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봤던 아동학대 피해자 중 손상 상태가 가장 심했습니다. 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따로 부검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는 1년 6개월 전 양부모 폭행으로 사망한 생후 16개월 유아(乳兒)인 정인이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부검의의 말이다. 그뿐이랴.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입양 절차에 대한 관리⋅감독과 지원을 강화하라.” 이는 ‘정인이 사건’에 대한 국정 최고 운영자의 안타까운 표명이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정인이 사건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라 이 땅에서는 1~2주마다 항시 있는 아동 학대 사망 범죄 중 하나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가해자가 주로 친부모라는 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입양 절차를 개선하는 것만으로 아동 학대는 결코 줄이기 어려운 것이 불편한 진실이다.
한때 SNS로 퍼져나간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에도 불구하고 최근 아동학대 범죄는 크게 늘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아동학대 건수는 2019년 4645건에서 2022년 1만 1970건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2023년 1~8월 검거 건수만도 8808건으로 한 달에 1000건 이상의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아직도 왜 이런 잔인한 아동 학대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것일까? 한 마디로 아동 학대는 가해자의 내적인 공격성이 아동을 향해 표출된 폭력의 한 형태이다. 대상이 아동인 이유는 가해자가 가장 손쉽게 접근하고 통제할 수 있는 ‘약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밀림의 왕인 사자도, 용맹의 상징인 호랑이도, 사냥감으로 튼실한 초식동물 대신에 무리에서 이탈된 부상자, 엄마 잃은 새끼 등 약자를 선호한다. 그만큼 성공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노예⋅죄수⋅포로⋅여자⋅어린이⋅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폭력의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하마스 간의 전쟁도 아동의 살해와 피해가 가장 잔혹한 모습이다. 병원에 입원 중인 아동은 물론 주택가에서도 가장 큰 희생을 치르는 것이 무방비 상태의 아동이다. 여기서 우리는 동물과 인간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동물은 식욕이나 성욕 등 일단 욕망이 채워지면 상대방과 공존을 모색하는 반면, 인간은 폭력의 목표가 ‘인종 청소’처럼 무자비하게 상대방을 말살한다. 이제 인간 사회는 맹자가 말한 인간의 4가지 본성인 불쌍히 여기는 측은지심(惻隱之心), 양보하는 사양지심(辭讓之心), 옳고 그름을 아는 시비지심(是非之心), 부끄러워할 줄 아는 수오지심(羞惡誌心)과 점차 멀어져 가는 반이성적, 반지성적 행태로 인간이기를 포기하는 야수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주변에서 이런 아동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최선의 방책은 무엇인가? 첫째, 아동과 접촉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폭력적인 가해자로 돌변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아동은 그만큼 손쉽게 돌발적인 위험에 항시 노출되어 있다. 둘째, 예방 교육을 최대로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학대의 대상자가 되는 아동들에게 철저하게 교육하여 자기를 방어하도록 주지시키고 부모나 성인을 대상으로 의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피해가 발생했을 시 반드시 아동에게서 객관적인 증거(골절 형태, 화상 자국, 상처 부위, 뇌출혈 형태, 체중 감소 등등)를 찾도록 해야 한다. 왜냐면 대부분 학대 사실을 부정하거나 거짓말하기 때문이다. 넷째, 아동학대자에 대한 강력한 사법적 처벌이다. 지금까지의 솜방망이 처벌은 실효성이 전혀 없이 악순환만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사전에 폭력은 최대한 막아야 한다. 여기에는 ‘아동 최선의 이익’을 충분히 보장하는 원칙이 필요하다. 정부는 ‘이동학대 특례법’을 마련했지만 지지부진하기는 여전하다. 예컨대 정부가 확대를 약속한 학대 피해 아동쉼터는 지난해 목표치(240곳)에 훨씬 미치지 못한 실적(136곳)으로 알려졌다. 정신의학계는 폭력에 상응하는 처벌을 최선의 예방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폭력성을 억제하는 강력한 동기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아동 학대는 야만의 극치이고 인간교육 부재의 반증이다. 이제 올해 2학기 유⋅보통합(어린이집과 유치원의 통합)을 앞두고 아동 보육이나 교육을 담당하는 공공기관들은 피해자가 되는 아동이나 가해자가 될 어른에게 모두가 합당한 철저한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 이로써 아동 대상으로 폭력 없는 사회가 되도록 책임을 더욱 배가하길 기대한다. 아동 학대, 이는 뿌리 뽑아야 할 반인륜 범죄이자 가장 저급한 정신문화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