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혁신학교 신규 지정에 있어 학부모와 지역주민의 반대에 부딪히는 현상이 매년 확산되고 있다. 마치 혐오시설 건립을 반대하는 ‘님비(Not In My Yard)현상’처럼 비춰지는 현실이다.
물론 님비현상은 혁신학교 기피현상과는 매우 다르다. 공익을 위해 필요한 시설이지만‘집값 하락’ 등 이유로 내 지역만은 안 된다는 집단이기심의 표출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혁신학교 지정을 반대하는 지역은 교육열이 강한 학부모들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때문에 학력저하, 그리고 정치적 편향 교육에 대한 우려 때문에 혁신학교를 거부하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다. 실제 2018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조사에서 중학교 학부모 가운데 28%는 혁신학교 입학 후 성적 하락을, 19%는 이념교육에 대해 걱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혁신학교 지정 취소’로 지역주민과 학교가 극심한 갈등을 겪은 서울 경원중과 강동고, ‘정치편향성 주입식 교육’을 펼치다 국민적 지탄을 받은 인헌고 사태에서 이런 부분은 잘 드러나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일반학교보다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가까이 예산을 더 받았음에도 특별한 결과를 내지 못하는 부분도 수요자들이 혁신학교를 꺼리는 이유 중 하나다. 예산이 풍부하다는 장점에 대한 기대감보다 오히려 예산을 방만하게 쓰며 교육 본질과 어긋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이미지만 쌓였을 뿐이다. 이 때문에 일부 잘 운영되는 혁신학교까지 ‘도매금’으로 넘어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같은 지적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입장임에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혁신학교에 대한 학부모 불신이 쌓이고 쌓여 ‘적폐’가 된 이유 중 하나가 이 같은 의견을 지속적으로 제기해도 똑같은 답변만 되돌아올 뿐이라는 것이다. 진보교육감들은 이런 혁신학교에 대해 감사나 평가를 하지 않는다. 되레 학생 학력 신장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자사고, 특목고 자격 박탈에 열을 올리고 있다.
경기 A초 학부모는"문재인 대통령도 거듭된 부동산 실패로 인해 사과를 했는데 진보교육감들은 자신들의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마이웨이만 외치고 있다. 최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진보교육감들이 혁신학교의 문제점에 대해 ‘과거의 학력관’ 때문에 일어난 오해라고 합창하듯 입을 모으는 것은 현실 외면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교육지원청 단위로 운영되는 ‘혁신학교 네트워크 협의회’도 마찬가지다. 협의회에 참여 중인 서울 B중 교사는 "학력 신장 방향으로 개선하자고 이야기해도 협의회를 이끌어가는 주요 인물들이 이를 구태로 취급하고, 다양성·창의성과 배치된다는 식으로 무시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혁신학교 관리자 협의회’에서도 특정노조 출신의 무자격교장들이 앞장서 학력 신장 등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C중 교장은 "수요자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고 반영해 추가 예산을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혁신학교 이미지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