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없이 하루 시작 어렵다면, 만성피로 잡는 보약차 어때요?

2022.01.03 09:28:04

경옥고(瓊玉膏) 편

[김성용 대한한약사회 학술위원장] 피곤하지 않은 사람 누가 있으랴? 피로란 과로, 질병, 스트레스, 에너지 소모 등 여러 요인으로 몸과 정신이 지치고 힘든 상태다. 가벼운 피로는 충분한 휴식과 숙면으로 해소할 수 있다. 그러나 하루 이틀 휴식을 취해도 피로가 사라지지 않고 수면이나 일상 업무에 지장이 생기는 등 생활에 균열이 간다면 만성피로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만성피로는 그 자체로도 삶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만성 염증을 동반하며 건강의 약한 고리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꼭 해소해야 한다. 차(茶)로 마시기 좋은 대표적인 피로회복 한방 보약, 경옥고(瓊玉膏)를 소개한다.

 

 

천년 역사의 천연 피로 회복제

 

경옥고는 송나라 홍씨집험방(洪氏集驗方)에 최초로 기록됐으며 한의학의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는 동의보감에는 첫 번째로 소개돼 있다. 문헌에 따르면 경옥고는 정(精)을 채워주고 수(髓)를 보하며 진기(眞氣)를 고르게 한다. ‘정(精)’이란 생명의 발생과 그 활동을 유지하는 데에 기본이 되는 물질, ‘수(髓)’란 골수, 척수, 뇌수 자체 및 그 기능을 통칭한다. ‘진기(眞氣)’는 현대의 언어로 생명 활동에 꼭 필요한 산소와 필수 영양소로 이해할 수 있다. 보약의 의미가 ‘몸의 전체적인 기능을 조절하고 저항 능력을 키워주며 기력을 보충해 주는 약’임을 고려할 때, 경옥고는 천년을 이어져 내려온 피로회복에 좋은 보약이 되는 것이다.

 

몸과 마음의 피로를 모두 해소

 

피로는 몸에도 마음에도 쌓인다. 경옥고는 육체 피로뿐만 아니라 정신의 피로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기본적으로 경옥고에는 근육의 생성과 조직 성장에 중요한 필수 아미노산(트레오닌, 발린, 메티오닌, 류신, 아이소류신, 페닐알라닌, 라이신)이 풍부하다. 또한 근육형성 및 운동능력 향상에 뛰어난 효능으로 근력운동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아르기닌 역시 풍부하게 포함돼 있어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
 

운동 및 신체 활동 중에 근육은 포도당과 산소를 태우고 찌꺼기로 대사산물을 내보내는데, 이 대사산물 중에는 근육통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 젖산(lactate)과 활성산소가 포함돼 있어 피로를 유발한다. 경옥고는 운동 후 혈중 젖산 농도를 감소시키고 항산화 활성을 통해 육체 피로에 효과를 나타낸다. 
 

마음의 피로는 뇌에서 보내는 신호다. 만성 피로의 경우 뇌에서 염증 자극 신호가 반복화, 만성화돼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고, 반대로 질병이나 스트레스 등으로 만성 염증이 만성 피로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인터루킨-6(IL-6), TNF-α 등 여러 염증성 단백질이 관여하게 된다. 정상이라면 이런 염증성 단백질은 면역이 잘 조절될 수 있도록 하지만, 만성 염증의 상태에서는 신경학적, 생리적, 행동적 변화를 유발해 통증이나 피로, 우울감을 증가시키게 된다. 이때, 경옥고는 뇌내에서 염증성 단백질을 감소시키고 강력한 항염증 활성을 통해 정신 피로와 권태감에 효과를 발휘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블렌딩·열처리로 인삼 체질장벽 극복

 

경옥고의 재료인 인삼(人蔘)을 부르는 세계 공통 명칭은 Panax ginseng인데, ‘Panax’는 그리스어로 ‘모든 질병을 치료한다’는 의미다. 인삼의 효능은 예로부터 실크로드를 따라 서유럽까지 전해졌으며 현대에 와서도 여러 효능·효과가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인삼은 복용 후 열감을 느낄 수 있어 몸이 열(熱)한 사람은 체질에 따라 복용을 기피하라는 등, 체질을 탄다고 알려져 있다. 이는 실제 체온 상승이 아니라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면서 에너지가 빠르게 공급돼 나타나는 증상으로, 사람에 따라 복용 후 불편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경옥고는 약재 배합이라는 블렌딩(Blending) 과정을 통해 이러한 인삼의 단점을 상쇄한다. 전통적으로 찬 성질의 생지황과 평(平)한 성질의 복령이 인삼과 어우러져 중용의 약이 된다. 또 인삼의 사포닌 성분은 분자량이 큰 배당체로, 개인마다 배당체를 분해하는 장내미생물총에 차이가 있어 배당체의 흡수율이 다르다. 그런데 경옥고를 만드는 과정에서 장시간 열을 가해주면 큰 다당체가 작은 다당체로 잘게 쪼개져서 흡수가 용이하게 되고, 체질에 따라 다른 인삼의 흡수율이 개선된다.

 

프리바이오틱스 효과는 덤으로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는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영양분으로, 살아있는 유산균인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와 함께 다양한 면역활성, 항염증, 장건강 개선 등의 효과가 있다. 경옥고 원방에 따르면 생지황 즙, 세밀한 인삼가루와 복령가루, 꿀을 한데 섞어 수일간 중탕한 후 약재를 여과하지 않고 그대로 복용한다고 기재돼 있다. 
 

이처럼 경옥고는 다른 한방차와는 달리 약재를 우려낸 후 찌꺼기를 버리지 않고 온전히 섭취함으로써 프리바이오틱스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인삼의 60%가 넘는 전분과 식이섬유, 다당류, 각종 당(糖) 성분뿐만 아니라, 뇌신경 보호작용, 면역 조절작용, 장내미생물 조절작용 등 다양한 약리효과에 필수적인 복령의 다당류 역시 그대로 섭취하게 된다. 특히 복령은 장(腸)세포간의 단백질 결합을 치밀하게 하며 장내 유익균은 증가시키고 유해균은 감소시켜 만성 염증을 저해하는 역할을 해 피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재료와 온도 두 가지는 꼭 기억할 것

 

경옥고의 4가지 재료인 생지황, 인삼, 복령, 꿀은 모두 식품으로도 유통되므로 온라인, 오프라인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 다만, 식품용 한약재의 경우 유효성분의 함량규정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경옥고의 효과를 담보하기 어려우므로, 가까운 한방 약국을 방문해 식약처 품질 기준에 따른 정품 의약품용 한약재를 구매하는 것이 좋다. 또 한약의 전문가인 한약사로부터 안전하고 유효한 경옥차 복용을 위한 복약지도 서비스와 건강 관련 상담을 제공받을 수 있다.
 

생지황은 수분 함량이 80% 정도로 매우 높다. 그래서 경옥고를 만들 때 진득한 고(膏)의 형태가 되도록 역할을 하지만, 높은 수분 함량으로 유통 과정에서 변질 및 부패의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고(膏)의 형태가 아닌 차(茶)로 달일 때는 수분을 날린 건지황으로도 대체 가능하다. 건지황 양은 생지황에서 수분량을 뺀 약 15~20% 정도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건지황은 생지황의 유효성분은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면서도 부피가 작고 변패 가능성이 낮아 보관이 용이해져 겨우내 경옥차를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재료뿐만 아니라 경옥차를 달일 때의 온도 역시 중요한데, 생지황의 대표 약리 성분인 카타폴(catalpol)은 항염증, 항산화 및 기억력과 관련된 신경영양인자의 증가 등의 효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120℃도 이상의 고온에서 3시간 이상 끓이게 되면 성분이 분해되어 그 효과가 감소하게 되므로 약불로 은은하게 달이는 것이 중요하다.

 

 

경옥차 달이는 법
 

효과를 위해서는 3시간 이상 장시간의 고열을 가하는 조리법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옥차 1회 복용량은 통상 60kg의 건강한 성인을 기준으로 생지황 12g(건지황 2g), 인삼 1.2g, 복령 2.4g, 꿀 8g이며 체중, 인삼 및 당(糖)에 대한 민감도 등에 따라 용량 조절이 가능하다. 분쇄 시, 인삼과 건지황은 질이 단단하므로 소음과 안전사고에 유의한다.

 

-재료(10회분 기준): 생지황 120g(건지황 20g), 인삼 12g, 복령 24g, 꿀 80g, 물 1.3L, 가정용 분쇄기(믹서기나 푸드 프로세서 등), 착즙기, 필요시 거름망

 

-조리 순서
① 인삼, 복령, 생지황을 준비해 흐르는 물에 간단히 세척한다.
② 세척한 재료를 직경 1mm 이하의 가루로 분쇄한다. 분쇄 입자는 작을수록 복용하기 좋다. 생지황의 경우, 착즙해 나온 액만 사용해도 된다.
③ 물 1.3L에 재료를 넣고 풀어서 저어주며 강한 불로 먼저 짧게 끓인 뒤, 바로 약한 불로 줄여 달인다. 1시간 정도 약한 불로 달여 1L 정도가 되게 졸여준다. 
④ 달인 물에 꿀을 적당량 첨가해 하루 2회 100mL씩 나누어 따뜻하게 복용한다. 경옥차 속의 잔사(殘渣)는 함께 먹는 것이 좋으나, 이물감으로 불편할 경우 거름망에 거른다.
⑤ 남은 약액은 차갑게 식혀 밀폐해 냉장 보관한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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