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작가 ‘앤서니 브러운’의 동화 <한나와 고릴라>에는 일 중독 아버지가 나온다. 어린 딸과 동물원에 가기로 약속했지만 일 때문에 계속 핑계를 대고 결국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동화 속의 이야기지만 현실에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 우리 주변에서도 일 때문에 가족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선생님을 볼 수 있다. ‘체육대회가 끝나면’ 혹은 ‘공개수업 끝나면’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가족과 보낼 시간을 하루 이틀 미룬다. 그러다 보면 선생님도 동화 속 아버지와 같은 모습으로 변한다.
일 중독 넌 누구냐?
일 중독이란 ‘생활의 양식이어야 할 직업에 사생활을 많이 희생해 일만 하는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일 중독자는 자신의 가치를 일이나 성과를 통해 찾으려 하고 삶의 다른 측면에 대해서는 관심이 부족하다. ‘마스킹효과’처럼 일에 대한 욕구로 인해 건강을 잃거나 주변 사람들의 외면을 받아도 잘 느끼지 못한다. 심지어 일 중독자는 일하는 것 자체가 나를 치료해주는 보약과 같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독일의 신경정신과 의사인 ‘페터 베르거’에 따르면 일 중독자와 열심히 일하는 건강한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은 ‘하던 일을 중단하거나 미루어버릴 수 있는가 여부’다. 그는 일 중독자를 3단계로 나눈다. 1기는 집에 와서도 괜히 불안하여 계속 일하는 사람, 2기는 일 중독이라 자각하지만 일은 멈추지 않고 잠을 자거나 쉴 때 보상심리로 취미활동 등에 매달리며 자신의 건강을 외면하는 사람, 3기는 어떤 일이든 환영하며 주말과 밤에도 일하고 건강이 무너질 때까지 일에 매달리는 사람이다.
일 중독의 부작용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일 중독에 걸린 사람 중 일부는 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술로 풀려 한다. 결국, 야근, 스트레스, 술, 수면 부족과 건강 악화 그리고 새로운 일이 시작돼 다시 야근하는 부정적인 사이클이 반복된다. 결국 나와 가족 그리고 주변 사람과의 관계를 파괴하는 모습을 보인다.
일 중독에서 벗어나는 방법
일 중독에서 벗어날 방법은 있을까. 첫째, 자신의 상태를 분명히 파악해야 한다. 인간의 신체는 일 중독에 빠지기 전에 몇 가지 신호를 보낸다. 피로와 스트레스가 대표적이다. 또 체중이 정상 상태보다 30% 이상 늘거나 당뇨, 고혈압 증상이 오면 적신호라고 봐야 한다. 이때 술이나 담배, 커피 등을 통해 신호를 회피하려 하지 말고 자신의 몸 상태를 있는 그대로 느껴야 합니다.
둘째, 주변에서 일 중독에 빠진 선생님들을 살펴보기를 바란다. ‘승진하면 가정에 충실하고 아내와 자녀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겠다’라고 다짐하지만 승진한 이후에는 아내와 자녀들과 관계가 멀어져 이 또한 쉽지 않다. 그로 인한 소외감과 스트레스로 일에 더 몰두하며 자신의 존재 이유를 찾으려 한다. 결국 바쁜 삶은 계속 반복된다. 과연 그 선생님의 삶이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과유불급’이다.
하루하루가 바쁜 선생님들은 막연하게나마 “열심히 살다 보면 언젠가는 행복해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정신없는 하루를 보낸다. 내가 살아가는 삶의 방향이 어딘지도 모르고 달려간다. 그리고 주변에서는 “내일 행복해지려면 오늘 고생을 달갑게 받아들여라”라는 말로 끊임없이 일을 강요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한나와 고릴라’는 이 문제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던진다. ‘오늘 행복은 오늘 찾으면서 살아야 합니다.’ 일에 빠진 선생님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