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침체 된 지역에 희망의 불 지피고파”

2020.08.05 16:25:17

<학교탐방 톡톡> 예술교육의 산실 ‘경기 안양예고’

역사와 전통의 ‘연암예술제’ 개최
뮤지컬·전시·발표회 등 축제의 장
코로나도 학생들 열정 막지 못해
“희망과 용기로 함께 웃고 싶어요”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공공장소에서 애정행각 금지! 큰소리로 노래 부르기 금지! 괴상한 패션도 금지!” 

 

일명 정숙 법령이 내려진 한 마을. 우울하기만 한 이곳에 어느 날 가죽점퍼에 통기타를 둘러맨 남자 채드가 찾아온다. 음악과 춤, 사랑을 전파하는 그는 경쾌한 사랑의 노래로 점차 마을 사람들의 마음속에 내재 돼 있던 사랑과 음악에 대한 열정을 깨우는데…. 
 

뮤지컬 ‘올슉업(All Shook Up)’의 줄거리다. 작품 속 마을 배경은 코로나19로 침체 돼 있는 우리 사회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마스크가 신체 일부가 돼 버린 우리의 얼굴, 몸속으로 퍼져만 가는 무기력 바이러스,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고픈 간절함…. “장기간 지속된 코로나에 지친 마을 어르신과 학부모님들께 신나는 노래와 춤으로 희망의 불을 지펴드리고 싶어 ‘올슉업’이라는 공연을 선택했다”는 학생들의 진심이 더 따뜻하게 와 닿는다.
 

지난달 23일 경기 안양예고의 오랜 전통인 ‘연암예술제’ 개막식이 열렸다. 개막식 직후 연극영화과 학생들이 선보인 ‘올슉업’은 ‘C’mon Everybody’, ‘Can’t Help Falling in Love’, ‘Burning Love’ 등 엘비스 프레슬리의 명곡 24곡으로 구성된 주크박스 형식의 뮤지컬이다. 온 힘을 다해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에서 침체 된 사회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학생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제37회를 맞은 예술제의 올해 주제는 ‘희망과 용기로, 함께 웃고 싶어요’다. 지난달 6월 24일 문예창작과의 ‘눈·시·울전’을 시작으로 지난달 23~24일 연극영화과의 뮤지컬 ‘올슉업’, 29일 음악과의 ‘Music Concert One’에 이어 이달 7~12일 미술과의 ‘미술전시회’와 27일 무용과의 무용발표회를 끝으로 막을 내릴 예정이다. 
 

연암예술제는 1982년 연암학원의 인가와 동시에 안양영화예술고가 개교하면서 학생들의 각 전공별 발표회, 실기발표 능력 기회 제공 등을 목표로 시작됐다. 학교는 오랜 전통과 역사를 토대로 발전하면서 단순한 학교행사에 국한하지 않고 교내에서 교외로 장소를 옮겨 연암예술제를 매년 개최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로 예술제 개최 여부조차 불확실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제를 개최할 수 있었던 건 학생들의 의지 덕분이었다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황영남 교장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여건임에도 예술고로서 지역사회에 힘이 돼야 한다는 일념으로 올해도 꼭 예술제를 개최해야만 한다는 학생들의 의지가 남달리 강했다”며 “지역사회에, 그리고 가족들과 시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는 데에 사명감을 갖고 올해 초부터 몇 개월 간 지도교사들과 함께 공연과 전시회 준비에 모든 열정과 땀을 쏟았다”고 귀띔했다.
 

학교는 안전을 위해 올해 연암예술제 개최 전제로 장소를 교내 연암홀로만 제한하고 발열 측정과 손 소독, 발열 검사 서식지 작성을 비롯해 주중에는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주말에만 한정해 지인을 초대하는 방식으로 개최 방침을 정했다.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 김재우 교사는 “생활 속 거리두기를 위해 초청 관람 인원을 축소한 것일 뿐, 연암예술제를 포기할 수 없는 학생들의 의욕과 다짐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강하고 간절했다”며 “침체된 사회 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학생 개개인이 지닌 재능을 지역사회에 기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공감대를 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연극영화과의 뮤지컬 공연 총감독을 맡은 안형민 부장 교사는 “예전에도 수차례 학생들과 뮤지컬 공연을 해왔지만, 이번처럼 마스크를 쓰고 노래를 부르고 대사를 하면서 본 무대에 올라가기 위해 애썼던 적은 없었다”면서 “그 힘든 과정 속에서도 관객들과 함께하기 위해 힘을 내고 많은 땀을 흘린 학생들에게 감사하다”고 밝혔다. 
 

나탈리 역할을 맡은 오시후(2학년) 양은 “연암예술제는 학교에 다니는 동안 실제 공연을 경험해보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인데, 올해는 개최할 수 없을까봐 사실 많이 걱정했다”며 “2월에 중단됐다가 5월에 다시 시작해 짧은 연습 기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침울한 주변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친구들의 열정 덕분에 열심히 준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문예창작과 학생들의 ‘눈·시·울전’을 주관한 박성광 부장은 “매년 예술제에 맞춰 다양한 주제의 글들이 등장했었는데 코로나19 때문인지 유독 올해는 친구, 사회 등 ‘우리’를 생각하게 하는 소재들이 특히 많이 나왔다”며 “학생들이 나보다 ‘우리’를 생각하는 마음을 확인할 수 있어서 어느 해보다 더 따뜻한 울림이 느껴졌다”고 평가했다. ‘눈·시·울전’에서는 그동안 문예창작과 학생들이 전공 시간에 익혀온 기예를 토대로 자작한 시와 소설, 수필 등이 발표됐다. 
 

황영남 교장은 “우리 학교는 연암예술제 외에도 안양 지역사회의 공동 발전을 위해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예술교육을 제공하는 ‘재능계발 영재학급’ 운영은 물론 학생들에게 다양한 장학금을 제공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이 예술적 소양을 바탕으로 사회 다방면의 분야에 진출할 수 있도록 관심과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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