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일반환자 ‘골든타임’ 또 넘길 뻔

2020.04.13 07:58:40

한밤중 맹장염 증상 대학생
열 높아 응급실 거부당해
14시간 3곳 돌다 겨우 수술
“당시 귀가결정 회상하면 아찔…”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제대로 조치 받지 못하고 짧은 생을 마감한 고(故) 정유엽 군의 사례가 또 나올 뻔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경북 경산에 거주하는 대학생 노모 씨는 1개월 전 맹장염에 걸리고도 열 증상으로 인해 제 때 수술 받지 못할 뻔 했던 아찔한 기억을 떠올렸다. 지난달 11일 오후 우측 아랫배에 통증이 느껴지는 등 맹장염 증세가 의심돼 10시 30분 쯤 지역 병원 응급실을 급히 찾았다.
 

하지만 체온이 정상범위를 넘어선 섭씨 38도 정도로 나타나 출입을 거부당했다. 다음 날 선별진료소를 이용해야 한다는 말만 돌아왔다. 
 

통증이 지속됨에 따라 조금이라도 빠르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급히 24시간 운영 선별진료소를 찾아본 결과 대구에 3곳이 있어 그 중 하나인 경북대병원으로 향했다. 
 

그 과정에서 응급차 이용도 거부됐다. 택시를 타고 대구 경북대병원 24시간 선별진료소를 갔지만 녹록치 않았다. 선별진료소는 1, 2차로 나눠진 데다 아무리 심한 증상의 환자 대부분이 1차에서 걸러져 귀가하는 상황이었다.
 

마침 확진자가 발생돼 4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는 소식에 마음의 고통까지 찾아왔다. 또 다른 병원을 알아보니 코로나19 감염 환자와 함께 진료를 볼 수도 있다는 말에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고 경북대병원에서 기다렸다.
 

대기 시간이 2시간 정도 단축돼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1차 검사를 받았지만, 2차 검사로 넘어가기까지 또 1시간여를 기다려야 했다. 통증과 함께 3월의 새벽추위와도 싸워야 했다. 결국 오전 7시쯤 코로나19 음성이 밝혀지고 CT촬영 결과도 나와 수술 결정이 떨어졌다. 그러나 수술은 경북대병원에서 불가, 협력병원으로 옮겨서 해야 했다.
 

협력병원은 5분 정도 거리로 멀지 않았지만 아픈 몸을 이끌고 또 이동하기란 쉽지 않았다. 자리를 옮겨 다시 검사한 후 오후 1시쯤 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첫 병원 응급실 도착 이후 총 14시간이 소요됐다. 수술을 받은 노씨는 건강한 몸으로 회복 중이다.
 

몸은 점차 나아지고 있음에도 정신적 고통은 여전하다. 열 때문에 고통 속에서 10여 시간을 속절없이 보낸 그 때를 떠올리면 아찔하기만 하다.
 

노씨는 “조금 일찍 서둘러 다행이었을 뿐, 병이 더 진전된 상황에서 14시간이었다면 꽤 위태로운 상황까지 갈 수 있었다”며 “만일 귀가했다가 다음 날 움직여서 그 때부터 10여 시간을 기다렸다면 자칫 복막염으로 진행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몸서리쳤다.
 

생명공학을 전공하는 대학 4학년 노씨는 전 학기 성적 장학금을 받고 있는 학생이었다. 유망한 인재를 어이없게 잃을 뻔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유명을 달리한 17세 고3 학생 고 정유엽 군의 사례가 떠오르는 장면이다. 공교롭게도 노씨는 정 군의 친형과 친구사이다. 발병 시기도 거의 비슷했다.
 

노씨는 “유엽이 소식을 듣고 너무 안타깝고 슬펐다”며 “유엽이, 그리고 나와 같은 피해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돌아보는 학생사고 안전망

 

250여명의 안타까운 고교생 희생자를 낸 세월호 6주기를 앞두고 또 다시 학생 사고가 이어지자 사회 안전망 강화에 대한 논의가 더욱 심도 깊게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제대로 치료 한 번 받지 못하고 짧은 생을 마친 정 군, 그리고 자칫 큰 병으로 번질 뻔했던 노씨 등과 관련된 ‘전국적 감염병 사태 때 일반환자 진료’ 대책이 시급하다는 반응이다.
 

열은 아이들에게 나는 경우가 많아 자칫 학생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많은 만큼, 이는 학생안전 관련 사안으로 포함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환자에 매몰된 탓에 더욱 중병을 얻었음에도 골든타임을 놓쳐 세상을 등진 정 군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법 제정, 그리고 사태의 책임소재를 가려 제대로 된 보상책을 마련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게 교육계 의견이다.
 

정 군 유족은 “침몰을 앞두고도 ‘가만히 있으라’고 하다 대부분 승객을 희생시킨 세월호 사건과 다를 것이 없다”며 “제2, 제3의 정유엽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한병규 기자 bk23@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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