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학생의 성장을 이끄는 말… “고마워”

2021.08.12 17:16:43

양경윤 경남 창원전안초 수석교사
‘고마워 교실’ 연수 책에 담아

긍정적 교실 에너지 만들기 목표
‘고마워’는 존중과 공감의 표현
조건이나 이유를 찾지 않아야…
“하루에 100번 고마워 말하기
동료들과 함께 시작해보세요”

 

[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언제 들어도, 누구에게 들어도 기분 좋은 말이 있다. 별 볼 일 없다고 여겼던 ‘나’의 가치를 인정받는 느낌을 준다. ‘너를 있는 그대로 존중한다’는 언어적인 표현에 자존감도 올라간다. 이런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면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힘이 생긴다. 어려운 상황을 마주했을 때 금세 툭툭 털고 일어나는 회복탄력성도 길러진다. ‘고마워’라는 말의 잠재력이 이렇게나 크다.
 

양경윤 경남 창원전안초 수석교사도 이 점에 주목했다. 그는 <한 줄의 기적 감사일기>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다. 일상에서 감사함을 찾고 느끼고 표현하면서 경험한 긍정적인 변화를 소개해 우리나라에 감사일기 열풍을 일으켰다. 이번에는 교실 편이다. <고마워 교실>이다. 수업 연구회 소속 교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학급경영 연수를 책으로 엮어냈다. “선생님들과 함께 행복해지고 싶어서 썼다”고 했다. 
 

수석교사 9년 차인 그는 멘토링을 하면서 힘들어하는 교사들을 자주 만났다. 시대 변화에 따라 교실 환경이 바뀌면서 교사들에게 요구하는 게 많아졌고, 소진을 경험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교사의 심리적·체력적 소진은 결국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양 수석교사는 “교실 에너지는 한번 부정적으로 흘러가 버리면 걷잡을 수가 없다”면서 “‘고마워 교실’은 교실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요즘은 교실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들이 크게 번지기도 해요. 아이들 싸움이 학부모 싸움이 되고, 나중에는 교사의 문제로 전가되기도 합니다. 교사를 지치게 만들죠. 같은 학급에 있는 나머지 학생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갑니다. 어려운 상황에 놓였을 때 끌려가지 않도록 긍정적인 기류를 만들어야 해요.”
 

김미정 경남 창원삼계초 교사가 그랬다. 문제 학급의 담임을 맡으면서 ‘교실 붕괴’의 현장을 목격했다. 3월 한 달이 지나도록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양 수석교사에게 멘토링을 요청했다. 양 수석교사는 아이들을 ‘고마운 존재’로 바라볼 것을 조언했다. 김 교사는 ‘나를 이렇게 힘들고 고통스럽게 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고마워하지?’ 생각했지만, 이내 ‘고마워 샤워’부터 실천하기로 마음먹었다. 하루에 100번 이상 아이들에게 ‘고마워’라고 말하는 것이다.
 

“고마워, 라는 말 자체를 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평소에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하며 산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세어보니 하루에 100번 말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죠.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뭘 하든 고마워하기로 했어요. 문제를 틀려도 풀기 위해 노력한 마음에 고마움을 표현했어요. 아이들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꿔야 했죠.”
 

감사 하나로 학급경영을 할 수 있다는 데 의문이 생겼지만, 한 달 만에 변화가 찾아왔다. 아이들의 표정과 말투, 행동이 달라졌다. 특히 사사건건 문제를 일으키던 학생에게서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됐다. “저한테 고맙다고 말해준 선생님은 처음이었어요.”

 

김 교사는 “딱 한 달만 마음먹고 실천하면 아이들은 물론 교사까지 달라진다”면서 “걸림돌이라고 생각했던 아이가 교사로서 성장하는 디딤돌이 돼줬다”고 귀띔했다. 
 

양 수석교사는 ‘고마워 종합선물세트’를 소개했다. ▲고마워 샤워 ▲고마워 기지개 ▲고마워 미소 ▲고마워 알림장 쓰기다. 소소감(작지만 소중한 감사) 찾기 놀이, 친구와 고마워 놀이 등 학급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도 곁들인다.

 

그는 “‘고마워 교실’은 논(학교)에 모(수업)를 심기 위해 물을 대는 작업”이라면서 “고마워는 교사의 성장을 이끌면서 학생의 성장을 돕는 단어”라고 설명했다. 
 

“‘고마워 교실’을 처음 접하는 선생님이 공통으로 하는 질문이 있어요. ‘부정적인 순간에도 고맙다고 말해야 하나요?’, ‘고맙다고 해줄 이유를 찾기 어려운데, 어떻게 하죠?’ 묻습니다. 모든 게 익숙해져서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거예요. ‘당연함’ 때문이죠. 사랑에는 이유가 없습니다. 고마움에도 조건이나 이유가 없어요. 존재 자체에 고마워해야 합니다. 눈을 마주치고 고맙다고 말해주면, 아이들은 스스로 이유를 찾습니다. ‘나는 소중한 존재구나’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아니구나’ 하면서요. 혼자 하기 어렵다면, 동료 선생님들과 함께 시작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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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교실 1단계 실천하기>

 

1. 고마워 샤워

1일 100번, 교사의 ‘고마워’ 말하기로 아이들에게 ‘고마워 샤워’를 시켜주세요. ‘고마워’라는 말을 많이 들어야 아이들이 말할 수 있게 됩니다. 

 

2. 고마워 기지개

잠들기 전에 오늘의 감사한 점을 찾아 말해보세요. 눈 뜨자마자 고마워 기지개를 켜고 아침을 행복하게 시작해봅니다. 큰 나를 감사에너지로 채우는 시간입니다.

 

3. 고마워 미소

얼굴은 얼이 담긴 곳입니다. 치아가 보일 정도로 환하게 미소 지으며 생활하세요. 하루에 3번 이상 거울을 보면서 미소 짓는 연습을 해주세요.

 

4. 고마워 알림장 쓰기

아이들이 알림장에 선생님이 보내는 감사함의 글을 적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선생님의 ‘감사 한 줄’을 읽고 따라 쓰다 보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고마움을 찾고 느끼는 법을 배웁니다. 부모님이 읽고 함께 따스한 에너지를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신뢰와 존경이 만들어집니다. 

 

*고마워 교실 1단계는 1년 동안 반복적,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합니다.

김명교 기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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