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수업공개는 힘드네요"

2023.01.25 19:26:29

이영관 포크댄스 강사, 장안구민회관 공개수업 가져

교육경력 39년의 필자는 은퇴 후 제2인생 포크댄스 강사다. 얼마 전 수원의 장안구민회관에서 '포크댄스(세계의 민속춤) 공개수업'을 2회 가졌다. 참가비는 무료로 모집정원은 각각 15명. 다행이 모집정원을 넘겨 1차엔 17명, 2차엔 24명이 참가했다. 참가율로 말하면 성황리에 끝났다.

 

필자는 수업 후 귀가하자마자 소파에 쓰러지고 말았다. 수업 준비에 온 신경을 쏟았기 때문일까? 피곤이 몰려왔다. '아, 역시 공개수업은 힘든 거구나!' 혼자 중얼거려 본다. 현직에 있을 때는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 자원해서 수업 공개를 했었다. 정말 수업 후에는 교사로서 한 단계 성장한 자신을 발견하였다. 현직 때 선배들로부터 배운 것은 '교사에게 있어서 수업은 생명이다'라고 배웠다.

 

문득 공개수업에 대한 추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1970년대 말 초임지(D초교)에선 수업실기대회에 나간 적이 있었다. 담임반 학생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인근 학교(S초교) 학생을 대상으로 했다. 수업을 어떻게 시작하고 끝났는지 모를 정도로 긴장의 연속이었다. 두번째 근무교(M초교)에선 수업실기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그 동안 쌓은 경력 덕분일까? 사회과 '세종대왕과 한글창제'가 주제였다. 세번째 근무교인 모교(S초교)에서는 교육대학 실습교라서 교생들에게 매교시 수업을 공개했다. 숙지중에서는 국어교사로서 교육부 교과교육연구회에 선정되어 인근 초중교 교사들과 독서토론연구회를 조직해 수업을 공개했다.

 

 

은퇴 후 포크댄스 강사로서 공개수업도 있었다. 노인복지주택(아파트) 근무 사회복지사의 초청으로 2회의 공개수업을 가졌다. 60대에서 80대 어르신들이지만 수업 참여 열기는 높았다. 아쉬웠던 점은 코로나 19로 인해 정식 수업은 한 달만 운영하고 말았다. 은퇴하고 보니 공개수업은 정식수업을 하기 위한 전 단계다. 공개수업을 통해 수업 맛보기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수강 신청 인원이 부족하면 강좌 개설이 안 된다. 강사로선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이번 1회자 수업에선 비교적 쉬운 포크댄스 종목을 택하였다. 초보자용인 킨더 폴카(독일), 푸른 별장(프랑스), 덩케르크의 종(벨기에)은 별 무리 없이 지도할 수 있었다. 수강생들도 즐겁게 배우니 순조롭게 진도를 나갈 수 있었다. 2회차 수업에선 중급과정을 다루었다. 굿나잇왈츠(미국), 빙고(미국), 오슬로왈츠(영국) 종목이다. 수강생들 습득 속도에 차이가 난다. 파트너를 찾지 못하는 사람도 생겼다. 강사의 지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순간이다. 어려운 동작은 반복해 익히도록 했다. 이렇게 수업은 종료되었다.

 

공개수업을 스스로 반성해 본다. 첫째, 강사가 마음의 여유가 부족했다. 댄스실을 꽉 채운 수강생을 보니 조금은 겁이 났던 것. 둘째, 수강생의 수준을 높여 잡았다. 포크댄스에 입문하는 수강생에게 너무 어려운 종목을 도입한 것이다. 눈높이를 맞추어야 했다. 셋째, 수업 시간 주의집중도를 높이지 못했다. 지각생 처리라든가 남녀 파트너 선정에 있어 지체되는 경향이 있었다.

 

 

현직에 있을 때에도 수업 종료 후에는 늘 아쉬움이 있었다. 은퇴 후에는 처음 보는 수강생을 대상으로 하기에 지도강사 뜻대로 안 되는 경우가 생긴다. 이럴 때 노하우가 필요한 것이다. 강사가 긴장하지 아니하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여유와 순발력이 필요하다. 그것을 길러야 하는 것이다. 진도가 느린 수강생에게 촛점을 맞추면 잘하는 수강생은 지루하다. 중간 단계의 수강생에게 집중해야 하는데 '길 잃은 한 마리의 어린 양'을 구하려다간 시간만 흘러가고 만다.

 

흔히들 수업엔 왕도가 없다고 한다.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가면서 그때 그때 적절한 대응을 해야 하는 것이다. 수업은 눈빛의 대화라고도 한다. 강사와 수강생이 마음이 통할 정도가 되어야 수업 성공을 가져온다. 강사는 조급한 마음을 가지면 아니 된다. 수업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 포크댄스 동작을 가르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배움의 즐거움을 체감토록 해야 한다. 수업 자체가 즐거워야 한다. 강사에게는 성공된 수업을 위한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 가르침의 세계는 넓고도 끝이 없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yyg99@hanmail.net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