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기술은 인간에게 편리를 제공하고 생산성 증가를 통해 생활 수준을 향상시킨다. 동시에 새로운 일과 직업이 생겨나고 반대로 기존의 일이 사라지기도 한다. 즉 기술은 일을 수행하는데 요구되는 인간의 역량을 대체하거나 보완함으로써 일의 세계를 변화시킨다.
역사적으로 우리는 세 번의 산업혁명을 경험했고, 지금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출현을 목도하고 있다. 이전 산업혁명을 가져온 기술처럼 인공지능은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는 범용기술의 특성을 갖는다.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스스로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 머신러닝, 자율주행 자동차, 돌봄 로봇, 판례와 법률을 조사·분석하거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방법을 찾아내는 시스템은 인공지능의 광범위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
기술 진보가 빠르고 적용 범위가 광범위하면 인간사회에 가져올 변화를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그래서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낙관과 비관이 혼재한다. MIT의 에릭 브리뇰프슨 경제학 교수는 인공지능이 높은 수준의 인지적·육체적 능력을 요구하는 일을 수행함으로써 저숙련 일자리는 물론 고숙련 일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한다.
기술의 잠재력과 도입은 별개 문제
하지만 기술이 가진 잠재력과 실제 일상생활과 일터에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새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지 학습해야 하고, 교육훈련도 필요하다. 또 기술활용의 효과를 제고하기 위한 인력 재배치와 기업의 재조직화,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촉진하고 지원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이 발명되도 실제로 도입되기까지는 큰 시차가 발생한다. 글로벌 기업 CEO를 대상으로 조사한 세계경제포럼과 맥킨지 연구보고서가 인공지능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가 생각보다 적을 것으로 예측한 것은 이런 인식을 반영한다.
범용기술로서의 잠재력은 동시에 큰 불확실성을 의미한다. 게다가 기술이 가진 잠재력을 실제 생활에 구현하는 것은 그 사회의 제도적 환경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인공지능 시대의 역량이 컴퓨터 활용능력 같은 특정 영역에 한정될 것으로 보는 것은 협애한 시각이다.
최근 연구들은 새로운 문제를 감지하고 해결하는 능력, 사회적 감수성, 섬세한 의사소통을 통한 서비스 제공 능력,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인지하고 적절히 조절하는 능력의 중요성을 공통적으로 강조한다. 즉, 단순·반복 활동이 기술에 의해 자동화될 때, 인간은 가치 있는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이때 인공지능은 이러한 인간의 능력을 더욱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무엇을 성취할 것인지 아는 게 핵심
이세돌 9단과 중국의 커제 9단을 이긴 알파고의 출현은 바둑계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이제 프로 기사들은 알파고와의 훈련을 통해 역사상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바둑의 가능성을 배우고 있다. 인공지능과의 협업이 그동안 인지하지 못했던 새로운 능력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향상시킬 수 있게 도와준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 시대에 우리는 어떤 역량을 키워야 하나? 인공지능과의 협업이 가져올 가능성은 기술적 이해와 친숙함만으로는 실현되지 않을 것이다. 결국 기술이 가져다 줄 혜택을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성취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능력이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