유를 찾기로 했다. 지금 이 상황에 대한 해결은 고사하더라도, 적어도 스스로 납득할 만한 논리가 필요했다. 왜 이렇게 우왕좌왕할까.

 

우리 교육계에는 ‘책임’을 질 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없었다기보다, 책임 있게 믿고 따르라고 다독거리며 길을 제시하는 사람이 없었다. 교육부는 적절한 지침을 하달해야 함에도 ‘이거다!’ 싶은 지시 하나 내리지 않았다. 각 시·도교육감은 중구난방으로 ‘실적’을 요구했다. 최소한 뭐라도 하려는 모양새가 필요했던 것 같다. 그들이 바라는 건 해결이라기보다 면피에 가까웠다. 훗날 오늘을 술회할 때, ‘난 그래도 가만있진 않았어’라는 면죄부가 필요했던 걸까. 일부 교육감들은 지금의 재난 상황을 본인 인기몰이에 활용하려는 모습마저 보였다. 차라리 가만히라도 있었으면 나지 않았을 부스럼을 마구 긁고 있었다.

 

이런저런 삽질 속에 지쳐간 것은 교사를 비롯한 일선의 교육 인력과 학생, 학부모였다. 지난주 필자의 동료는 개학하더라도 가정체험학습으로 돌리면 등교를 시키지 않아도 되냐는 학부모 민원 전화를 15통 정도 받았다고 했다. 딱히 응대할만한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고 했다. 참고로 동료의 학급 전체 학생 수는 18명이다.

 

명확한 계획을 세웠으면

 

이제 다시 벌었던 2주의 시간도 흘러가고 있다. 그리고 그 뒤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3월 23일까지 개학을 연기하기로 했던 날도 미래를 알 수 없었던 것처럼, 오늘도 미래는 알 수 없다. 적어도 책임은 져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명확한 계획 없이 인스턴트식 대책을 쏟아낸 탓이다. 개학 연기 결정이든, 개학 후 방역 대책이든, 뭔가 방향을 제대로 잡고 명확한 계획을 세웠으면 한다. 코로나19 앞에서 한국 교육이 방황하는 사춘기 학생 같아 보이는 것은 단지 기분 탓일까.

정경봉 경북도교육청 교사 jus@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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