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 휴대전화를 무단 사용하고 교사 지시에 따르지 않은 학생에게 교내 봉사 2시간 징계처분을 내리고 교사에 대한 사과편지를 작성하도록 한 학교의 결정이 적법하지 않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학교 내의 봉사’ 내용에 ‘사과 편지 작성’이 당연히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달 초 이 같은 판결을 내리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사건은 2019년 중학교 3학년인 A양이 수업 중 화장실을 간다고 교실을 빠져나와 복도에서 휴대전화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생활지도 담당 교사에게 적발되면서 시작됐다. 교사는 휴대전화 제출을 요구했지만 A양은 이에 응하지 않았고 결국 학교는 ‘수업 중 핸드폰 사용, 지시 불이행 및 지도 불응’ 등을 이유로 교내 봉사 2시간 징계를 내렸다. 징계 내용에는 교내 환경정화 활동 1시간, 교사에 대한 사과 편지 작성 1시간이 포함됐다.
원심은 원고의 행위가 ‘학교 내 봉사’를 명하는 징계 사유에 해당하고 ‘학교 내 봉사’에 ‘심성교육’이 포함된 이상 ‘사과 편지 작성’도 징계 내용에 포함되므로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은 달랐다. 대법원은 “학생의 본심에 반해 사죄의 의사표시를 강제하는 ‘사과 편지 작성’이 언제나 작성자의 심성에 유익할 것이라거나 교육의 목적에 부합할 것이라고 추단할 수 없다”며 “명시적 근거 없이 처분의 범위를 넓혀 해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학교생활 규정에 ‘심성교육’이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기는 하나 그 내용과 취지에 비춰보면 이는 교내 봉사 내용을 규정한 것이 아니라 이는 봉사에 관한 지도 활동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교육적 목표를 나타낸 것이 타당하다”며 “‘학교 내의 봉사’ 내용에 사과 편지 작성이 당연히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김동석 한국교총 교권본부장은 “사과 편지 작성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위법 판결이 나온 만큼 조례나 학칙에 의존해 징계를 내리는 부분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생활지도권과 관련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해 학생징계와 관련된 부분을 구체화해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예람 기자 yrkim@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