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들어가고 ‘성평등’ 빠진다

2022.11.09 16:08:04

교육부 새 교육과정 행정예고 “관련 법령, 국민의견 등 종합적 판단”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자유민주주의’ 표현이 들어가고, ‘성(性)평등’ 표현은 빠진다.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인 ‘자유경쟁’ 개념이 보완된다. 초·중학교 정보수업은 확대되고, 이태원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교육이 강화된다.

 

교육부(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이주호)는 9일 ‘초·중등학교 교육과정’과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행정예고를 진행하면서 기존 시안에서 변경된 내용을 안내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헌법 전문, 관련 법률 규정, 역대 교육과정 사례, 국민참여소통채널 의견 수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가 반영했다”고 밝혔다.

 

우선 역사 과목에서 ‘자유민주주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시대·역사상 맥락에 맞게 추가했다. 이는 지난 8월 연구진 시안 최초 공개 이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명확히 하기 위해 ’자유‘의 가치를 반영한 민주주의 용어 서술을 해달라는 지속적인 요구를 반영한 것이다. 중·고교 한국사 성취기준 해설 등에도 이 같은 내용이 들어갔다.

 

사회 교과에서는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인 ‘자유경쟁’ 등이 빠진 것에 대한 문제 제기와 고교 통합사회에 제시된 ‘성소수자’ 용어에 우려가 있어 이를 수정·보완했다.

 

‘성’ 관련 표현의 경우 도덕·보건 교과에서도 일부 수정·보완작업이 이뤄졌다.

 

정책연구진은 도덕에서의 ‘성평등’ 용어에 대해 성과 관련한 철학적 논의를 학습하는 교과의 특성을 고려해 기존 성평등에서 ‘성에 대한 편견’이나 ‘성차별의 윤리적 문제’ 등으로 변경했다. 보건의 경우 정책연구진은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를 ‘성·생식 건강과 권리’로 수정하고, 성취기준 해설에 ‘성·임신·출산과 관련한 건강관리와 육아휴가 등 권리’에 관한 학습 내용임을 서술했다.

 

정보교육 시수는 두 배 늘어나고 시간 배당 기준도 명확해졌다. 현재 정보교육은 초등의 경우 17시간, 중학교는 34시간 ‘편성·운영할 수 있다’고 했지만, 개정안에서 초등은 5∼6학년 ‘실과’ 과목 내 정보교육 단원을 통해 34시간 이상, 중학교는 정보 과목을 통해 68시간 이상 정보교육을 ‘편성·운영해야 한다’고 변경됐다.

 

수학에서는 ‘행렬’이 부활했다. 그동안 학계에선 디지털 소양을 함양하기 위해 행렬 과목이 필수임을 주장해왔다.

 

또한 이태원 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안전교육을 강화된다. 학생의 발달 수준에 맞게 체험 중심의 안전교육을 관련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과 연계할 수 있도록 총론에 근거 조항이 마련됐다.

 

특수교육 교육과정에서는 교과와 연계한 실생활 중심의 ‘일상생활 활동’이 신설됐다.

 

교육부는 20일 동안(29일까지) 개정안에 대한 행정예고를 진행한다. 교육과정 시안은 교육부 누리집에서 볼 수 있다. 의견이 있는 기관·단체 및 개인은 우편·팩스·이메일 등으로 전달하면 된다.

 

정책연구진은 공청회(9월 28일~10월 8일)와 2차 ‘국민참여소통채널(과제별 공청회 이후 5일간)’ 등을 통해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2022 개정 교육과정 공청회 시안을 수정·보완해 교육부로 제출했다.

 

장 차관은 “역사, 도덕, 사회, 보건, 음악 등 쟁점이 지속되는 시안에 대해서 교육과정 개정 협의체, 교육과정심의회 등을 통해 쟁점 사항을 논의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설명했다.

 

행정예고 이후에는 교육과정 심의회의 논의와 국가교육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쳐 올해 12월 말까지 2022 개정 교육과정 최종안을 확정·고시한다는 계획이다. 

 

 

“요구 수용 긍정적… 준비·지원은 미흡”

 

교총 “교원 확보부터”

 

교원들은 학교 현장에서 우려됐던 내용이 수정됐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교육계는 헌법 취지를 존중해 민주주의 대신 자유민주주의를 명시하고, 성평등 대신 양성평등으로 대체해달라고 요구해왔다.

 

다만 성평등 용어 대신 양성평등 용어를 명확히 사용하지 않은 부분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헌법과 양성평등기본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법률용어이자 사회적으로 합의된 ‘양성평등’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고교학점제, 정보 시수 의무화의 경우 교원 확보 등 지원부터 선행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부분 역시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이날 한국교총은 공식 논평을 통해 “논란이 있었던 여러 표현 등에 있어 전반적으로 국민과 교육계의 우려, 요구사항들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이태원 사고를 고려해 다중 밀집 환경에서의 대처를 새로 포함하는 등 초·중등 안전교육을 강화한 것, 그리고 노동 편향적 관점이 아니라 시장경제와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명시하는 등 균형 있게 다룬 부분, 특수교육 대상 학생에 대한 생활교육을 중시한 점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교육과정 개편이 여전히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 적용을 목표로 하는 것은 현장의 준비상황을 고려할 때 우려된다”며 “다양한 과목을 가르칠 정규교원 확충이 시급한 상황에서 오히려 정부는 내년에 교원정원 3000명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행정예고를 통해 추가적 보완이 있기를 바라며, 특히 학생 교육의 최일선에 있는 현장 교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길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한병규 기자 bk23@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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