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와 해외의 법·제도 및 현황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시행되면서 저작권 분쟁을 우려하는 교사들이 많아졌다. 교육부 조사에서는 교사의 45%가 원격수업의 가장 큰 부담으로 ‘저작권’을 꼽았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원격수업에서 저작물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저작권법을 개정한 국가다. 하지만 취지와는 다르게 현재의 법과 제도는 교사들에게 많은 제약과 부담을 주고 있다. 수업 목적이라 해도 이용 방법을 엄격히 규제하고 인터넷에서 이중 삼중의 과도한 보호조치를 요구하면서 문제가 발생하면 이용자인 교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회현상 때문이다. 이에 기획 ‘수업 속 저작권, 이대로 괜찮나’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국내와 해외의 법·제도, 현황을 알아보고 학교 현장이 겪고 있는 문제와 개선점을 살펴본다. 기사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원격수업을 위한 저작물 이용 환경 개선방안 고찰’ 이슈리포트에서 다룬 내용을 발췌했다. <편집자주>
‘일부분’만 사용이 원칙이지만
명확한 판단이나 가이드 없어
학생 외 동료 공유 허용 안돼
교사는 학교 수업을 위해 공표된 저작물의 ‘일부분’을 복제·배포·공연·전시 또는 공중 송신할 수 있다. 저작물의 성질이나 이용목적 및 형태에 따라 전부를 이용해야 하는 부득이한 경우 ‘전부’도 허용되지만, 이는 짧은 시나 사진, 그림과 같이 더 이상 분량을 나눌 수 없는 한정된 저작물에만 해당한다.
논문, 소설, 수필, 시 등과 같은 어문저작물의 경우 10% 이내 사용이 가능하다. 정기 간행물에 수록된 논문은 전체 이용도 가능하며 음악저작물은 전체의 20%(최대 5분) 이내에서 사용할 수 있다. 악보 등은 절판으로 구매가 어려운 경우에 복제, 배포할 수 있으며 영상저작물도 전체의 20%(15분) 이내에서 가능하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정들은 교사가 개인적으로 판단하기 애매모호한 경우가 많다. 학교 수업에서는 짧은 시가 아니더라도 기사, 에세이, 짧은 영상·음원, 악보 등 전부 이용이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이런 저작물이 수업을 위해 전부 이용이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전문 기관의 명확한 판단이나 가이드가 없어 저작물을 이용해야 하는 학교로서는 어려움이 여간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 저작물이 포함된 수업자료는 인터넷 배포를 포함해 학생들에게는 가능하지만 동일 수업 목적이라도 동료 교사들에게 배포·공유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수업의 범위는 학교 운영계획에 따라 실시되는 정규 교과 수업 외에 방과 후 수업, 창의 재량 수업, 동아리 활동도 포함된다. 또 대면 수업뿐만 아니라 원격수업에서도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
보상금 징수 규정이 없는 미국
영국, 교육부가 라이선스 체결
“교사에게 책임 물어선 안 돼”
그렇다면 해외의 저작권 법·제도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캐나다, 영국, 일본(대면수업), 북유럽은 수업에서 저작물 이용을 허용하며 보상금 지급 의무 규정이 없다. 이에 비해 프랑스, 독일, 호주, 일본(원격수업)은 의무 규정을 통해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독일은 라이선스 협약에도 가입해 사용료를 추가로 낸다.
먼저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학교 교육을 위한 제한 규정을 별도 조항으로 두지 않고 ‘공정이용’과 ‘특정 실연 및 전시에 대한 면책’에서 수업목적 이용을 허용하고 있다. 2002년에는 원격교육을 위한 TEACH법을 제정해 원격수업에서의 저작물 이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미국 저작권법의 특징 중 하나는 학교 교육을 위한 저작물 이용 가이드라인이 오래전부터 만들어져 사용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어문과 음원(최대 30초), 영상(최대 3분)은 10% 이내를 허용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 범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미국은 수업목적을 위한 보상금 징수 규정이 없다.
일본은 국내법 체계에 많은 영향을 주는 국가인 만큼 닮은꼴이 많다. 다만 우리가 2006년 법 개정을 통해 원격수업에서의 저작물 이용을 일찍 허용한 것과 달리 일본은 2018년에야 저작권법을 개정했다. 보상금 관련해서도 대면수업에서는 의무 규정을 두지 않고 원격수업에서는 보상금을 징수하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일본은 권리자와 이용자 간 원격수업 보상금 기준을 타협하지 못해 아직 보상금을 징수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초중등 수업목적 보상금을 도입하고자 하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근대 저작권법을 제정한 국가로 학교 교육을 위한 법정허락이 존재하지만 ‘라이선스에 의한 계약이 이용 가능한 경우 법정허락보다 우선 한다’는 현실적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영국 교육부는 초·중등 공립학교의 저작권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10개 집중관리 단체와 라이선스를 체결하고 학교에서 서적, 신문, 악보, 방송물, 음악, 영화 등을 이용하고 있다. 법정허락이 보상금 없이 1년간 저작물의 5% 이내 이용을 허용하는 반면 라이선스는 학생 1인당 9400원을 지급하고 양적 제한 없이 이용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업 목적의 보상금 징수나 라이선스 등 제도 도입에 앞서 이를 통해 학교 교육에서의 저작물 이용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나아질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무상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연구위원은 “저작물 허용 범위와 경계가 모호해 선생님들이 해당 여부를 일일이 구분하고 따져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지금처럼 모든 판단을 교사에게 맡겨놓고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묻는 식이어서는 선생님들이 수업에서 마음 편히 저작물을 활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