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총(회장 정성국)이 25일 ‘생활지도법 마련’ ‘교원 증원’ 등을 골자로 교육부에 ‘2022년도 상‧하반기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정성국 제38대 교총회장 취임 후 처음이자 윤석열 정부 대상 첫 단체교섭이다.
교총이 요구한 교섭과제는 △교원 근무 여건 개선 △교원 처우 향상 △교권 확립 △교육환경 개선 등 분야에서 총 75개 조 120개 항이다. 학급당 학생 수 20명 감축, 교원 증원 등 미래교육을 위해 국가적 결단이 필요한 사안부터 생활지도법 마련, 교원배상책임보험 확대 등 현장 체감도가 높은 과제까지 총망라됐다.
정성국 회장은 “13만 회원들이 75년 역사상 최초로 초등교사 회장을 선택한 의미에는 이번에야말로 현장의 고충과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달라는 염원이자 명령이 담겨있다”며 “제38대 교총 회장단은 전국 17개 시‧도교총과 총력 활동을 전개해 교원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교섭과제들을 끝까지 관철해 낼 것”이라고 밝혔다.
최우선 과제는 ‘생활지도법 마련’ 등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다. 수업방해 등 문제행동 시 교사의 생활지도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함으로써 교권은 물론 대다수 학생의 학습권을 보호하는 내용이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생활지도 강화 법안(초‧중등교육법, 교원지위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위해 교육부의 협력을 요구했다. 또 교원의 교육활동이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침해받지 않도록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교원에게 업무용 전화번호 서비스를 지원하고 휴대전화로 인한 교권침해를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도 포함했다. 학교 교권보호위원회의 내실 있는 운영과 객관성‧전문성‧신뢰성 담보를 위해 교육지원청으로의 이관을 촉구했다.
아울러 국가 차원의 ‘교원배상책임보험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각 시‧도교육청별로 보험사에 단체가입해 운영 중인 책임보험에 대해 지역 별 차이를 개선하고, 보상 대상‧내용‧범위를 확대할 것을 제시했다. 이밖에 갈수록 복잡해지고 갈등의 소지가 되는 학교 노무 문제 해결 방안으로 ‘1학교 1노무사 배치’를 요구하고, 전문성 신장 효과가 없는 교원능력개발평가의 폐지를 촉구했다.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감축과 교육 내실화를 위한 교원 증원도 주요 교섭과제로 요구했다. 또 유치원 학급당 유아 수 감축, 특수교사 법정 정원 확보를 촉구하는 한편 보건‧영양‧사서‧전문상담교사 증원도 주문했다. 특히 현재 중학교 교원 6명 중 1명, 고교 교원 5명 중 1명이 기간제 교원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규교원 확충을 강조했다. 교총은 “학생 맞춤형 교육 실현과 감염병 예방을 위한 교실 내 밀집도 개선, 대면‧원격수업의 효과성 제고 등을 위해서는 과밀학급 해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학급당 26명 이상인 초‧중‧고 과밀학급은 8만 6792개로 전체 학급의 40%에 달한다.
교사가 학생 교육에 전념할 수 없게 하는 비본질적 행정업무의 폐지도 촉구했다. 이를 위해 학교 행정실 명칭을 ‘교육행정지원실’로 변경하고, 교원이 비본질적 행정업무를 하지 않도록 교원업무매뉴얼 마련을 요구했다. 아울러 기존 행정업무 및 사업에 대한 일몰제 도입 등도 제시했다.
근무여건과 관련해서는 △초등 담임교사의 수업 부담 경감을 위한 교과전담교사 배치기준 개선 △시‧도교육청 및 교육지원청에 보결전담 지원인력풀을 구성하고 학교에 지원하는 체제 구축 △소규모학교 부장교사 인원 확대 △사립교원 인사교류 활성화 등을 과제로 포함했다.
또 교원 처우 개선에 대해 사실상 20년간 동결된 보직‧담임수당 인상을 비롯해 교감 직책수행경비 신설 등 제 수당 현실화를 촉구했다. 특히 정부가 내년도 공무원 보수 인상률을 1.7%로 책정해 사실상 실질임금을 삭감한 데 대해 ‘물가상승률에 비례한 보수 현실화’를 요구했다. 또한 합리적 기준 없이 학교급‧직위‧경력 별 차등 지급으로 원성만 사고 있는 교원연구비를 7만 5000원으로 균등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이밖에 교원 차등성과급제 폐지(본봉 산입)와 교원보수위원회 설치도 주요 교섭과제로 제시했다.
교육환경 개선 과제로는 ‘유‧초‧중등 교원 공무담임권 보장’이 눈에 띈다. 대학교수와 달리 교육감, 국회의원, 시도의회 의원 선거 등에 출마하려면 사직해야 하는 것을 입‧후보시 휴직이 가능하도록 법규 개정을 요구하는 내용이다. 교총은 “공직선거에 교육전문가인 교원의 진출이 사실상 차단돼 현장과 동떨어진 정책들만 양산되고 있다”며 “교원들이 정책 입안과정에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돌봄‧방과후학교 지자체 이관과 유치원의 ‘유아학교’ 명칭 전환도 관철시켜야 할 과제로 제시했다. 교총은 “학교는 돌봄‧방과후학교 업무에 교육기관으로서 정체성을 잃고 있고 교원들은 교육활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유아교육법상 학교인 유치원의 명칭을 유아학교로 전환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대학의 평가부담 완화를 위해 기본역량진단을 폐지하고, 대학기관평가인증제도로 통합하는 방안을 요구했다. 아울러 계약제 교원 임용 업무의 교육청 이관, 의무취학아동 관리업무의 지자체 이관을 촉구했다.
교총은 국회의 차별 입법으로 교원노조에만 허용한 전임자 배치 및 근로시간면제 제도를 교원단체에도 적용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현재 국회에 계류된 교원지위법 개정안 통과에 교육부의 협력을 요구했다. 또한 교육공무원임용령 상 교원단체 파견 근거규정을 명확히 정비해 교원단체에 교원이 파견될 수 있도록 주문했다.
교총은 향후 교육부와의 실무협의, 본 교섭에 모든 역량을 기울일 예정이다. 교총은 1991년 제정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지난 1992년부터 교육부와 단체교섭을 이어오고 있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