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공부’ 하면 팽팽한 줄다리기 같은 이미지가 떠오른다. 게임을 더 하려는 아이와 공부를 더 시키려는 부모 사이의 갈등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게임은 그간 ‘공부의 적’이라는 시선으로 다뤄졌고, 지금도 물과 기름처럼 공존하기 어려운 대상으로 여겨진다.
게이미피케이션 가로막는 선입견
2010년 전후로 나온 게임과 교육에 관한 연구를 살펴보면, 국내외를 불문하고 자녀와 부모 간에 극명한 시각 차이가 있다. 학생들은 게임의 교육적 활용에 대한 기대가 높은 반면, 부모와 교사들은 그렇지 않다. 게이미피케이션의 교육적 효과성에도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것은 강한 선입견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필자는 사실 게임의 교육적 활용에 반대 입장이었다. 게임과 가까운 세대지만 그동안 경험한 게임들이 공부와 크게 관련이 없어서다. 그럼에도 게임을 수업에 적용한 이유는 바로 아이들 때문이었다. 시골 학교로 첫 발령을 받았을 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수학에 흥미를 갖지 않는 아이들의 모습에 좌절했다. 어떻게든 수포자로 만들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아이들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노잼'이었다. 사실 상처도 많이 받고 포기하려던 찰나 우연히 칸 아카데미를 접했다.
칸 아카데미는 게이미피케이션 요소를 가미한 온라인 수학 학습 프로그램이다. 이를 수업에 접목하려는 첫 시도는 사실 실패였다. 2017년만 해도 인프라 등에 여러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칸 아카데미를 적용했지만, 그 과정에 지쳐버려 만들기만 하고 잊어 버렸다. 그렇게 1주일 정도 지났는데, 학생들이 스스로 칸 아카데미를 하는 모습을 우연히 볼 수 있었다. 이에 힘입어 에듀테크 기반 교육을 아이들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해소된 불안, 강한 신뢰
가장 큰 난적은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학부모님들이었다. 핸드폰 사용 때문에 집에서 갈등이 잦은데, 학교에서 오히려 그것을 활용하니 걱정스러운 것도 이해됐다. 그래서 택한 방법은 바로 ‘공개'였다. 학부모들과 게이미피케이션과 에듀테크를 체험하고 이야기를 나눴다. 그 후, 학부모들은 이런 교육을 응원하는 서포터가 됐다. 해소된 불안은 강한 신뢰로 탈바꿈했고, 신뢰는 새로운 시도를 위한 자양분이 됐다. 그렇게 게임을 중심으로 교사, 학부모, 학생의 ‘원팀'이 만들어졌다. 수업이 바뀌니 교실이 바뀌었고, 교실이 바뀌니 학교가 바뀌었다. 이런 변화는 교육부 장관의 학교 방문과 교육부 정책 반영으로 이어졌다.
이는 기적이 아닌 진정성의 힘이었다. 머릿속의 이해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마음의 이해다. 아무리 좋은 정책과 연구 결과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그래서 적극적인 공개로 정보의 부재에서 오는 불안을 해소하고, 진정성으로 마음을 설득해야 한다. 이는 새로운 교육 방법에 대한 신뢰로 이어져 더 나은 교육을 위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