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도 자사고도 아닌 '신성고'입니다

2022.04.19 14:52:34

평준화지역 일반고임에도 전국급 대입 성적
2022학년도 수능 자연계 전국 수석도 배출
비결은 강요 아닌 자발적 면학 분위기 조성
독서·예체능 활동에 도시형 기숙사도 한몫

 

 

이른 아침 경기 신성고등학교 복도에 '딸랑딸랑' 울려 퍼지는 종소리. 책을 가득 실은 북수레가 등장했음을 알리는 신호다. 다른 학교에서는 등교를 서두를 시간 신성고 학생들은 이렇게 책과 함께 '북 모닝'을 시작한다.

 

신성고(교장 조동호)는 경기 안양 지역 입시 명문으로 꼽힌다. 2022학년도 대입에서도 서울대 13명, 의대 28명 등 많은 학생을 유수 대학에 진학시켰고, 수능 자연계 전국 수석도 배출했다.

 

특기할 점은 신성고가 특목고도 자사고도 아닌 평준화 지역(안양, 과천, 의왕, 군포)의 일반 고등학교라는 점이다. 좋은 평판 덕에 비교적 성적 우수자 지원 비율이 높긴 하지만, 전체 입학생 성적은 중위권이 많고 상·하위권은 적은 정규분포 곡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매년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2004년 원천학원(이사장 안대종)이 들어선 후 '지성과 덕성’에 초점을 맞춘 체계적인 혁신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엔 '독서'와 '예·체능'이 있다.

 

신성고 등교시간은 오전 8시다. 9시 등교제가 시행 중인 경기도에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이른 등교를 하는 것은 아침 독서 활동을 위해서다. 매일 독서하고 하루 한 줄 독후감을 남기는 '북 모닝'을 통해 학생들의 독서 습관을 기른다. 또한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 장려하는 '북 오디세이', 소규모 독서클럽에서 심도 있는 토론을 하는 '북클럽&리딩'이 연중 이어진다. 연말에는 교사와 학생이 모두 참여해 토론 배틀을 벌이는 '학술제'를 통해 그간 쌓은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제공한다. 교내 도서관에 비치된 6만여 권의 장서는 이를 위한 든든한 밑거름이다.

 

다른 한 축은 예·체능 활동이다. 1인 3기를 목표로 클래식기타, 골프, 수영 등 고교생이 쉽게 접하기 힘든 예·체능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특히, 틈만 나면 이어지는 운동 열기는 이 학교의 자랑이다. 운동장은 물론 골프장, 수영장, 농구장, 풋살 경기장 등 여느 대학교 못지않은 규모의 체육시설에는 땀 흘리는 학생들의 모습이 끊이질 않는다. 교내 체육 리그도 활발해 학기초부터 수능 때까지 경기가 이어진다. 유해시설 하나 없는 수리산 자락의 쾌적한 환경에서 에너지를 마음껏 발산하니 남학교임에도 학교폭력이 거의 없다. '건강한 신체에 바른 정신'이라는 말이 그대로 들어맞는 셈이다.

 

건전한 생활 습관을 통해 조성된 면학 분위기는 신성고의 자랑이다. 올해 3월, 1·2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학생 60%가 면학 분위기를 학교의 강점으로 꼽았다. 특히 도시 학교에는 드문 200명 규모의 도시형 기숙사에서 운영되는 다양한 자치형 프로그램은 학력 향상의 원동력이다. 비록 전교생을 모두 수용하지는 못하지만, 여기서 개발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은 학교 전체로 확산되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수학과 과학, 경제를 중심으로 한 과목별 특성화 동아리도 학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수학은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수준별 이동 수업을 통해 특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수능 모의고사에서 한 학년 300명 중 120~130명이 1등급(상위 4%) 수준의 성적을 낸다. 재수생이 포함되는 3학년이 돼도 3명 중 1명은 1등급을 받는다. 이렇다 보니 학원 등 사교육보다 교내 특강이나 보충수업 수강을 더 선호하는 학생이 많다.

 

조은선 신성고 교감은 “공부는 억지로 시켜서 되는 게 아니라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 학교는 독서·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이를 이뤄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교육자로서 대학 진학률보다 더 뿌듯한 것은 쉬는 시간이든 점심시간이든 운동장에 나와 뛰노는 학생들의 모습"이라며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무엇보다 선생님들의 헌신과 희생이 컸다"고 설명했다.

강중민 기자 jmkang@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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