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교직 25주년을 맞이했다. 그다지 내세울 것 없는 경력이지만 ‘25’라는 숫자는 나에게 매우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올해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지천명’이란 공자가 나이 50에 하늘이 자신에게 준 사명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는 뜻에서 유래한 말이다. ‘25’라는 숫자의 길고 짧음을 떠나 지금까지 내 삶의 절반을 교사로서 살아왔다는 사실은 ‘가르침’과 ‘배움’에 대해 다시 한번 성찰할 기회를 제공해줬다.
학교와 분리할 수 없었던 삶
삶의 절반을 교사로 살아왔지만, 교사가 되기 이전에도 학교는 늘 함께했다. 학생의 신분으로 학교에 머문 기간을 합하면 지금까지 내 삶의 대부분은 학교와는 분리될 수 없었다. 학교는 늘 삶의 중요한 일부분이었다.
학교는 내게 삶의 지식과 지혜를 전해주는 배움의 장소였으며, 학생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정을 나누는 따뜻한 가정과 같은 곳이었다. 또한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게 해주는 삶의 터전이기도 했다. 특히 학교라는 공간에서 자라나는 미래 세대들이 올바른 가치관을 함양하도록 나름대로 노력하고 수고한 것은, 내 삶의 가장 소중한 의미이자 보람이 됐다.
25주년을 기념하며 소장용으로 나만의 교단 일기를 발간했다. 지금까지의 교직 생활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의미도 있었지만, 앞으로 남은 시간을 알차고 보람있게 채워가기 위한 각오를 되새기는 의미도 있었다. 초임 때부터 써왔던 글들을 모으니 1000페이지에 가까운 원고가 모였다. 그 글들을 다듬고 추려서 두 권의 책으로 나눠 발간했다. 제목은 평소 교직관을 반영해 ‘교학상장(敎學相長)’으로 정했다. 지금까지 메모하고 보관해온 글들이 나의 소중한 역사가 되었다는 사실에 스스로 뿌듯함을 느꼈다.
학교·배움의 의미 다시 생각해
작년부터 지속된 코로나19 확산은 학교라는 공간이 주는 의미와 배움의 참된 자세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학생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가정학습에 익숙해졌고, 학교 이외의 기관과 인터넷 환경을 통해서 얼마든지 학습하고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그 자체로 충분히 존재의 가치가 있다. 사람과 사람이 모여 스승과 제자와 친구가 되며, 함께 배우고 가르치며 공감하는 가운데 진정 사람다운 사람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교단 문집의 소제목을 ‘사랑을 배우며, 배움을 사랑하며’로 정했다. 배움을 사랑하기 이전에 먼저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갖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교학상장’의 뜻대로 성장해 나가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나 스스로 더욱 발전해 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