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새삼 느끼게 하는 시기다. 당연히 할 수 있던 많은 일들이 이젠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수 있는 일이 됐다. 그러나 상황을 핑계로 의미 없는 형식만 반복한다면, 그것은 죽은 교육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코로나19 상황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들을 어떻게 구현해 학생들이 의미를 느끼게 할지 구상했다.
학생과 함께하니 보이는 답
함께하니 답이 보였다. 학생들과 신문을 함께 읽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서로를 혐오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했다. 아이들은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학생 수준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학급회의 시간에 함께 고민했다. 아이들의 집단지성은 실로 놀라웠다. 환경을 탓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극복할 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은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다는 확신이 들 정도였다.
학생들은 자신의 재능으로 다양한 나눔을 실천했다. 영상 제작에 소질이 있던 학급 회장은 온라인 음악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연주에 재능이 있던 친구들이 정성을 다해 연주했고, 멋진 음악회 영상이 완성됐다.
첫 번째 기부처는 교내 코로나 방역을 위해 애쓰는 급식실, 보건실, 지킴이 선생님들이었다. 마음이 담긴 롤링 페이퍼와 선물들, 그리고 재능기부 영상을 받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공동체라는 것은 어쩌면 서로의 수고를 알아주고, 감사하다는 당연한 표현을 함으로써 더 단단해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마케팅팀은 펀딩을 통한 기부를 실천했다. 탁상시계 겸용 무선충전기를 제품으로 선정했고,판매 취지를 설명해 혐오를 근절하자는 메시지를 담아 착한 소비운동을 했다. 예상보다 뜨거운 반응으로 물건을 완판해 170만 원의 수익금을 얻었다. 그리고 여러 학부모들도 함께 물품 기부에 동참했다.
이렇게 모인 수익금과 생필품은 장애인 복지단체에 마음 편지, 영상과 함께 기부했다. 자신감을 얻은 학생들은 또 다른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돕고 싶다며, 장애인 단체에서 만든 천연 비누를 구입해 펀딩하자고 추가 제안했다. 의미 있는 경제활동으로 모두 상생할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였다.
아이들이 보여준 나눔 이야기
적극적인 활동으로 금세 비누를 완판해 70만 원의 수익금을 얻었다. 이 역시 아이들의 마음 편지, 영상, 수제 비누와 함께 담아 전액 기부했다. 원장 수녀님께서는 어려운 시기 아이들이 뜻깊은 활동을 했다고 대견해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아이들도 뿌듯함을 느끼며 함께 살아가는 시민의 자세를 느낄 수 있었다.
코로나로 마음까지 움츠러드는 시기다. 하지만 이 시기, 아이들이 보여준 나눔의 이야기는 우리 교육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또 하나의 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코로나 시기, 피하고자 하면 핑계가 보이지만, 하고자 하면 방법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