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22일, 왼쪽 눈 백내장 수술을 하였다. 수술을 확정하기까지 한 달 가까이 갈등과 고뇌의 시간이 있었다. 우선 수술할까 말까 고민이 있었다. 내 나이 60대 후반인데 그냥 불편을 참고 살까? 아니면 천지개벽의 삶으로 바꿔? 혹시나 수술 후유증이 있다는데 그러다가 실명하면 어쩌지? 가장 큰 문제는 시야가 뿌옇게 보이니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 거였다. 또 나도 모르게 암울한 미래를 말하고 있었다. 이대로 지낼 순 없다. 결단을 해야 한다. ‘인생 100세 시대’ 현대의술의 힘을 믿고 수술하기로 했다.
수술 이틀 전부터 항생제 안약을 투여하고 수술 당일에는 오전 7시부터 15분 간격으로 동공 확장제를 넣었다. 식사 후 알약도 먹었다. 영하 15도 날씨다. 아내가 출근 전에 안과까지 태워다 준다. 안압과 망막, 시력 등을 검사하고 혈압을 재었다. 담당의사는 긴장하지 말고 마음 편하게 수술받으라 한다. 어젯밤에 푹 잤으나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여전히 남아 있다.
수술실에 들어가니 벌써 수술대에 누워있는 사람이 보인다. 수술 장면은 유리창을 통해 밖에서 안에 있는 모니터를 볼 수 있다. 겁이 덜컥 난다. 11시 수술 예정인데 시간을 앞당긴다고 알려 준다. 수술복을 입고 수술대에 누웠다. 간호사들은 의사가 오기 전에 눈 주위를 고정시키고 눈 세척 등 준비작업을 한다.
집도 의사가 들어와 수술 시작이다. 안약으로 마취를 한다. 내 눈에 보이는 것은 삼각형 불빛 3개다. 큰 불빛 하나, 작은 불빛 두 개. 의사는 눈 초점을 큰 불빛에 맞추라 한다. 그러나 뿌옇게 보이는 불빛에 초점 맞추는 것도 쉽지 않다. 귀에는 음악 소리가 들린다. 평균 시술 시간이 15분 정도라는데 아마도 30분 정도 걸린 것 같다.
드디어 수술이 끝났다. 의사는 본인의 수술 만족도가 50%라고 한다. 힘들게 수술했다는 것. 헝겊 안대와 보호 안대를 붙이고 수술대를 내려왔다. 회복실에서 두 시간 정도 휴식을 취했다. 진료실에서 의사가 진찰 전 안대를 제거한다. 비로소 두 눈으로 의사 얼굴을 보았다. 선명하게 보인다. 밝은 세상을 보았다. 이제야 안도가 된다. 태어나 가지고 있던 수정체 대신 인공수정체가 제대로 작동한 것이다. 사물이 선명하게 보이니 세상이 아름답게 보인다. 수술 성공이다. 정오 즈음 수술비용 130만 원을 지불했다.
아내가 직장에서 조퇴를 했다. 눈 보호대를 한 남편을 집까지 태워다 주기 위해서다. 집에 와서 아내가 안약을 넣으려고 안대를 뗀다. 오전 의사의 얼굴처럼 아내의 얼굴이 선명하게 보인다. 이제 살았다는 기분이 든다. 아내는 내 표정을 보더니 기(氣)가 살아난 것 같다고 말한다. '우리 몸이 열 냥이면 눈이 아홉 냥'이라한다. 그것을 실감하는 것이다.
세상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자는 얼마나 불편한 삶을 살고 있을까? 심청전에서 심 봉사는 눈뜬 날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 같다. 나는 백내장 수술 전날 아무런 걱정 없이 잠을 푹 잤다. 헌데 수술한 날, 잠이 오지 않는다. 별별 생각 다 떠오른다.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났다 유년시절과 학창시절, 엄마가 주문한복 만들어 파시는데 재봉바늘귀 시원스럽게 도와드리지 못했다. 당시 철부지 행동을 후회한다. 노안의 불편한 것을 헤아리지 못했던 것.
이번 수술로 나의 삶이 타인 입장을 여러 가지로 고려해 보는 것이 부족했음을 느꼈다. 아내 입장도 되어보고 자식 입장도 되어보고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이다. 역지사지를 할 줄 안다는 것, 성숙인이 자세다. 이번 백내장 수술, 자아성숙 기회가 되었다. 그동안 눈을 혹사만 했지 제대로 된 관리를 하지 않았다. 소중한 두 눈 보호하면서 아껴 써야겠다. 수술 전 위로의 말씀을 전해 준 친척과 지인들이 고맙다. 주위에 따뜻한 분들이 있다는 것, 우리 인생은 살만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