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은 인권 …이념 덧칠 말라”

2021.02.22 13:52:15

22일 국회 앞서 기자회견 개최

자사고 법원 판결 받아들여야
교육자치가 교육감자치로 변질

 

하윤수 교총 회장
“이념의 교육카르텔 독주 안 돼”
교육대전환 비상교육회의 제안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특정 이념의 교육카르텔, 도그마 앞에서 교육과 학교가 무너지고 있다. 임기 1년여를 남긴 현 정권과 정부, 교육감의 브레이크 없는 교육 독주와 독점, 정책 대못박기가 학생과 국가의 미래를 망치고 있다. 일방 편향 정책을 폐기하고 교육대전환에 나서라.” 
 

한국교총과 17개 시도교총이 22일 국회 앞에서 일방 편향 교육정책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무너지는 ‘깜깜이’ 상황을 지적하고 미래를 여는 교육 대전환을 위한 총력 관철 활동에 나설 것을 천명하기 위해서다.
 

하윤수(전 부산교대 총장) 한국교총 회장은 “비대면 수업으로 학력 격차가 심화되고 가정형편에 따라 교육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며 “성적중간층이 무너지고 하위층만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지만, 학생 전반의 학력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기초학력은 갖췄는지 알 수 없다”고 개탄했다.
 

이어 “그럼에도 정부와 일부 시도교육청은 객관적인 진단과 평가를 한 줄 세우기라 폄훼하며 거부하는 지경”이라며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 같은 근본적인 국가 책무는 외면한 채 기간제 교사, 협력강사 투입 같은 땜질 처방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총 대표단은 먼저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국가적 진단 지원체계구축을 요구했다. 현재 기초학력 진단검사는 특정 이념의 교육감과 단체가 일제고사라고 거부해 좌초됐다.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역시 표집평가로 전환됐다. 이들은 “기초학력은 삶의 소양이자 씨앗이라는 점에서 진정한 인권 이자 기본권”이라며 “정부와 교육감들이 그토록 강조해온 학생인권을 스스로 낭떠러지에 떠미는 모순이 따로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든 학생에 대한 국가 차원의 객관적 일관적 평가체제를 구축하고 종합적인 학습지원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감축할 것도 재차 요구했다. 정부가 기간제 교사와 협력강사투입 방안을 내놓았지만 이런 땜질식 수급방안은 과거 실패한 복수담임제, 1교실2교사제 혼란만 재연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법원 판결을 받아들여 자사고 등을 폐지하려는 정책을 즉각 철회할 것도 촉구했다. 이들은 “부산과 서울의 자사고 재지정 취소 처분이 위법, 불공정하다는 법원 판결이 잇따라 나왔음에도 자사고 폐지가 공정하고 적법했다고 항변할 것이냐”며 “더 이상 교육청들은 적반하장식 항소로 학교와 학생에게 피해만 끼치지 말고 부당한 평가에 책임부터지라”고 강조했다.
 

연대발언도 이어졌다. 김갑철 한국교총 부회장은 “개학을 일주일 앞둔 시점이지만 방역 당국은 아직도 학생들을 어떻게 등교시킬지 아무런 지침이 없다”며 “제발 학교에서 예측 가능한 교육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당국이 힘써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작년에는 지자체가 방역요원을 뽑아서 내려줬지만 올해에는 학교 예산의 10%를 마련해서 방역요원을 직접 뽑아야 한다”며 “하지만 게시판에 공고를 올리면 14시간 미만으로 근무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 때문에 지원자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방역뿐만 아니라 긴급돌봄 강사, 기간제 교사 등 여러 인력을 학교가 직접 뽑도록 하는 떠넘기기식 인력충원을 하지 말아 달라는 호소다.
 

권택환 부회장은 “학생들의 학력 격차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데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학급당 학생 수를 대폭 감축해 학생들의 안전과 학습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정해황 시도교총회장협의회 회장은 “교육현장이 노동법 전시장이 된 지 오래”라며 “앞으로 구성권 간의 갈등이 심해지지 않도록 빨리 이 부분이 정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영벌 한국국공립고교장회 회장은 “얼마 전 중대재해법이 제정됐는데 학교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장이 아니다”라며 “나라의 미래를 바로세워야 할 국회가 제대로 연구하지 않고 법을 제정하면 그 피해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지게 되니 즉각 잘못된 법률을 재개정하라”고 주문했다. 
 

박정현 인천 만수북중 교사는 “다음 주부터 있을 수업을 준비해야 하는 바쁜 시기임에도 이 자리에 서게 된 점을 참담하게 생각한다”며 “학교가 어느 순간부터 교육감 이념성향에 따라 정치장화되고, 무엇을 가르치고 평가해야 할지조차 모르는 곳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선생님이 열정으로 아이들을 사랑하며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학교를 정치 중립적인 곳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교총은 이날 교육정책 대전환을 위한 거국비상교육회의 구성을 제안했다. 교총과 교육부, 시도교육청이 함께 사안마다 현장을 점검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함께 대책을 성안하자는 것이다. 기자회견에서는 이밖에도 △학교필수공익사업장 지정 입법 즉시 추진 △중대재해법시행령에서 학교장 제외 △무분별한 교육 이양과 일방 편향적인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한국교총 유튜브 채널 '샘TV'에서 생중계됐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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