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전일제학교 운영, 지자체에 이관하라”

2022.10.26 10:44:06

선진국은 지자체가 맡아…왜 우리는 학교에 떠넘기나
프랑스‧핀란드‧캐나다 등 지자체나 복지단체가 운영해
교사가 업무‧민원‧책임 떠안아 정작 학생 교육에 차질
일 안하려는 게 아니라 학생 교육 잘하게 해달라는 것


내년 하반기 시범운영을 거쳐 2025년에 전면 도입될 계획인 초등 전일제학교에 대해 교육부가 11월 중 시안을 발표한다. 이에 한국교총(회장 정성국)은 26일 “보육과 사교육 부담 경감을 위해 필요하다면 운영 주체는 지자체여야 한다”며 “학교와 교원이 학생 교육에 전념하도록 선진국처럼 돌봄‧방과후학교는 지자체로 이관해 운영하는 모델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교총은 “교원은 수업 준비나 학생 지도를 해야 하는데 돌봄교실 관리, 강좌 개설, 전담사‧강사 채용 등 업무에 내몰리고, 사건‧사고에 대한 온갖 민원과 책임 부담까지 감당하고 있다”며 “본연의 교육활동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으며 교원 모두가 꺼리는 기피업무로 전락했다”고 강조했다.

 

또 “교사들의 반감이 높고 수업 외에 짬짬이 업무로 맡다 보니 돌봄, 방과후학교 확대나 질 제고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실제로 매달 달라지는 돌봄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고, 방과후학교는 돌봄 기능에 가까워 사교육비 감소로 이어지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에는 돌봄전담사 등 공무직이 집단화되면서 업무, 책임을 놓고 교사와 갈등을 빚고, 매년 반복되는 파업으로 학교가 노무투쟁의 장으로 변질되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교총 등 교육계는 선진 외국처럼 돌봄‧방과후학교 운영을 지자체로 이관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19년 각국의 초등 돌봄 현황을 조사한 결과, 주요 선진국들은 학생들의 방과 후 여가활동과 보육 부담 해소를 위해 명칭은 다르지만 방과 후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학교에 운영과 책임을 떠넘기는 우리나라와 달리 주로 지자체가 운영을 맡고 공인된 복지단체나 센터, 민간‧사설 기관이 운영하고 있었다.

 

프랑스는 돌봄 프로그램을 지자체가 담당한다. 지자체가 전문성을 갖춘 지도교사를 직접 채용하고, 여러 예체능 활동, 숙제하기 등을 돌본다. 학교는 공간만 제공한다. 핀란드도 초등 저학년 대상으로 지자체가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각 지자체가 타 지자체와 협력하기도 하고 사설기관의 프로그램을 구입해 활용하기도 한다.

 

싱가포르는 학교 돌봄센터를 운영하는데 자원복지단체나 개인사업자가 운영한다. 센터관리자, 돌봄전담사, 프로그램 강사 등을 채용해 숙제나 놀이, 레크리에이션 활동 등을 한다. 호주도 학교보다는 사설 기관에서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캐나다도 주 정부 면허를 받은 아동 보육센터나 지역사회 레크리에이션센터가 맡는다.

 

교총은 “많은 선진 외국처럼 돌봄‧방과후학교는 지자체가 주민 복지 차원에서 전담 인력과 조직을 갖추고 학교를 포함한 지역사회 전체의 자원을 활용해 책임 운영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래야 변화하는 돌봄, 방과후학교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프로그램의 질 제고나 운영 시간 확대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어 “교원들이 돌봄, 방과후학교의 지자체 이관 주장은 일을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학생 수업과 생활지도라는 본연의 책무를 더 잘하고 싶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학교는 공간을 제공하고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교총은 돌봄‧방과후학교 지자체 이관 등 ‘7대 교육현안’을 윤석열 정부에 제시하고 전방위 관철 활동을 펴고 있다. 전국 교원 청원 서명운동을 전개해 12만 명의 동참을 끌어낸 데 이어 지난 6일에는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 서명 결과를 직접 전달하며 정부의 이행을 촉구했다. 아울러 25일 교육부에 요구한 ‘2022 단체교섭’에도 핵심과제로 포함해 협의에 나선 상태다.

 

정성국 회장은 “학교 현실에 맞지 않는 시안을 일방적으로 발표하면 혼란만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현장과 충분한 소통과 협의를 거쳐 방안을 마련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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