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최근 선발된 서울시교육청의 ‘에듀테크 선도교사’에 대해 관내 교사들의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선도’의 개념과 맞지 않는 저 경력 교사들이 다수 뽑혔기 때문이다. 이는 시교육청이 선발과정에서 그동안의 활동경험보다 지원동기와 계획을 더욱 높게 평가한데다 배점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아 발생됐다.
시교육청이 명단을 발표한 지 한 달 정도가 지났음에도 교사들의 불만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100명 모집에 800명 가까이 지원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인 이번 선도교사 선발에 대해 ‘불공정했다’는 교원들의 부정적 반응이 지속되는 것이다.
1년 간 80만원의 연구비가 지원되는 선도교사 선발 결과 에듀테크 실적이 많은 교사보다 상대적으로 저 경력 교사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이런 문제는 심사 배점에서 비롯됐다. 시교육청은 이번 선도교사 선발에서 ‘원격수업 및 에듀테크 활용 경험(A)’과 ‘지원 동기 및 활동 계획(B)’을 작성하도록 하고 문항에 대한 배점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선발 후 공개된 심사기준을 살펴보면 A문항은 10점에 불과한 반면, B문항은 90점이었다.
실제 원격수업과 에듀테크 활용 경험이 어떤가에 대한 기준보다 원격수업 내실화에 대한 계획과 소프트웨어·인공지능 등 미래교육에 대해 효과적으로 기술한 부분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비상식적인 배점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배점이 심사 전에 공개되지 않은 것이다. 이로 인해 시교육청이 입맛대로 뽑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담당자는 “선발 이전부터 남을 이끈다기보다 남보다 먼저 경험해보는 동아리 개념으로 정해놨고, 이 때문에 실적보다 비전을 더 높게 평가하려고 기획했다”며 “너무나 많은 인원이 지원한 것은 예상치 못한 결과였고, 그로 인해 훌륭하신 경력의 분들이 다수 떨어진 것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는 견강부회라는 반응이 나온다. ‘선도’라는 말은 남을 이끈다는 뜻이지 남보다 먼저 해본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선도교사라는 말을 쓰지 말고 연구지원자와 같은 명칭을 사용해야 했다는 지적이다. 지원인원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해명 역시 졸속진행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선도교사에 지원했다는 한 교사는 “나름 에듀테크 분야에서 이름 있는 분들은 물론 일정연수 강의하는 분들도 떨어진 반면, 관련 연수 1~2개 정도 받은 초보 교사들이 붙었다”면서 “실적보다 동기를 더욱 높게 평가했다는 건 선도교사 선발이 아니라 연구지원자를 뽑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배점도 문제지만, 이 같은 기준이 나중에 나온 것도 문제다. 이처럼 비상식적인 선발계획에 대해 장학관과 과장 등 결재권자가 거르지 못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