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요즘. 학교마다 대체 강사를 구하느라 많이들 힘든 시기에요. 전담 과목으로 비는 시간이 있어서 쉬는 시간에는 교무실에서 전화가 오는 일도 빈번해요. “선생님, 보결 좀 부탁해요.” 하는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리지요. 다들 힘들고 바쁜 시기. 선생님들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묵묵히 빈 자리를 메우고 있어요. 우리만 힘든 건 아니니까요.
교사의 코로나19 확진으로 빈자리가 속출하고 있는 요즘. 학교로 온 지침을 보다가 놀랐어요. 그래서 눈을 비비고 다시 들여다봤지요. 눈이 이상한 것인지, 지침이 이상한 것인지 한참을 보다가 허탈해졌어요.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면 교원자격증이 없어도 대체 강사가 될 수 있다는 한 줄의 지침. ‘교사자격증은 아무것도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교사자격증이 없는데 어떻게 강사가 될 수 있는 것일까요? 좋지 않은 상황이라 한 시간이라도 빈 시간이 생기면 보결을 하는 선생님들. 보결 수업에 여념이 없으신 교감, 교장 선생님들. 거기에 명예퇴직을 하시고도 강사 구하기가 힘들다는 말씀에 학교에 나와 주시는 선배 선생님들. 자격을 가진 교사들로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런데 이 혼란을 틈타서 스리슬쩍 교사자격증 없는 무자격자를 대체 강사로 채용할 수 있다는 공문은 교사들을 답답하게 만들어요. 솔직히 이야기하면 자괴감이 들게 만들지요. 교사자격증은 교육부도 인정해주지 않는 쓸모없는 종이 같아서 말이지요.
운전면허증 없는 사람이 버스 운전을 하는 것 가능할까요? 의사면허증이 없는 사람이 병원에서 사람들을 치료하는 게 가능할까요? 말만 잘하면 변호사 자격증이 없어도 법정에서 사람들을 변호할 수 있을까요? 자격이 필요 없는 직업도 있지만, 자격이 있어야만 가능한 직업도 있어요. 교직도 그중 하나지요. 법조문에도 명시되어 있어요. 교육공무원법 제32조 1항에 따르면 기간제 교원을 임용할 때는 교원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교원으로 임용할 수 있어요. 초·중등교육법 제21조 2항에도 교사는 교사자격증을 받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 명시되어 있지요.
시행령이나 조례 등에서 지침의 근거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억지로 끼워 맞춘 근거로 미자격자들을 대체 강사로 채용하려는 시도는 교육의 근간을 무너뜨리겠다는 의도로 비쳐질 수도 있어요. 대체 강사를 구하기가 어려우면 기존 65세에서 70세까지로 연령 제한을 한시적으로 풀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어요. 굳이 자격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교직을 개방하면서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필요는 없는 것이지요.
만약, 자격 없는 사람들이 대체 강사가 되어도 교육의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이 땅의 교사들을 무시하는 어처구니없는 처사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교원 단체들도, 현직에 있는 관리자분들도 이런 지침에 대해서 항의를 많이 하는 상황이에요. 각 학교에서도 자격증 없는 대체 강사를 구하는 일을 삼가고 있어요. 교사자격증이라는 마지막 보루는 지키기 위해서 말이지요. 그것마저 무너지면 교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전문성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니까요.
학교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기관이 아니에요. 미래의 일꾼을 위한 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이지요. 대체 강사라지만 교사 자격 없는 사람들을 교사로 세우는 것은 어쩌면 교직을 무력화시키려는 포석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해요. 지금까지 현장의 목소리와는 다른 많은 시도가 있었으니까요. 2017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기간제 교사를 임용고사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하고자 했던 시도. 지난 1월에는 정규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따라서 초등교사가 체육 수업을 충실히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스포츠 강사를 의무적으로 배치하기 위해 학교체육진흥법을 개정하려고 했었지요. 여러 정황으로 미루어봤을 때, 학교는 이미 교육이 아니라 일자리 확충을 위한 텃밭이 되어 버린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들어요.
요즘 학교 상황이 힘들더라도 대체 강사는 자격을 가진 분들이 해주시면 좋겠어요. 바쁘시겠지만 선생님들도 보결 수업에 잘 협조해주시고, 관리자분들도 힘을 보태주셔서 교사로서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킬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교직은 전문성 없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