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는 인생상담소]행복한 데이트, 연애 그리고 결혼을 위한 관계 맺기

2023.08.08 18:16:04

⑦ 초기 성인기-건강한 이성교제

 

사람들은 누구나 집단에 소속되어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사랑을 확인하며,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임을 경험하기 원한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입는 경우가 허다하다.

 

관계에서의 만족 혹은 상처라는 극적인 다이나믹의 정점에 있는 것은 단연코 연인관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남녀 사이에 주고 받는 아주 사소한 말과 행동을 두고 누가 누구를 더 사랑하는지, 누가 누구의 우위에 있는지, 상대가 나를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지와 같이 자기 자신의 자존감이나 가치와 연결시킨다. 더 나아가 상대방에 대한 신뢰와 불신 등 아주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는 것으로까지 해석하는 오류를 범함으로써 근거없는 관계의 긴장감을 겪는다. 이처럼 미숙했던 과거 경험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상처는 반복되고, 성숙한 관계 경험을 통한 진짜 만족은 결코 맛볼 수 없다.

 

 

데이트, 연애, 그리고 결혼이라는 삶의 이슈들을 순조롭게 완수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관계 맺음의 시작이 중요하다. 건강한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우선, 지난 관계들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기를 권하고 싶다. ‘나는 왜 상처받는 관계를 했을까?’, ‘내가 상대에게 상처를 준 것일까, 상대가 나에게 상처를 준 것일까?’, ‘내가 이상했던 걸까, 상대가 이상했던 걸까?’, ‘사랑을 할 줄 몰랐던 걸까?, 아니면 사랑이 아니었을까?’ 이러한 질문들을 통한 나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이해는 앞으로 만나게 될 상대에 대한 객관화를 돕고, 명료한 관계를 이끈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

나답지 못하게 만들 수도

 

섣부른 연인관계보다는 다양한 사람과의 데이트 경험이 관계를 배우는데 더 의미가 있다. 연애가 아닌 데이트는 연인관계라는 관계 설정을 하지 않고 서로를 알아가는 기회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첫 눈에 반하여 사랑에 푹 빠진 상태의 연애는 나를 나답게 행동하지 못하게 이끈다. 소위 눈에 콩깍지가 씌면 무엇이든 좋아 보인다.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고, 그 어떤 단점도 포용할 수 있으며, 심지어 스스로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 빠지게도 만든다. 데이트 관계는 이 같은 위험을 줄여준다.

 

또한 잘 보이고 싶은 마음으로 지나치게 자신을 포장하지 않아도 되고, 거절당할 두려움에 위축되지 않아도 되며, 생리적 흥분에 가려 상대방을 잘못 보게 만들지도 않는다. 다양한 사람과의 데이트 경험은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래서 자신을 잘 알 수 있게 된다. 자기를 객관화할 수 있게 되면 사람을 잘 알아볼 수 있는 눈이 생기게 된다.

 

나만의 체크리스트를 작성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나만의 체크리스트를 작성한다는 것은 상대를 평가하기 위한 리스트를 작성하라는 뜻이 아니다. 여러 데이트를 경험하면서 나에 대한 것을 기록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이상형에 부합되는지 확인하고 평가하려는 생각을 멈추고, 상대방을 만나고 관계할 때 나의 경험을 기록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의 나의 모습을 알아가고, 나에게 변화가 필요한 부분들을 앎에 힘쓰는 과정인 것이다. 가령 대인관계에 필요한 경청하는 방법, 사람을 알아가는 방법, 자기 중심적인 욕구에서 벗어나서 배려하는 방법,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는 방법, 로맨틱한 대화나 지적인 대화 등 다양한 상황에 따라 적절한 대화에 발맞출 수 있는 방법 등 여러 기술들을 향상해 가는 것도 이러한 과정에서 얻을 수 있다.

 

한 여자 청년은 필자의 강연을 듣고 체크리스트를 작성했다. 처음에는 데이트 후, 상대방에게 마음이 들지 않는 행동들과 마음에 드는 행동들을 번호를 매기며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차츰 각 리스트 옆에 왜 싫은 지, 왜 좋은지 자신을 들여다보고 기록했다. 그랬더니 생각 외로 자신이 상대방의 작은 행동에 ‘소심하다’, ‘우유부단하다’, ‘이기적이다’, ‘센스 없다’ 등의 극단적 의미를 부여하고 좋고 싫음이라는 이분법으로만 보려는 습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편협한 사고방식과 섣부른 판단이 지금껏 짧은 연애 이력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새로운 데이트를 다짐했다.

 

사람마다 사랑의 방식·모양 달라

인정·배려하는 성숙한 태도 필요

 

사람마다 각자 사랑하는 방식과 모양이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진정 사랑받고 사랑하려면, 내가 사랑하는 방식과 상대방이 사랑하는 방식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누군가는 바쁜 시간을 쪼개어, 혹은 뒹굴뒹굴하고 싶은 피곤함을 무릎 쓰고 기꺼이 시간을 내어 함께하는 것으로 사랑을 말한다. 누구는 귀찮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먼저 나서서 처리하고 수습해주는 헌신을 보이며, 누구는 자신의 입을 채우거나 치장하기보다 상대에게 흔쾌히 선물공세를 한다.

 

또 다른 누구는 어루만지고 쓰다듬는 따뜻한 신체적 접촉으로 상대방의 마음을 녹여 주기도 한다. 이처럼 사람들은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사랑하지만, 미숙한 사람에게는 상대방의 언어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자기가 원하는 사랑의 표현만 고집하고, 충족되지 않을 때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불안해하거나 분노 발작하여 관계를 망친다. 상대의 사랑의 언어를 볼 수 있는 눈,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는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성숙함은 건강한 관계를 만든다.

 

과거 연인에게 입은 상처를 새로운 연인관계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데 있어 최대의 적일 수 있다. 내가 겪은 문제는 내가 가진 가치관, 성격, 더 나아가 심리적인 문제와 밀접하다. 연애기술도 뛰어나고, 상대의 스펙도 좋고, 좋은 사람인 것 같지만 심한 갈등으로 결국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자신의 심리, 정서적 측면을 돌아보고 치유할 기회를 가져야한다. 만일 그러한 기회를 갖지 않으면, 새로운 연애마다 단지 파트너만 바뀔 뿐 비슷한 문제 관계는 재현될 수밖에 없다. 그러한 관계 경험이 반복되면서 관계의 위기는 지속되고, 결국 상처만 누적된다.

 

관계 문제가 반복된다면

자기 내면의 핵심 이슈 살펴야

 

상처가 깊은 연인관계에서 핵심 이슈를 파악해야 한다. 관계에서 반복되는 문제는 나의 핵심 이슈와 깊은 관련이 있다. 변화가 필요한 삶에 대한 사고방식이나 핵심 가치관을 비롯하여 타인에 대한 의심과 불신, 그리고 자신에 대한 열등감과 낮은 자존감을 대면하고 회복해야 한다. 매사에 연인이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지, 진심으로 존중하는지 확신할 수 없어 불안해하는 청년이 있었다. 이 청년은 연인이 시간이 날 때 자신을 만나지 않고 다른 친구와 약속을 잡으면 그 친구에게 자신이 밀렸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런 생각이 들면 연인에게 따지고 싶지만 그렇게 말하면 연인이 자신을 이상하게 보거나 혹여나 더 싫어하게 될까 말도 할 수 없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했다. 그 청년은 늘 자신과 시간을 보내기 보다 일이 먼저인 부모와 살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던 중 좋은 직장에 다니는 멋진 여성과 연애를 했지만 직장 일로 바빠 데이트할 시간을 내지 못했고 그렇게 힘든 연애로 상처를 받은 이력이 있었다. 어린 시절의 상처로 인해 연인과의 관계에서 소소한 일에도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또 상처를 반복하게 되면서 매번 힘든 연애를 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더 편안한 관계는 시작할 수 있었다.

 

끝으로 자신을 심리적으로 조종하고 지배하려는 나쁜 사람, 요즘 유행하는 용어로 말하자면 가스라이터를 구별하고 과감히 떠나야 한다. 가스라이터들은 특별한 곳에 있지 않다. 그들은 상처 많고, 연약하며 결핍이 있는 약한 사람들을 타겟 삼는다. 처음에는 매우 잘 해주는 듯 했지만, 유심히 보면 사적영역의 경계를 지키지 않고 침범하며 통제하고 함부로 대한다.

 

종종 심리적으로 유약한 사람들은 가스라이터의 이 같은 행동을 사랑이라고 착각한다. 진정한 사랑은 함께 있는 것도 즐겁지만, 떨어져 있어도 심리적 안정감이 있고, 정서적 교감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 그들의 일과 사생활을 존중하고 지원한다. 신체적 폭력만이 학대가 아니다. 심리적 학대, 나의 존엄을 존중하지 않는 것 또한 학대이다. 사랑인지, 집착인지 구별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에게 건강한 사랑을 받기 위해 나쁜 사람을 과감히 떠나야 한다.

 

나도 자라고, 상대방도 자란다. 특히 학창시절을 지나 청년이 되면 성인기의 사랑을 할 수 있을 만큼 신체가 자랄 뿐만 아니라 마음과 생각도 자란다. 그렇게 나이에 맞게 자라야 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신에 대한, 그리고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훈련이 필요하다. 따라서 과거 미숙했던 관계 경험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더 나은 관계, 더 건강한 관계, 더 성숙한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도전은 20대 청년들에게 매우 중요한 발달과업이다.

 

 

김민녀 임상심리전문가·교권침해 교사상담, 상담센터 빚음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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