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현장 교사가 중심이 된 전문가들이 학생 교육과 교수학습 활동의 활성화를 통해 학교 교육의 본질적 역할에 살아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교육과정과 평가를 개선하고 교원 전문성 향상을 위한 연수와 장학, 인사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한국교총 한국교육정책연구소(KIEP)는 1일 서울 서초구 교총회관에서 ‘학교를 학교답게 교육 포럼’을 개최하고 현장 중심의 관점에서 교육정책 전반에 대해 토론했다.
‘학교교육력 제고: 교육과정 평가’에 대해 발제한 조호제 서울잠실초 수석교사는 교육과정에 대한 성찰과 문해 수준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수석교사는 “교사의 교육과정의 문해 수준이 높으면 교육과정을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창의적으로 대안을 수립할 수 있다”며 “교사의 교육과정 문해 수준이 곧 교육의 질을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사의 교육과정에 대한 문해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교장은 행정가 이전에 교육의 질을 관리하는 사람으로서 교사에게 교육과정에 대한 자율성을 부여하고 이를 지원하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혔다.
또 조 수석교사는 교육과정을 구체화한 교과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역의 특수성, 학교·학급 실정, 학습자 능력과 수준 등을 고려해 다양화된 학습자에게 연계시킬 수 있도록 수정, 변용이 가능하도록 교사와 정책 당국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전문성: 연수와 인사혁신’을 주제로 발표한 백종민 서울 석관중 수석교사는 “교육기본법상 교육공무원은 직책을 수행하기 위해 연구와 수양에 힘써야 함을 의무화하고 있고 자격연수, 직무연수, 특별연수 등 다양한 과정을 이수해야 하지만 자발성이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개선방안에 대해 백 수석교사는 ▲자율연수 확대 ▲지역교육청의 지원기능 확대 ▲참여·토론·협력 중심의 워크숍 또는 실습형 연수로 전환 ▲대면연수와 원격연수의 유연한 결합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특히 발제에서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선임교사제 도입을 통한 직급 다층화 실현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백 수석교사는 “교직 보수가 단일호봉제이고 자격도 1, 2급으로만 구분하는 평등한 전문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이 때문에 관리직으로 나가지 않으면 1급 승진 이후 정년까지 자격 변동이 없어 활력저하, 소외감 등 전문성 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추진 중인 1급 정교사 이후 선임교사 자격을 둠으로써 교사직 확대, 고경력자 소진 현상 및 부장 기피 완화 등의 기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교육부는 3월 교원역량혁신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1차 회의를 통해 10년 이상 교사를 대상으로 선임교사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2025년 시행을 앞둔 고교학점제도 토론에서 논의됐다. 홍소영 서울잠원초 교사는 ‘미래교육과 진로: 고교학점제, 직업교육, 에듀테크’를 발제하며 “다다익선으로 단지 학생에게 선택권을 많이 주는 것이 능사로 여겨지다 보니 어떤 고교 교사는 7개 과목까지 수업을 맡게 된다”며 현실 적용의 애로사항을 전했다.
특히 소규모 학교 적용의 어려움과 교육과정 설계, 수업의 대입시 연계 방안 등에 대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교사와 학생의 잠재력이 잘 발현될 수 있도록 세심한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중등 직업교육의 현실과 발전 방안에 대해서도 홍 교사는 “전문성을 갖춘 교원확보, 특성화 분야에 적합한 교과서 개발, 자율적 학교 운영의 제약 등의 어려움이 있는데다 취업보다는 대학 진학을 선호하는 분위기로 인해 정체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며 “고졸 취업자의 처우개선, 진로교육 강화 및 취업률 향상, 산업현장과 기관 연계 강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한편 포럼과 관련해 정성국 한국교총 교육정책연구소 이사장은 “왜곡된 학생인권과 교권 추락, 행정우위 학교 문화 등으로 인해 교원의 전문성 발휘에 어려움이 있다”며 “다양한 교육정책에 대한 관심과 현장중심의 토론을 통해 전문성 신장과 전문직에 대한 자신감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