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전에는 학생이 자발적으로 찾아와 진로·진학상담을 요청하는 일이 많았다. 학기 초와 말에는 주로 3학년 학생들이 자신의 진학 설계에 관한 고민을 털어놨고, 2학년들은 1학기 중간고사를 전후해 자유학년제 이후 처음 경험하는 정규 고사에 관한 궁금증과 학습 전략 등을 묻곤 했다. 1학년의 경우 학년말부터 2학년 학교생활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코로나 이후 줄어든 상담 신청
자발적 상담이 이어지니 전 학년 상담을 할 여유가 없었고, 필요성도 크지 않았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 후 면대면 상담 신청을 신청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학생이 늘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블렌디드 러닝을 상담에 접목했다. 우선 학생들의 의사를 존중해 상담을 대면(온라인 대면 포함)과 비대면 상담으로 이원화하고, 전교생이 최소 1번은 필수적으로 상담받을 수 있게 준비했다.
등교 수업 기간에 이뤄진 대면 상담(면대면 상담, 온라인 대면 상담)은 코로나 전보다 더 역동적이었다. 누군가를 만나는 데 제약이 많아 힘들었던 아이들은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을 기회가 생긴 데 들뜬 표정이었다. 대면 상담을 신청한 학생들은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아정체감이 형성된 경우가 많아 이야기를 들어만 주어도 스스로 다음 상담을 예약했다.
온라인 대면 상담을 신청한 학생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직접 대면을 다소 불편해하고, 상담실보다는 가정의 편안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가정이라는 공간의 안정감은 학생들이 자신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됐다. 가정의 학습환경(공부방, 형제관계, 부모님 관심사 등)을 살필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비대면 상담을 원한 학생들은 상담에 거부감이 있거나, 학습에 대한 무관심, 학업 부진 등을 경험한 경우가 많았다. 진로·진학에 관한 이야기를 어렵게 여기고, 불안감·불편함을 솔직히 표현한 경험도 적어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했다. 그래서 비대면 상담을 시작할 때는 큰 기대가 없었다. 수동성·강제성이 내포된 필수 상담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불안도 컸다.
그러나 상담이 시작되자 아이들의 마음이 열리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조심히 꺼내기 시작했다.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문제점과 그 이유, 그리고 해결을 위해 필요한 것을 냉철히 판단하고 있었다. 단지 이 아이들은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없고, 격려받지 못해 입과 마음을 닫고 있던 것이다.
비대면 상담에서 더 큰 변화
아이들의 성장, 변화 측면에서 보면 대면 상담보다 비대면 상담에서 아이들의 변화가 더 크게 느껴졌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아이들의 목소리와 주변 소리, 채팅창을 통해 자신들을 천천히 표현하는 게 보였다. 틈틈이 들리는 웃음소리, 단답형으로 시작했던 말이 길어지고, 교사의 질문보다 아이들의 이야기가 더 길어지는 것을 보며 조금씩 살아남을 느꼈다.
올해 상담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경험이었다. 아이들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교직생활 28년을 통해 아이들을 잘 이해한다고 자부해 온 내게 충격이었다. 이 경험은 나를 교사로 세워주는 선물과 같았다. 이 선물을 다시 아이들에게 돌려주기 위해 내일도 아이들과의 만남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