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만으로 향기롭고 예쁜 너희는 ‘들꽃’이야

2021.09.02 17:37:20

주효림 전북 함열초 교사
‘이토록 명랑한 교실’ 펴내
발랄하고 매력적인 아이들
온 세상 사람들이 알았으면

“존중의 시작은 ‘기다리기’
장애는 개인 특성의 하나
편견 없는 믿음 중요해…
따뜻한 시선으로 봐주길”

나태주 시인의 시 ‘풀꽃’이 떠올랐다.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이 꼭 같았다. 겉모습은 투박하고 엉뚱하지만, 그 안에 숨겨진 사랑스러움과 매력을 봤다. 그래서 ‘들꽃’이라고 부른단다. 들꽃처럼 저마다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들꽃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참 예뻐요. 긴 겨울을 보내고 나서 꼭 그 자리에 다시 피죠. 우리 아이들이 들꽃처럼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존재만으로도 향기롭지만, 자신의 존재를 펼쳐내 아름다운 삶으로 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물어요. ‘선생님, 우리가 왜 들꽃이에요?’ 그러면 설명하죠. 응, 너희들이 들꽃처럼 예쁘니까.”
 

주효림 전북 함열초 교사는 특수학급을 맡고 있다. 열정만 앞섰던 초임 시절을 거쳐 장애 아동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까지, 특수교사로서 7년간 아이들과 함께 성장했다. 조용한 날이 없어도 늘 웃게 해주는 아이들의 예쁜 모습, 더디지만, 자신들만의 속도로 자라는 이야기를 혼자만 알고 있기에는 아쉬움이 컸다. 블로그(blog.naver.com/apua0724)에 기록하기 시작한 특수교사와 아이들의 성장 이야기는 사람들의 마음을 두드렸고, 특수교사의 교단 에세이 ‘이토록 명랑한 교실’로 재탄생했다. 
 

주 교사는 “우리 아이들의 매력을 세상 사람들이 알았으면 바랐다”면서 “이렇게 발랄하고 귀여운 아이들이 어디 있겠냐”고 했다. 
 

그는 특수교육에 대해 ‘장애가 있거나 장애를 경험할 확률이 높아 특수교육 대상자로 선정된 학생들의 학습 요구 수준에 맞게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장애가 있다’, ‘장애를 경험하다’는 말을 함께 쓰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렇게 덧붙인다.

 

‘장애를 경험할 확률이 높다는 말은 현재 장애는 없지만, 적절한 교육 서비스를 받지 못하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거나 장애를 겪을 상황을 말한다.’

 

주 교사는 “장애는 이상하거나 불편하거나 나쁜 게 아니다. 장애 자체를 성격이나 혈액형처럼 개인 특성의 하나로 알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렸을 때는 장애에 대해 편견을 가졌어요. 장애 있는 친구를 무시하고 놀리고 괴롭히는 비겁한 아이였어요. 그런 아이가 특수교사가 되고 장애인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지난 잘못들이 부끄럽지만, 장애가 뭔지 몰라서 편견과 잘못된 인식을 가졌던 사람도 변했다는 걸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어요.”
 

특수교사가 되고 나서 가장 어려웠던 건 ‘기다림’이었다. 직접 하면 10초 만에 끝날 일이 아이들 손에서는 10분, 20분이 걸렸다. 초임 시절에는 기다리지 못하고 직접 신발도 신겨주고 옷도 입혀줬다. 그게 돕는 거라고 여겼다. 한 해, 두 해 보내고 나서야 기다림이 존중의 시작이라는 걸 깨달았다. 교사가 대신하는 건 아이들이 성장할 기회를 뺏는 일이었다. 주 교사는 “장애를 대할 때 무조건 도와줘야 하는 것, 수동적인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통합학급에서 도우미 친구 활동을 많이 도입해요. 가령, 수업 시간마다 도우미 친구가 특수학급 친구의 교과서를 대신 가져다주는 식이죠. 학생들이 장애는 도와줘야 하는 것이라고 오인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도와주고 싶지 않을 수도 있고요. 도와줘야 한다는 말에는 장애와 비장애를 구분 짓는 인식이 포함돼 있어요. 장애가 있어서 돕는 게 아니라, 우리는 원래 서로 돕고 사는 존재라는 점을 가르쳤으면 합니다. 장애보다 개인의 존재를 먼저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수교사는 혼자서 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까이는 학생의 보호자와 통합학급의 학생, 담임교사와 협력해야 한다. 지역 사회의 유관기관, 사회의 시선, 제도까지 살피면서 일한다. 주 교사는 “아이들의 행복,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서로 존중하는 마음, 믿어주는 마음, 우리 아이가 소중한 만큼 다른 아이도 소중하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말을 한마디로 압축하면 어떤 걸까, 고민했어요. ‘존재로 충분한 세상’이 떠오르더군요. 장애가 장애 되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지금 나의 자리에서 모든 사람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입니다.”

김명교 기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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