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개정 교육과정이 모든 학년에 적용된 시기는 불과 2년 전이다. 그런데 교육과정을 또 바꾼다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매년 바뀌는 것이냐는 푸념이 나올 정도이다. 학교 현장은 여전히 진행형인 코로나로 인해 눈코 뜰 새 없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과정 개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는 분명 아니다.
국민 합의 지향과 거리 멀어
이번 교육과정의 개정 주체는 교육부지만, 시도교육감협의회와 국가교육회의에서도 교육과정 개정 작업에 관여하고 있다. 특히 국가교육회의는 대국민 설문조사와 함께 온라인 토론 공간을 운영 중이고, 각종 토론회와 국민 참여 숙의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필자 역시 국가교육회의 토론 과정에서 토론자로 참여했고, 숙의 과정에도 함께 하고 있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실망과 걱정만 점점 커지고 있다.
교육과정은 교육의 내용, 교수-학습 방법, 평가에 이르는 교육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준다. 교육과정을 미래 사회 변화에 맞춘다는 지향점에는 공감한다. 또한 그동안의 교육과정이 교육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소수의 연구자와 기관의 주도로 이뤄져 현장과 괴리가 컸던 것 역시 사실이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교육과정 개정에 현장의 소리를 반영하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시작 단계부터 국민의 합의를 지향한다는 방향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교원단체와 학부모단체에 의뢰해 전문성을 가진 대표를 모으는 과정에서 각 단체의 규모나 인원에 대한 고려 없이 단체별로 대표를 모으다 보니, 인적 구성이 편향적일 수밖에 없다. 단체별로 유의미한 입장을 가질 수도 있지만, 전체 규모를 무시한 채 군소 단체마다 대표를 받아 구성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숙의 과정에서도 이런 편향성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곳곳에서 드러나는 편향성
국가교육회의에서 진행한 설문에도 큰 문제가 있었다. ‘고교학점제를 위해 학교에서 개설 교과목을 담당할 전공 교사가 없다면, 교원 자격이 없는 사람도 이를 담당할 수 있는가?’를 물었다. 교사의 자격을 법률로 엄격하게 정하고 있음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은 학부모나 학생 입장에서는 ‘할 수 있다’로 답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문제점을 교원단체 입장에서 강하게 피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설문 결과를 언론에 공표하는 어이없는 일도 있었다.
불비한 상황 속에서 추진되는 이번 교육과정의 개정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그 누구보다 크다. 하지만 공정을 가장한 편향적 교육과정이 만들어져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방향으로 진행된다면 불필요한 갈등이 생기고 학생들은 피해를 보게 된다. 모쪼록 다양한 의견을 잘 담아내는 교육과정이 만들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