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수첩] MBTI 성격유형검사로 학생과 소통하기❷

2023.10.10 10:30:00

“저런, 성질머리하고는.” 어렸을 때 많이 듣던 부모님의 잔소리 중 하나다. 철이 든다는 것,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성질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성질을 조절하며’ 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성질과 성격은 다른 개념이다. 성질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태어나는 정서적 반응이고, 성격은 성질을 조절하여 내보내는 행동양식이다. 꼰대수첩의 마지막화인 이번호에서는 MBTI 성격유형검사 중 타고난 성질(기질)에 해당되는 E-I(외향-내향), J-P(판단-인식)의 기본개념과 심리기능의 8가지 조합을 살펴본다.  

 

삶의 충전방식 _ E와 I
E(외향형)-I(내향형)는 에너지 충전방식이다. E유형은 외부로 에너지를 분출할수록 충전된다.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 나누며, 몸을 움직여야 스트레스가 풀리고 에너지가 차오른다. 고민거리가 생기면 일단 털어놓고 이야기한다. 말하다보면 생각이 정리가 되고, 문제해결방법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반대로 I유형은 내부로 에너지를 집중한다. 생각이 정리돼야 비로소 말을 꺼내고 행동으로 옮기기 때문에 늘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문 닫고 방에 틀어박혀 휴식을 취해야 에너지가 충전된다. 코로나19로 외부활동이 제한되었을 때 E유형은 우울했지만 I유형은 행복했고, 일상복귀가 이뤄질 때쯤에는 I유형은 우울했고, E유형은 행복해졌다. 최근 학교마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수많은 아이 중엔 또다시 친구관계를 맺으며 에너지를 쏟는 것이 부담스러운 I유형이 많다. 


E와 I는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일단 E유형은 시끄럽다. 여럿이 노는 것을 좋아해서 우르르 몰려다닌다. 4교시가 끝나갈 무렵 몸은 벌써 급식실로 가있고, 식사 후에는 아이들과 운동장을 누비며 논다. 또래친구는 물론 선후배·교사에게도 넉살좋게 다가가고, 모둠활동·학교행사에도 적극적이며, 수업시간에 분위기를 끌어 올린다.

 

I유형은 교실 속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아는 내용이 나와도 발표하지 않고, 회의시간에도 의견은 있으나 나서서 표현하지 않는다. ‘우리끼리’ 노는 것을 좋아해서 점심시간에도 교실에서 삼삼오오 모여앉아 소소한 수다를 떤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E유형을 선호한다. 아마도 대인관계의 폭이 넓고, 적극적이며, 적응력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교사 역시 E유형이 많은 반에서 수업할 때가 덜 힘들다. 가끔은 너무 시끄럽고 산만해서 수업에 방해될 때도 있지만, 아무 반응 없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E유형 교사들은 모둠활동처럼 활동적인 수업을 선호하며, 강의식 수업을 할 때도 온몸으로 설명한다. 아이들은 지루할 틈이 없다. E유형 아이들은 열광하지만 I유형 아이들은 부담스럽다. 특히 참여형 수업은 결석을 하고 싶을 정도이다. I유형 교사들은 강의식 수업을 선호하며, 차분하고 꼼꼼하게 설명한다.

 

E유형 아이들은 지루해서 딴 짓을 하거나 엉뚱한 질문을 해서 수업분위기를 흐린다. 시끌벅적한 반에서 수업을 하고 나오면 온몸이 너덜너덜, 집에 가서 쉬고 싶다. 회식에 대한 생각차이도 엇갈린다. I유형 교사들에게 회식은 업무의 연장이다. 빨리 집에 가서 편하게 쉬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E유형 교사들에게 회식은 하루 일과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즐거운 이벤트이다. 

 

라이프스타일의 차이 _ P와 J 
P(인식형)-J(판단형)는 생활방식, 즉 어떻게 사는 것이 편하냐의 문제이다. 어떤 사람은 할 일을 다해놓고 쉬어야 마음이 편하고, 어떤 사람은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버티다가 막판에 후다닥 해치우는 것이 능률적이다. 전자는 J유형, 후자는 P유형이다. J유형은 판단기능, 즉 T(사고형) 혹은 F(감정형)를 사용하여 빨리 판단하여 결론 내리고, 문제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P유형은 인식기능, 즉 S(감각형) 혹은 N(직관형)을 사용하여 온갖 정보를 수집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처리하느라 판단을 유보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정보수집과정(인식과정)은 다양하고 자율적인 반면 결정을 내리는 것(판단과정)은 보다 논리적·계획적·체계적인 과정이다. 그래서 P와 J는 흔히 계획적이냐 자율적이냐가 기준이 된다.  
P와 J 역시 E와 I처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J유형은 부지런하다. 오늘 해야 할 일을 머릿속에 그려보며 가장 효율적인 동선을 계획한다. 시간약속이나 규칙을 어기는 적도 별로 없다. 그들이 지각한다면 정말 피치 못할 상황이 있었을 것이다. 스스로 알아서 준비물도 챙기고, 숙제도 하며, 이런저런 계획도 야무지다.

 

그래서 교실 속 J유형 아이들은 모범적으로 보인다. P유형은 꾸물거리고 부산스럽다. 등교하기까지 과정은 험난하다. 현관 앞에서 ‘아, 맞다’를 수십 번 외치며 방을 들락날락해야 비로소 준비가 끝난다. 지각하기 일쑤고, 약속시간에 늦는 것은 기본이다. 미리미리 챙겨두면 좋으련만 코앞에 닥쳐서야 허둥댄다.

 

해야 할 일을 자주 까먹고, 누군가 이야기하면 ‘아~’하며 그제야 시작한다. 주변 사람들 특히 J유형의 부모·교사·친구들은 울화통이 터지지만, 본인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 살다보면 그럴 수도 있고, 어떻게든 되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교실 속 P유형 아이들은 잔소리를 많이 듣는 골칫덩어리들이다. 

 

J유형 아이들의 고단함은 정해진 틀·규칙에서 벗어나면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은 강박적 사고이다. 약속시간에 좀 늦을 수도 있고, 해야 할 일을 깜빡할 수도 있는데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자책한다. 부모님·선생님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하기 싫은 것도 참고 견딘다.

 

특히 N-F-J 유형이라면 타인의 감정을 본능적으로 잘 알아차리기 때문에 ‘나 때문에 실망하셨구나’라고 느끼면 죄책감·자기혐오 등이 밀려온다. 친구관계가 틀어졌을 때도 그 어떤 유형보다 상처가 크고 힘들어하며, 등교를 거부하기도 한다. 따라서 J유형 아이들을 지도할 때는 반드시, 절대, 한 번이라도 등 생각이 너무 강박적이지 않는지 살펴보고, 본인이 수용할 수 있는 적정선을 함께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J유형 교사는 평소 시험원안지·생활기록부·출석마감 시간을 어기거나 공문 보내는 날짜를 지나치는 일이 거의 없다. 1년 동안 학급·수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이 서 있다. 반면 P유형 교사는 날짜를 살짝 넘기거나 오류가 나며, 지각도 자주 한다. 이것은 업무능력의 문제가 아니다.

 

생활방식의 차이일 뿐이다. 교사는 J유형이 많다. 학창시절부터 모범적이었다. 하지 말라는 것은 안하고, 해야 할 것은 스스로 알아서 했다. 그래서 P유형 아이들이 이해가 안 된다. 어떻게 수십 번을 말해도 여전히 까먹고, 5분만 일찍 나와도 지각을 안 할 텐데 매번 늦게 오며, 자기 물건을 어디 뒀는지도 몰라서 옆 사람에게 물어보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그럼 P유형 교사는 P유형 아이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 아니다.

 

P유형 교사들은 성장과정에서 부모·교사가 ‘너처럼 그렇게 꾸물거리고, 자꾸 까먹고, 산만하면 누가 좋아하겠냐’며 사회생활을 하려면 J유형처럼 살아야 한다고 끊임없이 잔소리하며 세뇌시킨 덕분에 어느 정도 개선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할 수 있는데 왜?’라며 고치지 않는 P유형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래저래 P유형 아이들은 학교생활이 험난하다.  


교사들이 불합리·부당한 상황에서도 다른 집단보다 더 잘 견디는 이유는 J유형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S-T-J 유형이라면 불합리하고 부당하더라도 내가 해야 할 일이고, 그것이 전체를 위해 옳은 것이라면 묵묵히 해낸다. 만약 이들이 ‘변화’를 결심하고 움직인다면, 조직적·체계적으로 빈틈없이 준비하여 끝까지 흐트러지지 않기 때문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E-J 유형이라면 활동성·추진력까지 있기 때문에 속도를 내서 돌진한다. 지난여름,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대열을 지켰던 수많은 선생님 중에는 아마도 E-J 유형이 많았을 것이다.  

  

유전적 요인인 E-I와 P-J의 조합
● I(내향형)-J(판단형) 사람들  
I-J 유형은 매사 진지하다. 자기 생각을 쉽게 타인에게 쉽게 털어놓지 않은 채 진지하게 자기 생각대로 움직인다. 다른 사람의 말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자기 주관과 고집이 뚜렷하다. 차분하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완성해내기 때문에 ‘똑 부러진다’, ‘틀림없다’는 평가를 많이 받는다. MBTI에서 가장 완벽주의자 성향에 가까운 사람들이다. 아마도 진지하게 묵묵히 끝까지 해내는 이들 덕분에 세상이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 E(외향형)-J(판단형) 사람들 
E-J 유형은 한번 마음먹은 것은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키워드이다. 조직적·체계적인 것을 선호하는데 활동성까지 갖췄기 때문에 머뭇거림이 없다. 속도를 내서 돌진하며 한번 시작한 것은 끝을 봐야 속이 시원한 이들 덕분에 세상은 변화된다.   

 

● I(내향형)-P(인식형) 사람들
I-P 유형은 로딩시간이 길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오르는 생각이 너무 많고, 여러 가지 요소와 A·B·C·D… 등 경우의 수를 모두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대방의 반응까지 예측해야 하는 대인관계 특히 또래관계 역시 어려워한다. 하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양한 대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위기대처능력이 뛰어나다. 만약 충분히 준비가 안 된 상태라면 섣불리 움직이지 않으려는 경향도 있다.  

 

● E(외향형)-P(인식형) 사람들 
E-P 유형의 키워드는 ‘활동’이다. 일단 생각나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며 저지르고 본다.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할 텐데, 추진력에 비해 마무리는 미약하다. 하나를 진득하게 끝내는 법이 없다. 그래서 학교에서 만나는 E-P 유형은 문제아 취급을 받거나 교육제도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그들의 호기심을 채워주기에는 우리나라 교육환경이 너무 딱딱하다. 학업을 중단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이 유형이다. 그나마 꾸역꾸역 학교에 남아있는 아이들은 S 혹은 T가 하나씩 들어 있다. 학교 다니는 것이 너무 싫지만, 그래도 다니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심리기능인 S-N과 T-F의 조합
사람은 같은 상황이더라도 ‘어떻게 자극을 받아들이고(인식기능/S-N), 어떻게 판단하느냐(판단기능/T-F)’에 따라서 취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MBTI 유형에서 가운데를 차지하는 두 지표, 즉 인식기능과 판단기능의 조합을 심리기능이라고 한다. 

 

● S(감각형)-T(사고형) 사람들
현실적·구체적·확실한 것을 선호하는 ST의 키워드는 ‘정확성’이다. 공사가 분명하고, 객관적이며, 원리원칙과 공정함을 중요시 여긴다.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으면 가성비와 효율성을 따져 가장 최선의 방법을 찾아내려고 애쓰며, 친구가 곤란한 상황에 빠졌을 때도 공감·위로보다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초점을 둔다. 따라서 이런 아이들을 지도할 때는 ‘위로와 공감’보다는 ‘해결중심’으로 다가가야 한다.

 

다양한 정보를 제시하고 장단점을 설명하면서 합리적·효율적인 방법을 탐색하거나 제시할 때 만족감을 드러낸다. 공정하기 못하고 원칙이 없다고 판단되면 곧잘 따진다. 모둠활동을 할 때 무임승차하는 아이와 그런 상황을 눈감아 주는 교사에게 팩폭을 날리는 아이들은 대부분 ST, 특히 ESTP와 ESTJ 아이들이다. I유형은 생각은 굴뚝같지만, 누군가 분명 나설 것이기 때문에 조용히 때를 기다린다.

 

● S(감각형)-F(감각형) 사람들 
SF의 키워드는 ‘관계’이다. F유형은 상대방에게 미칠 영향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감각을 총동원하여 상대방을 분석한다. 상대방이 어떤 상황을 좋아하고 싫어하며 불편해하는지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그래서 이들은 잘 웃고, 리액션도 잘해주고, 배려심도 깊으며, 솔선수범하여 잘 돕는다.

 

친구가 힘들어하면 자기 일처럼 고민을 들어주며, 옆에 있어준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하고 싶은 말을 잘 못한다. 상대방이 싫은 표정 짓는 것이 마음 불편하기 때문이다. 최고의 친구이지만, 정작 자신은 힘들다. 특히 ISFJ 유형이라면 더욱 힘들다. 따라서 이 유형의 아이들은 상대방을 살피는 것처럼 나 자신도 살피도록 지도해야 한다.  

 

● N(직관형)-F(감각형) 사람들 
사람과의 관계에 관심이 많은 것은 SF와 비슷하지만 이들은 감정변화에 초점을 맞춘다. 상대방이 우울한지 기쁜지, 자신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직감적으로 알아챈다. 그냥 느낌으로 안다. 친구·가족·동료 등이 자신을 거부한다고 느꼈을 때, 그 충격과 좌절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삶을 살아갈 의미를 잃는다.

 

그래서 상대방의 감정변화에 자신을 맞춘다. 때문에 이들을 지도할 때는 잘잘못을 따지고, 상대방을 이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힘듦을 공감’하는 것이 우선이다. 충분한 공감이 이뤄진 후, 감정과 사실을 구분하고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특히 ENFP 유형은 타인을 자기방식대로 설득하고 자기중심적으로 움직여서 갈등상황에 놓일 때가 많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고 느낀 대로 상대방도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줄 필요가 있다.

 

● ​N(직관형)-T(사고형) 사람들 
이들은 사람과의 관계에는 큰 관심이 없다. 친한 친구라도 별일이 없으면 연락하지 않는다. 관심사는 오로지 추상적·관념적인 것, 세상의 이치와 진리 등이다. 지적욕구가 강해서 궁금한 것은 못 참고 파헤치려고 하는 NT유형의 학생들은 우리나라 교육제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

 

INTJ 유형은 또래집단에 어울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채워주기엔 교육과정이 너무 단순 반복적이다. ENTP 유형 역시 마찬가지다. 지루한 것을 참을 수가 없고,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이 견딜 수 없다. 하고 싶고 궁금한 것이 떠오르면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데 학교는 그런 곳이 아니다. 나에게 의미 없는 것도 해야 한다.

 

그래서 이들은 학교는 시간낭비이고, 의미 없는 곳이다. 이 유형의 아이들을 지도할 때는 간섭하고 충고하기보다는 독립성을 인정해주면서 스스로 마음을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본인이 크게 후회해봐야 고집이 조금 꺾일 뿐이다.

김미리 서울세그루패션디자인고등학교 전문상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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