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긴장한 아이들만 눈에 들어오더군요”

2021.03.04 15:53:46

최혜영 부산진중 보건교사 인터뷰

방학 동안 코로나19 현장서 봉사
부산 지역에서만 20여 명 자원해
보조 인력 부족하다는 소식 듣고
의료인으로서 고통 분담 나섰을 뿐

“확진자에 대한 사회 인식 마음 아파
불안에 떨면서 기다리던 학생에 눈길
‘괜찮다’고 정서적인 지지를 보냈다”

겨울 추위가 매섭던 지난달 중순, 최혜영 부산진중 보건교사(보건교사회 부산지회장)는 코로나19 선별 진료소로 향했다. 의료 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유난히 추웠던 그 날, 추위를 이겨보려고 등에 붙였던 핫팩 때문에 화상을 입으면서도 봉사를 이어갔다. 검사 대상자 명단 확인, 검사 대기자 거리두기 안내, 유증상자 상담 후 의사에 인수인계 등 일손을 보탰다. 지난 1월 말부터 개학 전까지, 최 교사를 포함한 부산 지역 보건교사 20여 명이 선별 진료소에서 자원봉사 했다. 학사 일정과 가까운 선별 진료소의 상황, 참여 가능한 기간 등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참여했다.
 

최 교사는 일주일 동안 선별 진료소를 찾았다. 그는 “봉사는 소리 없이 조용히 해야 한다”고 몸을 낮추면서도 “짧은 방학을 반납하고 자원봉사에 나서준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최근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코로나19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인근 학교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고 하니 남의 일 같지 않았죠. 그 무렵, 간호사협회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의료 현장에 인력이 부족하다면서요. 보건교사는 간호사 면허증을 가진 의료인입니다.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 힘을 보태자는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보건교사회 부산지회장이기도 한 그는 부산 지역 보건교사를 대상으로 자원봉사 희망자를 모집했다. 1차 모집에는 초·중·고 9개교에서 참여하겠다고 의사를 밝혔다. 2차 모집에서도 학교 10여 곳에서 근무하는 보건교사들이 자원했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방역수칙은 더욱 엄격하게 지켰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빈틈없이 방호복을 갖춰 입고 활동했다. 최 교사는 “하루 네다섯 시간 동안 방호복을 입다가 벗었더니, 몸 곳곳에 자국이 많이 남았다”면서 “뉴스로만 접했던 의료진들의 고충이 고스란히 느껴졌다”고 했다. 
 

“의료용 마스크를 끼고 고글을 꼈더니 금세 습기가 찼습니다. 습기가 시야를 가려서 계속 닦아내야 했어요. 추운 겨울에는 그나마 낫겠다 싶었어요. 추우면 옷을 껴입고 핫팩이라도 붙이면 되지만, 더운 여름에는 어땠을까, 고생이 눈에 보였습니다.”
 

그는 선별 진료소에서 만난 아이들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온몸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봉사활동 첫날에는 아버지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가족을 만났다. 울면서 차례를 기다리던 초등학생 자녀들은 불안에 떨고 있었다. 최 교사는 “떨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저도 어쩔 수 없는 교사더군요. 검사를 받으려고 줄 서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학생들만 눈에 들어왔어요. 잔뜩 긴장해서 불안해하는 아이들에게 다가가 ‘괜찮다’고 말을 건넸어요. 사실 선별 진료소에서는 밀려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른, 아이를 구분해서 대할 수는 없어요. 검사만 진행하기에도 인력이 부족하고, 의료진들의 피로도도 높고요. 제가 봉사하는 시간만큼은 아이들에게 정서적인 지지를 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선별 진료소에서 자원봉사 했던 보건교사들은 자가격리를 거친 후 학교로 돌아갔다. 
 

지난 2일, 새 학기가 시작됐다. 최 교사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두 학년이 등교했다. 방역 지침을 지키면서 학사 일정을 소화하느라 쉴 틈이 없지만, 최 교사는 “주인이 돌아오니까 이제야 학교가 살아있는 것 같다”고 웃었다. 
 

“보건교사로 30년 넘게 근무했지만, 이런 팬데믹 상황은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등교할 수 있는 지금을 교사들도 무척 소중하게 여깁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나왔을 때 한 번 더 관심을 주고 한 사람, 한 사람 챙기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요. 앞으로 감염병 예방 교육, 건강 관리 능력을 길러주는 교육 등 보건교육에 대한 요구가 높아질 겁니다. 보건교사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합니다.”

김명교 기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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