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火天大有)에서 배우는 지혜

2021.12.06 10:30:00

하늘 높은 곳에 밝은 빛이 있어 온 세상을 비추는 형

최근 언론에서 자주 듣는 단어중의 하나가 ‘화천대유’이다. 이는 주역(周易) 64괘(卦) 중의 하나인 화천대유괘(火天大有卦, )에서 나온 말이다. 

 

주역(周易)에서는 3개의 양효(陽爻, )로 이루어진 건괘(乾卦, )를 부지런히 움직이는 태양 또는 하늘로 상징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양은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부지런히 강건하게 움직인다. 겉에는 2개의 양효(陽爻, )가 있으나 속에는 1개의 음효(陰爻, )가 있는 리괘(離卦, )는 ‘밝음’ ‘불[火]’ ‘문명(文明, 文彩가 나고 分明함)’ 등을 상징한다. 밝게 타는 촛불을 보면 속의 온도가 겉의 온도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은 것과 같다. 이상의 괘(卦)들은 우리나라의 태극기에 모두 나오는 것이다. 

 

화천대유괘(火天大有卦, )는 아래에 하늘을 의미하는 건괘(乾卦, )가 있고 위에는 불을 의미하는 리괘(離卦, )가 있으니, 하늘 높은 곳에 밝은 빛이 있어 온 세상을 비추는 형상이다. 사람들이 어둡고 추운 동굴에서 나와 따뜻한 빛을 쬐기 위해 모여드는 것과 같다. 사람이 모이니 재물 역시 많이 소유할 수 있어 크게 형통(亨通, 온갖 일이 뜻대로 잘됨)하다. 사람으로 비유하면 얼굴에 화색이 돌고 부지런한 경우에 해당된다. 일이 잘 풀리고 재물과 사람들이 모이니 몸과 마음이 좋지 않을 리가 없다. 

 

이러한 화천대유괘에 대하여 공자(孔子)는 어떻게 이해하였을까? 

 

첫째, 유순(柔順)한 사람이 존엄한 자리에 있어 다른 사람들이 모두 따르는 것이라고 보았다. 남자 9명과 여자 1명이 있으면 여자가 상대적으로 귀하기 때문에 대접을 더 받는 경향이 있고, 남자 1명과 여자 9명이 있으면 남자가 상대적으로 귀하기 때문에 대접을 더 받는 경향이 있듯이, 유일한 음효(陰爻, )를 5개의 양효(陽爻, )들이 받들고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 더군다나 음효(陰爻)가 있는 자리는 예전의 기준으로 보면 임금에 해당되니, 선생님·회장님· 핵심인물·지도자·큰손·가장(家長)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지도자의 권한은 그렇지 않아도 막강한데 그러한 지도자가 강경하게 사람들을 대하면 사람들이 진심으로 잘 따를까? 겉으로는 따르겠지만 심복(心腹)하지는 않을 것이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일수록 유순하면서 인자하게 사람을 대하여야 사람들이 잘 모이고 순종하게 될 것이다. 권한이 많은 지도자일수록 유순하여야 결과적으로 대유(大有, 크게 所有함)할 수 있음을 공자(孔子)는 지적한 것이다. 

 

 

둘째, 중(中, 中道에 맞음)이 아니라 대중(大中, 크게 中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중도(中道)를 잘 지키는 것이다. 재물(財物)이 많아지면 그로 인한 분란이 일어나기 쉽다. 따라서 어느 모임이나 단체에서 회장·총무·재무 등은 반드시 신뢰가 있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상식이다. 흔히 재산이 많은 집안에서는 상속할 때 분란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고, 상속할 재산이 없는 집안에서는 오히려 형제간에 우애가 더 좋은 경우가 많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항상 중도(中道)를 지켜야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공자(孔子)는 대유(大有, 크게 所有함)한 때일수록 대중(大中, 크게 中함)하여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셋째,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잘 호응(呼應)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소유한 것이 많아지고 사람들이 많이 모일수록 상사와 부하가 서로 잘 응(應)하여야 불협화음이 일어나지 않는다. 재물이 많아질수록 사심(私心)이 더 생겨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질 수 있음을 경계하였다. 구성원 사이에 서로 의심하기 시작하면 이득의 분배에서 반드시 분란이 일어나는 것이 상례이다.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믿고 일을 시켜야 하고,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믿고 따라야 모두 대유(大有, 크게 所有함)할 수 있다. 

 

넷째, 화천대유괘(火天大有卦, )는 아래에 강건(剛健, 剛하고 굳셈)함을 의미하는 건괘(乾卦, )가 있고, 위에 문명(文明, 文彩가 나고 分明함)을 의미하는 리괘(離卦, )가 있다. 따라서 공자(孔子)는 대유(大有, 크게 所有함)하기 위해서는 강건(剛健)하면서 문명(文明)하여야 함을 강조하였다. 강건(剛健)하면 매사에 성실하게 행동하게 되므로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를 수 있다. 문명(文明)은 문채(文彩, 무늬)가 밝게 빛난다는 의미인데 동물적인 삶이 아닌 인간이 마땅히 지켜야할 도리를 지키는 것이다. 이는 곧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다. 진리를 깨달으신 부처님에게 광배(光背)가 있듯이 공부를 열심히 하거나 도(道)를 깨우치거나 어느 분야에 전념하다보면 그 사람에게서 광채가 나서 얼굴이 밝아 보인다.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그 사람이 우울하고 어두워 보이고, 일이 잘 풀리고 신이 나면 얼굴이 밝아 문채(文彩)가 나는 법이다. 문명(文明)의 본래의 의미는 자동차·휴대전화·로켓 등과 같은 과학의 발달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을 제대로 지키는 것이었다. 

 

재물을 열심히 모았는데 이를 인간의 문명(文明)을 밝히는 데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자신만의 쾌락을 위하거나 다른 사람을 고통스럽게 한다면 이는 제대로 대유(大有, 크게 所有함)한 것이 아니다. 열심히 성실하게 굳건한 삶을 살면서 문명(文明)을 밝히면 저절로 대유(大有)하게 될 것이다. 

 

다섯째, 하늘의 뜻에 맞추어 시행(時行, 때에 맞춰 行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겨울이 오는데 얇은 옷을 입거나, 여름이 오는데 두꺼운 옷을 입으면 이는 하늘의 움직임과 역행하므로 몸이 고생할 가능성이 높다. 마찬가지로 모든 백성이 원하면 그것이 곧 하늘의 뜻이므로 순응하면 옳고 역행하면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 하여도 한증막에 들어갈 때는 옷을 벗어야 하고, 따뜻한 실내에 있을 때는 두꺼운 옷을 벗는 것이 상례이다. 물론 추운 한데에서는 당연히 따뜻한 외투를 입어야 얼어 죽지 않는다. 이와 같이 자신이 처한 여건과 때에 따라 제대로 행동하여야 대유(大有)하여 크게 형통(亨通)할 수 있다고 공자(孔子)는 강조하였다. 

 

때에 맞춰 잘 행(行)하여야 대유(大有)한다

이러한 화천대유괘(火天大有卦, )에서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어떠한 지혜를 얻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첫째, 지도자가 유순(柔順)하게 사람을 대하여야 대유(大有)한다고 하였는데, 이는 운동을 하거나 식이요법 등 일상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경직되지 말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한데, 체질별로 보았을 때 태양인(太陽人)은 목표를 세우고 실천함에 있어서 너무 급박한 마음이 앞서기 쉬우며 자신이 대장이 되어 이끌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향이 있으므로 좀 더 부드럽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좋다. 소양인(少陽人)은 호승지심(好勝之心, 이기기를 좋아하는 마음)이 강하기 쉬우므로 승부에 너무 연연하지 않는 것이 좋으며, 태음인(太陰人)은 은근히 겁심(怯心, 怯나는 마음)이 있기 쉬우므로 경직되지 말고 편하게 대처하는 것이 좋다. 소음인(少陰人)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속으로 불안한 마음을 가지기 쉬우므로 유순한 지도자를 만나도 믿고 따르는 것이 좋다. 

 

둘째, 대중(大中, 크게 中함)하여야 대유(大有)한다고 하였는데, 이는 건강유지에 있어서 기본이다. 일상생활에 있어서 일과 휴식의 균형이 잘 잡혀야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듯이, 술이나 음식을 먹더라도 기분이 좋을 정도로 적당히 먹어야 하며, 운동도 근육이 파열될 정도로 지나치게 하거나 너무 안일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기분이 좋을 정도로 적당히 하는 것이 좋다. 몸과 마음이 적당히 편안해야 진정으로 대유(大有)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상하(上下)가 잘 호응(呼應)하여야 대유(大有)한다고 하였다. 예전부터 사람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승화강(水升火降, 腎水는 올라가고 心火는 내려감)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심장(心臟)의 화(火)는 위로 올라가기 쉬우며 신장(腎臟)의 수(水)는 아래로 내려가기 쉬운데, 이렇게 되면 위에 있는 기운과 아래에 있는 기운이 서로 만날 일이 없어 사람의 기(氣)가 흩어진다고 보았다.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서로 만나 소통을 하면 좋고 서로 만나지 않고 각자 자신의 길만 고집하면 불화(不和)가 심해지는 법이다. 우리가 흔히 족욕(足浴)을 하여 발을 따뜻하게 하고 머리는 시원하게 하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넷째, 강건(剛健, 剛하고 굳셈)하고 문명(文明, 文彩가 나고 分明함)하여야 대유(大有)한다고 하였다. 초등학교 학생이 아는 건강 상식만 잘 지켜도 건강을 잘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알지만 제대로 실천하지 않고, 열심히 실천을 하지만 엉뚱한 건강 상식에 바탕을 두기 때문에 건강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 자신에 맞는 건강유지 방법을 반드시 제대로 공부하고 검증된 전문 의료인과 상의한 다음 이를 성실하게 실천하는 것이 좋다. 

 

다섯째, 때에 맞춰 잘 행(行)하여야 대유(大有)한다고 하였다. 천지자연의 흐름에 맞추어 생활을 하지만 경직되지 말고 상황에 맞추어 시의적절(時宜適切, 알맞은 때에 잘 맞춤)하게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곧 건강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운동을 할 때 그날의 몸 상태에 따라 약간 더 할 수도 있고 덜 할 수도 있도록 유연하게 하여야 한다. 무엇을 하든 무리하지 말고 즐겁고 행복하게 하는 것이 곧 건강유지비법인 것이다. 

 

이상과 같이 화천대유괘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건강하게 화천대유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김종덕 한의사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