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 가서 삼겹살 판매대 앞에서 고민했어요. 미국산 냉장 삼겹살 가격이 너무 올랐거든요. 작년에는 100g에 1299원이면 샀는데, 요즘에는 1499원이 넘어요. 100g씩으로는 고작 400원 차이지만 5kg짜리 덩어리로 따지면 1만 원이 넘게 차이가 나요. 비율로 따지면 15%나 오른 셈이에요. 너무 오른 가격에 냉장 삼겹살을 포기하고 네덜란드산 냉동 삼겹살을 카트에 담았어요. 냉장보다 훨씬 싸니까요.
음식 재료 가격도 많이 올랐지만, 식당에서 밥을 사먹는 가격도 만만치 않게 올랐어요. 학교 근처 순댓국집에 저녁을 먹으려고 갔는데, 메뉴판이 바뀌었어요. 8000원이던 순댓국 가격이 9000원이 되었어요. 재료 가격이 올라서 어쩔 수가 없다는 사장님의 말씀. 몇 달 전보다 12%나 올라버렸어요.
물가가 오른 것이 단순히 느낌일까요? 아니면, 우리 동네 마트만 이렇게 물가가 오른 걸까요? 궁금해서 통계를 찾아보았어요. 통계청에서 찾아본 2022년 6월의 소비자물가등락률은 전년 같은 달 대비 6%가 올랐더군요. 그냥 느낌이 아니었어요. 우리가 실제로 체감하고 있는 사실이 숫자가 증명하고 있으니까요. ‘월급 빼고 다 오른다.’라는 띵언(?)은 괜히 있는 게 아니에요. 월급만 빼고 다 오르는 우리들의 살림살이. 월급을 받고 2~3일 있으면 마음이 허전해요. 공과금, 카드값으로 잔고가 빠져나간 ‘텅장’. 그건 마치 간조를 맞이한 바닷가 같아요. 물이 다 빠지고 바닥이 드러나니까요.
사실, 월급은 받기 전부터 간조 상태에요. 공무원 연금 기여금은 본봉대비 13%나 떼어가요. 기준소득월액의 9%를 떼는데, 기준소득월액이 본봉보다 많아서 13%가 되거든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소득세, 지방소득세, 건강보험, 노인장기요양보험, 급식비까지. 월급명세서를 보면 공제되는 금액은 100만 원이 훌쩍 넘어요. 이미 받기 전부터 차 떼고 포 떼고 받게 되는 셈이지요.
요즘 물가가 너무 올라서 지금의 월급으로는 생활하기가 점점 팍팍해지고 있어요. 물가가 6%나 올랐고, 우리 월급은 물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이렇게 힘든 시기에 공무원 급여 동결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어요. 고통 분담 차원의 임금 동결. 그런데, 그거 아시죠? 고통은 이미 분담해오고 있다는 것을요. 2021년도 임금 인상률은 0.9%. 2022년은 1.4%. 물가가 오른 만큼 임금은 인상되지 않았어요. 거기에 전 국민이 받는 코로나19 격리지원금, 일반 회사원은 받을 수 있었지만, 공무원은 쏙 빼놓고 주지 않았었지요.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말이에요. 우리는 언제까지 고통을 분담해야 할까요?
물가가 이렇게 오르는데 임금을 동결하는 것은 역차별이에요. 최저임금은 지난 2년간 해마다 5%씩 인상을 하고 있는데,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바닥을 기어가고 있어요. 지난 10년간 전체 근로자 임금이 38%나 인상될 동안 교사 임금은 9호봉 기준으로 고작 26% 인상되었죠. 본봉만 그런가요? 담임 수당은 13만 원. 종일 아이들 생활지도하고, 급식지도 하고, 학부모 민원 전화 받는 수당이지요. 아이 한 명당 하루 200원에 무한대로 일거리가 늘어나요. 담임을 맡지 않고 싶어 하는 이유에요. 바닥을 기는 임금 인상률.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 각종 수당….
숫자는 똑같지만, 날이 갈수록 우리가 받는 임금은 줄어들고 있어요. 인플레이션은 단지 물가가 오르는 것을 뜻하지는 않아요.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지요. 똑같은 돈으로도 할 수 있는 일, 살 수 있는 것이 줄어들고 있어요. 임금을 동결한다면 해마다 물가 인상률만큼 임금이 삭감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코로나19로 인한 양적완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그와 더불어 날이 갈수록 치솟는 대출 금리까지. 요즘같이 어려운 때에 고통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찾아와요.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는 순간이 되면 누구나 망설이고, 주저하고, 답답함을 느끼니까요. 최저임금도 5%나 인상하는 요즘. 우리의 임금도 물가 상승률만큼은 인상해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