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상> 한국어 학습 인구 증가
<하> 월드 브랜드 ‘코리아’ 우뚝
4년 만에 학급 3.5배 늘고
학생 수 3배 가까이 증가
대학 경쟁률은 20~30대1
정규 교원 진입 확대 시급
교육한류 열풍이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이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매년 늘고 있다. 전 세계 학생이 몰려드는 파리국제대학촌에서는 한국관이 교육한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중이다. 한국전쟁 때 한국의 교육 발전을 도왔던 유네스코 본부는 반세기 지난 현재 한국의 높은 기여에 감사를 표하고 있다. 프랑스 현지에서 살펴본 ‘K에듀’의 현주소를 2회에 걸쳐 알아본다. <편집자 주>
프랑스에서 한국어의 인기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한국어반을 운영하는 프랑스 초·중·고교는 2018년 17곳에서 지난해 60곳으로 3.5배 증가했다. 학생 수도 631명에서 1800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자도 292명에서 780명으로 확대됐다.
윤강우 주프랑스 한국어교육원장은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교육부 관계자와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어 채택 학교는 70곳 정도다. 프랑스 내에서 한국어가 일본어를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대학에서 한국어 관련 전공의 인기 또한 고공비행 중이다. 보통의 경쟁률이 20대1이고, 높은 곳은 30대1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이는 교육부가 지난 30여 년 동안 힘써온 결과다. 교육부는 1999년부터 해외 한국어교육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그때부터 뿌려온 씨앗이 최근 열매를 맺고 있는 셈이다.
프랑스는 외국어 교육에 있어 언어보다 해당 국가의 역사·문화 등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정책에 따라 언어와 문화를 함께 가르치는 ‘아틀리에 수업(방과 후 문화·예술 수업)’의 우선 개설을 권장하고 있다.
이에 맞춰 주프랑스 한국교육원은 프랑스 초·중등학교에 정규 한국어 수업뿐 아니라 아틀리에 수업 개설 및 지원을 통해 한국어교육의 저변을 넓히는 중이다. 특히 아틀리에 수업 개설 학교 중 향후 정규 과목으로 전환 가능성이 높은 학교에 예산 지원을 하고 있다.
한국어 인기 열풍에 ‘K컬처’도 힘을 보탰다. ‘K팝’의 선두 주자인 ‘BTS’와 ‘블랙핑크’, 전 세계를 강타한 드라마 ‘오징어게임’,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에 빛나는 영화 ‘기생충’ 등 해외에서 맹위를 떨치면서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윤 원장은 “한류열풍이 프랑스를 제대로 강타하고 있다. 프랑스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뿐 아니라 음식까지 인기가 매우 높다”며 “그 열풍이 한국어교육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한국어 인기에 비해 프랑스의 정책적 지원은 아쉽다. 아직 프랑스 내 정규 교원 임용시험에 한국어 과목이 없다. 대부분 한국어 교사는 시간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원장은 “공립학교의 경우 새로운 교원을 뽑으려면 그만큼의 교원 수를 줄여야 하는 문제가 따른다”고 설명했다.
한국어 전공 학생들의 진로 또한 풀어야 할 과제다. 교육부 관계자는 “프랑스 내에서 취업 등이 힘든 만큼 한국 유학이나 한국 취업 등으로 이어져야 장기적으로 한국어교육 활성화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컬처의 힘 … 프랑스 학생 마음에 한글이 ‘쏙쏙’
클로드모네高 한국어 교육 참관
학생들 한국말로 ‘묻고 답하기’
일부 ‘한국학’ 전공 이어지기도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오셨죠?”
지난달 27일 프랑스 파리 13구에 위치한 공립 클로드모네 고등학교 입구에서 우연히 마주친 학생들이 한국 교육부 관계자와 취재진을 알아보고 먼저 한국말 인사를 건넸다. 프랑스에서 한국어의 인기, 그리고 한국어를 정규과정으로 운영하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습득 정도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이 학교는 총 7개의 제2외국어를 정규 운영 중으로, 전교생 약 1000명 중 5% 정도인 47명이 한국어를 채택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중학교(4년제) 2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 제2외국어를 의무적으로 배워야 한다.
학교 도서관에 들어서자 다양한 한글책들을 활용한 전시물부터 눈길을 끌었다. ‘청소년 문학 페스티벌’ 차원에서 꾸며본 것이란다. K컬처의 인기로 프랑스 학생들에게 한국의 관심은 높은 편이라는 게 학교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어와 문화를 함께 가르치는 ‘아틀리에 수업’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클로드모네고는 한국어 수업이 있는 날이면 주변의 10개 학교 학생들과 연합수업을 갖기도 한다.
교실 문을 열자 한국어를 따라 하는 20여 명의 학생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경복궁에 가 봤어요.” “한강에 가본 적 있어요.”
조윤정 한국어 교사의 지도로 ‘경험에 대해 묻고 답하기’ 수업 중이었다. 조 교사는 경복궁과 베르사유 궁전, 남산타워와 에펠탑, 한강과 센강, 부산과 마르세유 등 서로의 연관성이 높은 사진들을 함께 놓고 이해를 도왔다.
조 교사가 학생에게 한국어로 질문하면 답하고, 학생끼리 서로 물어보고 답하는 도중 실제 한국을 다녀왔다는 학생이 나오자 부러움으로 가득한 탄성이 터지기도 했다.
수업 후 기자간담회에서 조 교사는 나날이 한국어교육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그 인기를 몸소 체험하고 있다. 그는 “첫 학급을 맡은 이후 매년 학생이 2배 가까이 늘었다”면서 “학생뿐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서도 관심이 늘고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BTS’, ‘블랙핑크’ 등 ‘K팝’에서 생긴 흥미가 ‘한국어 공부’로 이어지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3학년생인 리자 타르 양은 중2 때 K팝, 한복 등에 관심이 생겨 제2외국어를 한국어로 정했다. 최근에는 한국 여행도 다녀왔다. 타르 양은 “한국에 다시 가고 싶다”며 “소중한 친구 1명을 얻었는데, 꼭 다시 가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이만 엔보고 졸업생은 클로드모네고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현재 한국학(파리시테대)을 전공하고 있다. 엔보고 씨는 “한국어를 하고 한국 문화에 대해 잘 아는 것이 대학 진학에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파리(프랑스)=한병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