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등록금이 동결된 지 14년째다. 반값 등록금으로 학생 부담을 줄이고, 고등교육기관에 진입하는 학생을 늘려 국가경쟁력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취지였지만, 14년이 지난 지금 그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살생부’로 불리는 기본역량진단
우리나라 대학은 대부분 사립이다. 사학 재정 구조 특성상 학생등록금과 법인전입금, 기부금 외에는 재원을 확보할 방법이 거의 전무하다. 이런 상황에서 등록금 동결에 대응할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 정원을 확대해 학생등록금 재원을 늘리거나, 법인 수익사업 등을 확대해 법인재정을 확보하는 방법이다.
법인 수익을 늘리기 위해 불안정한 투자를 선택할 경우 되레 더욱 심각한 경영난에 빠질 위험이 있기에 대학들은 학생 정원을 늘리는 양적성장에 집중해왔다. 그 결과가 70~80%에 달하는 대학 진학률이다. 언뜻 고등교육의 양적성장이 잘 이루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고등교육의 질적 하락이 초래됐고, 이제는 학령인구 감소로 정원마저 감축해야 하는 심각한 위기에 놓였다.
결국 유일한 해결책은 정부 주도의 재정지원이다. 정부는 ‘대학 기본역량진단’을 거쳐 재정을 지원하는 정책을 2015년부터 실시해왔다. 여기서 재정지원 대상에 선정되지 못하면 폐교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가의 ‘살생부’로 불려왔다. 대학의 사활이 걸린 평가인 만큼 각 대학들은 평가 준비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문제는 객관성이다. 각 대학이 납득할 객관성을 확보해야 하지만, 2021년 기본역량진단 3주기 평가 결과가 일부 국회의원의 이의제기에 따라 번복되는 등 객관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같은 문제점으로 일각에서는 기본역량진단이 폐지되고 새로운 평가가 도입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교육부가 대학의 부담을 낮추는 범위 내에서 지속적인 평가를 통해 재정을 지원할 것이라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어서다. 그러나 대학등록금 동결 해지 없이 새로운 평가를 도입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크다.
새로운 평가 도입, 위험성 커
진정 대학의 평가 부담을 완화하고 재정을 지원하려면, 현행 평가들을 기관평가인증으로 통합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본다. 기관평가인증은 기본역량진단과 평가내용이 약 70~80% 정도 중복되고, 대학경영 전반을 더 폭넓게 평가하므로 상당히 포괄적이다. 기본역량진단과 결과가 거의 동일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유사한 평가를 새로 만들거나 컨설팅 등을 더 늘리는 것은 새로운 부담을 늘리고 행정 소모만 더 할 뿐이다.
아울러 근본적인 대학 재정난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보다 안정적으로 대학 자율경영이 실현되도록 고등교육에 대한 당국의 종합적인 고민과 노력을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