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본으로 삼을 만한 기획안의 ‘전형’은 없다! 다루는 문제의 종류와 동원할 수 있는 정책 수단, 무엇보다 기획자의 공적 처지와 강조에 따라 기획안의 세부적인 형식과 내용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좋은 기획안을 쓰기 위해서는 ‘동참 욕망을 자아내야 하는 실행 문서’라는 기획안의 본질을 견지하면서, 많은 기획안을 읽고 쓰면서 좋은 기획안에 대한 상(像)을 ‘자기 안’에서 구성해야 한다. 이러한 ‘귀납적 체득과정’이야말로, 쉽게 넘볼 수 없는 전문성을 성취하는 방법의 ‘전형’이다.
지난 호에서는, 그 귀납적 체득과정의 일례로, 기획안이 갖추어야 하는 주요 미덕(의미·객관성·논리성·실행 가능성)의 관점에서 기획사례 하나를 살펴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기획문장을 담아보려고 한다. 기획의 목적·배경·방침 따위의 형식적 구성요소는 단지 형식이 아니다. 특정한 내용을 담는 그릇이다. 그 그릇에 맞는 내용, 그 내용에 어울리는 표현 방식이라고 할 만한 것이 있다. 교육청 시행계획에서 발췌한 표현을 사례로 살펴보자.
제목
❶ 협력적 독서·인문교육 활성화를 위한 2021 독서·토론·인문소양교육 기본계획 ❷ 2021 제2외국어 교육 내실화 추진계획 ❸ 2021 알파맨 운영계획 ❹ 2021 탈북학생 교육지원 기본계획 |
기획안 전체, 혹은 추진과제나 세부사업의 제목은 내용 전체를 아우르면서도 간단명료하게 짓는 것이 기본이다. 물론 다루는 내용의 규모에 견주어 너무 크거나 작지 않아야 한다. ❶번 ‘협력적 독서·인문교육 활성화’, ❷번 ‘내실화’처럼 지향하는 방향이나 강조점을 담아낼 수 있으면 좋다. 그러나 자칫 말이 길어져 ‘간단명료함’이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❸번 제목처럼 호기심을 자극하는 인상적인 제목이면 더욱 좋다. 본 계획서에는 알파맨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있지만, ‘알파맨’이라는 제목만으로도 ‘문제 중심의 한시적 인력 운용 시스템’이라는 기획안 내용과 방향이 읽히는 좋은 제목이다. 그러나 인상적인 제목에 대한 욕심으로 억지스럽게 말을 만들어 쓰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오히려 기획안을 이해하기 위하여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든다. ❹번처럼 건조하더라도 간단명료한 작명이 훨씬 더 낫다. 정책은 해마다 예산이 부여되고 평가가 이루어지므로 기획안의 제목에는 연도를 포함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기본계획’이라는 표현은, 별도의 시행령이 필요한 기본법처럼 세부적인 후속 계획이 있거나, 실행 주체의 자율적 공간을 남겨두고 대강의 체계만 제시할 때 사용한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 새교육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