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 중에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것이 있다. 바로 ‘미운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다’. 상대방이 미우면 떡을 아예 안 주거나, 주더라도 하나라도 덜 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도대체 왜 이런 앞뒤가 안 맞아 보이는 속담이 아직도 전해져 내려오는 것일까? 그런데 부모가 되면서, 사춘기 자녀가 한창 미운 짓을 하고 속을 썩이는 일이 잦아지면서 이 속담의 참뜻을 비로소 깨달았다.
부모가 되고 속담 참뜻 깨달아
돌이켜 보면, 사춘기 자녀의 행동에 일일이 간섭하고 훈계했던 융통성 없는 부모였기에, 그리고 교육자로서 자녀의 가정교육만큼은 반듯하게 시켜야겠다고 다짐했던 엄마였기에, 사사건건 아이와 갈등하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미운 짓 하는 자식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심정으로 아이의 행동을 너그럽게 받아주고 포용했더라면 자식과의 갈등을 훨씬 줄일 수 있었을 텐데 하고 뒤늦게 후회한 적도 많았다.
사춘기 자녀의 달라진 행동이나 충동적 행동 등을 너그럽게 수용해 주자고 해서 아이의 잘못된 행동까지 무조건 두둔하자는 것은 아니다. 자율과 허용의 범위를 넓혀 주되, 아이가 명백하게 잘못했을 때는 강단 있게 야단쳐야 한다. 이때도 아이 자체에 대한 비난이나 공격이 아니라 아이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 훈계해야 한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일반적인 인간관계인 '그러니까'가 아니라 대단히 특별한 관계인 '그럼에도 불구하고'이다. 자녀가 부모에게 잘하니까 부모도 자식에게 잘 대해 주는 것은 지극히 계산적인 관계이다. 그러나 부모와 자식의 관계는 천륜이며 각별한 관계이다. 자식이 속을 썩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부모니까 자식을 아껴주고 사랑해 줘야 하는 것이다.
신뢰 바탕으로 긍정적 수용해야
자녀가 속을 썩일수록 아이에게 더욱 다정하게 대해 주고 아이를 감동하게 하자. '우리 엄마가 갑자기 왜 이러시지?' 하고 아이는 의아해할 것이다. '내가 엄마 말도 안 듣고 이번에도 말썽을 부렸는데 엄마가 화도 안 내고 잔소리도 안 하네. 내가 좀 너무했나?' 하고 스스로 뉘우치고 미안함마저 느낄 것이다. 아이를 일단 믿어주고 긍정적으로 수용하자. 우리 아이들은 모두 심성이 착하기 때문에 부모의 인내와 기다림에 결국 응답해 줄 것이다.
미운 자식에게 떡 하나 더 주면서 인내하고 기다려 주는 일.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정말 어렵다. 우리 부모들이 도덕군자나 성인의 경지에 있는 사람도 아닌데 이러한 실천이 어찌 힘들지 않겠는가? 그러나 어려워도 우리는 해야 한다. 우리는 부모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