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박나무·먼나무·담팔수 휴양지 분위기 내는 제주도 가로수

2021.02.05 10:30:00

 

제주도에 도착해 공항을 나서면서부터 육지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따뜻한 휴양지 분위기가 확 끼쳐오는데, 공항 출입문을 나서자마자 보이는 상록수 후박나무와 야자수들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다. 제주도는 우선 육지, 특히 서울 등 중부지방과는 가로수부터 다르다. 상록 가로수가 많은데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나무여서 제주도의 독특한 분위기를 내는데 한몫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나무들이 있을까. ‘제주시 가로수 식재 현황’을 보면, 가장 많은 가로수가 왕벚나무(28.6%)다. 이건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들과 비슷하다. 전국적으로 가장 많이 심은 가로수가 왕벚나무이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제주시 가로수로 심은 왕벚나무는 유전적으로 제주 자생 왕벚나무와는 다른 종자(일본 원산의 왕벚나무)인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시는 점차 이 왕벚나무를 제주도에 자생하는 왕벚나무로 바꿔가기로 했다.

 

왕벚나무 다음부터는 제주만의 독특한 분포를 보인다. 2위 후박나무(14.0%), 3위는 먼나무(10.8%)다. 둘 다 서울 등 중부지방에서는 볼 수 없는 상록수 나무들이다. 4위는 배롱나무(8.0%), 5위는 해송(곰솔 6.2%), 6위는 구실잣밤나무(5.4%), 7위는 느티나무(5.0%), 8위는 담팔수(4.7%), 9위는 녹나무(4.0%), 10위는 워싱턴야자(2.8%) 순이다. 남부 수종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겐 이름조차 낯선 나무들이 많다.

 

제주도 분위기 끌어올려주는 후박나무

우선 후박나무는 제주도 분위기를 내는데 1등 공신이다. 제주도에서 보면 줄기가 노란빛을 띠는 회색으로 밝은 편이면서 굵고 튼실하게 올라가는 상록수를 많이 볼 수 있다. 이 나무가 후박나무다. 잎은 긴 타원형으로, 반질반질 윤기가 나고 가지를 우산 모양으로 넓게 펼치는 웅장한 수형을 가졌다. 15~20m까지 자란다. 제주공항 출입문을 나오자마자 보이는 나무 중에서 야자수를 제외한 나무 상당수가 후박나무다.

 

후박이라는 이름은 잎과 나무껍질이 두텁다는 뜻의 후박(厚朴)에서 유래했을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일부에서 일본목련을 후박나무라고 부르는데, 자생종 후박나무가 있으니 일본목련은 그냥 일본목련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도 2000년대 들어 상록수인 후박나무를 가로수로 심기 시작했다. 그래서 2005년 후박나무가 부산 가로수 순위 5위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그러나 낙동강변 후박나무는 한겨울 건조한 강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집단 고사하는 경우가 많았다. 후박나무 숫자는 계속 줄어 요즘은 8위로까지 밀려나 있다. 부산은 제주도와는 또 다른 기후를 보이는 것이다.

 

 

빨간 열매 달린 이 나무는 ‘먼나무’

겨울에 제주도에 가면 꽃이 핀 것처럼 붉은 열매가 잔뜩 달린 가로수가 눈에 확 들어온다. “이게 무슨 나무냐?”고 물어보면 “먼나무”라는 답이 돌아올 것이다. 5~6월에 꽃이 피고 가을과 겨울에 달려 있는 빨간 열매도 보기 좋아 최근 제주도에서 가로수로 많이 심고 있다고 한다. 제주도와 남해안에 자생하는 나무다. 꽃과 열매가 없을 때는 잎 가운데가 살짝 접혀 있는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제주시 관계자는 “먼나무에 대한 반응이 좋아 요즘 가로수 심을 곳이 있으면 먼나무를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나무는 2015년만 해도 2,000여 그루에 불과했는데 벌써 4,446그루(2019년 말 현재)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 같은 속도라면 조만간 후박나무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구실잣밤나무도 제주도의 독특한 가로수 중 하나다. 봄에 제주도에 가면 가로수나 공원·화단 나무 중에서 노란색으로 밤나무꽃 비슷한 꽃이 피는 상록수를 볼 수 있는데 이 나무가 구실잣밤나무다. 비릿하게 나는 냄새도 밤꽃 냄새와 비슷하다. 잎은 긴 타원형으로 아주 두껍고 질기다. 겨울에 이 나무 아래에 가면 잣 모양의 작은 도토리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담팔수는 국내에선 제주에서만 자라는 나무다. 제주도가 북방한계선인 나무로, 나무 형태가 우산 모양으로 아름답다. 이 나무는 상록성이면서도 일 년 내내 붉은 단풍잎 몇 개씩을 꼭 달고 있어서 다른 나무와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담팔수(膽八樹)라는 이름은 중국 이름을 받아들인 것이지만, 잎 8개 중 하나 정도는 붉은 단풍이 들어서 담팔수라고 기억해도 좋을 것 같다.

 

녹나무도 제주도에서 자라는 상록활엽수다. 키 40m, 밑동 둘레가 4m 넘게까지 자라는, 매우 덩치가 크게 자라는 나무 중 하나다. 현재 제주도 가로수의 4% 정도를 차지하는데, 나무껍질이 회갈색이고 세로로 갈라지는 나무가 있으면 녹나무라고 봐도 무방하다. 4~6월 연한 녹색의 꽃이 피어서 가을에 지름 1㎝ 정도인 둥글고 까만 열매가 달린다. 녹나무라는 이름은 어린나무의 줄기가 녹색을 띠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제주도에서만 자라지만 일본·중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 중에 <녹나무의 파수꾼>이란 제목의 소설이 있다.

 

따뜻한 휴양지 분위기를 내는데 야자수만 한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제주시는 도심에 있는 워싱턴야자를 다른 나무로 교체해 가고 있다. 왜 그럴까. 이 나무가 10m 가까이 높게 자라 태풍 때 쓰러지면서 각종 안전사고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높은 키 때문에 전선과 뒤엉켜 정전 사고도 자주 일으키고 있다. 다만 제주시는 제주의 관문인 공항로와 유명 관광지인 함덕해수욕장 일대 워싱턴야자는 제거하지 않고 유지하기로 했다.

 

‘돈’과는 아무 상관없는 동글동글 돈나무

10위권 가로수 명단에는 없지만, 돈나무도 제주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 중 하나다. 큰길 중앙에 있는 화단에 가로수로 길게 심어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줄기의 밑동에서부터 가지가 갈라지면서 마치 전정을 해놓은 듯 둥글게 자란다. 잎이 주걱같이 생겼는데, 윤기가 나고 동글동글 뒤로 말린 채 모여 달린다. 제주도 등 따뜻한 남쪽 바닷가에 주로 분포한다.

 

돈나무라는 이름은 우리가 쓰는 ‘돈’과는 무관하다. 가을·겨울 열매에 끈적끈적한 점액질이 묻어 있어서 온갖 곤충이, 특히 파리가 많이 찾아와서 똥낭이라 부르다 ‘돈나무’로 순화됐다고 한다. 요즘 큰 구슬 같은 열매 사이로 작고 붉은 종자들이 가득 박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위에서 소개한 후박나무·먼나무·구실잣밤나무·담팔수·녹나무·돈나무 등 몇 가지 상록 가로수만 기억해 두어도 제주도에 갔을 때 눈이 한결 밝아질 것이다.

김민철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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