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성교육, 옳은 가치 기준 세우는 교육”

2023.09.14 17:57:01

‘인성교육 참 잘하는 교사’ 펴낸
김경희·김혜진 교사



질문·경청으로 문제 행동 진단하고
‘3단계 질문법’으로 변화 이끌어야

교권 침해와 교실 붕괴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학교 현장에서는 예견된 일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학생이 수업 중에 문제 행동을 해도 교사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정당한 생활지도조차 “내 아이만 차별한다”, “아이가 언짢아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는 사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른바 ‘기분상해죄’다.

 

어느 때보다 인성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문제 상황에서 갈등 없이 학생을 지도할 방법을 고민하는 교사가 적지 않다. 최근 ‘인성교육, 참! 잘하는 교사’를 펴낸 김경희·김혜진 교사는 우선, 인성교육과 심리학의 상담을 구분 지을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인성교육은 심리학의 상담과 달라요. 아직 가치관이 정립되지 않은 아이들에게는 무조건적인 공감보다 명확한 가치의 기준을 먼저 알려줘야 해요. 아이들의 말과 생각을 경청하는 것 못지않게 옳은 가치의 기준을 내면화하도록 돕는 게 중요합니다.”

 

31년 보건교사, 20년 차 초등교사인 이들은 10년 이상 함께 인성교육을 연구하고 실천한 경험을 토대로 ‘가치 중심 인성교육’을 강조한다. 옳은 가치의 기준을 제시하고 이에 근거해 사고하고 행동하도록 지도하는 것을 가리킨다.

 

옳은 가치의 기준이란 무엇일까. 김경희 교사는 “민족, 국가, 종교를 초월해 누구나 옳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가치, 즉 보편타당한 가치”라고 설명했다.

 

“인성교육은 가치 기준을 세워주는 교육이라고 볼 수 있어요. 학교 현장에서 특히 강조해야 할 가치는 부지런함과 성실, 정직, 진실, 이해, 용서, 배려, 사랑, 긍정, 적극성입니다. 교실에서 가치 기준을 세울 때는 교사부터 일상에서 옳은 가치의 기준을 세우고 실천하는 게 중요합니다.”

 

인성교육을 시작하는 첫 단계로 ‘하이어 라포(higher rapport)’ 형성과 ‘질문으로 진단하기’를 꼽는다. 책에선 하이어 라포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라포가 공감적인 친밀한 관계가 형성된 상태라면, 하이어 라포는 교육적인 사랑으로 형성된 신뢰 상태를 의미한다.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친밀한 상태에만 머무르지 않고 학생의 올바른 변화와 성장을 위해 때로는 교사가 엄격한 사랑으로 지도할 수 있고 학생은 기꺼이 교사의 지도를 수용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김혜진 교사는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서 나아가 ‘다시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도와야 하지?’ 방법을 찾는 것이 교육적인 사랑”이라고 했다.

 

문제 행동 학생을 지도하려면 ‘진단’이 먼저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질문과 경청’이다. 이때 질문하는 교사의 태도가 중요하다. 추궁하거나 질책하는 마음으로 질문하면 부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판단이나 편견 없이 학생의 상황에 맞는 맞춤형 질문을 이어가야 한다.

 

김혜진 교사는 “하이어 라포가 형성된 후에 ‘왜’를 질문하면 학생 스스로 자신의 말과 행동을 지배하는 무의식적 동기를 인식하게 하는 데 효과적이었다”고 전했다. 진단을 위한 ‘Why 질문법’이다. ▲왜 그렇게 말했니? ▲왜 그렇게 행동했니? ▲왜 그렇게 생각했니? ▲왜 하지 않았니? 등이 대표적이다.

 

학교 현장에서 활용하기 쉬운 인성교육 대화법인 ‘3단계 질문법’도 소개한다. 짧은 대화만으로도 학생 스스로 옳고 그름을 생각하고 분별하게 돕는다.

 

1단계는 가치 기준을 인식하게 돕는 질문이다. ‘그렇게 행동한 이유가 있었어?’, ‘그렇게 말한 이유가 있었어?’, ‘왜 그런 일이 일어난 것 같아?’라고 질문한다. 2단계는 가치 기준을 명확화하는 단계다. 문제점을 인식한 후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과 이유를 생각하고 가치를 정리하게 돕는다. ‘그렇게 말(행동)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옳지 않은 것일까?’ 질문한다. 3단계는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하며 좋을까?’라고 질문하는 가치 적용 단계다.

 

이들은 인성교육을 “수업 중에, 틈나는 대로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설명한다. 학교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혜진 교사는 “인성교육 3단계 질문법을 적용하고 나서 문제 행동 학생을 대하는 관점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신규 때 열 번 말해도 문제 행동이 고쳐지지 않는 학생이 있었어요. 그때는 ‘나를 무시한다’고 생각했죠. 상처도 받았어요. 하지만 이제는 관점을 달리합니다. 개선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아이들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학부모를 대할 때도 다르지 않아요. 생각을 들어보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생각해볼 수 있도록 진심을 담아 도와드리죠. 학부모는 함께 나아갈 교육 동반자니까요.”

 

김경희 교사는 “열심히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가 오히려 힘들어지는 점이 안타깝다”면서 “가치 중심 인성교육으로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 성장하고 행복해지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마지막으로 동료 교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선생님, 우리 밑으로 내려가지 말고 위로 박차고 올라가요.”

김명교 기자 kmg8585@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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