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토론 2] 교육부-지자체 동상이몽, ‘특구의 꿈’ 멀어질라

2024.03.05 10:30:00

 

이번 정부에서 추진 중인 교육발전특구사업은 ‘공교육’ 발전을 통해 지역발전을 도모하고, 교육발전은 ‘특구’라는 기제를 통해 지역교육 혁신에 필요한 여러 가지 규제를 혁파함으로써 공교육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지역의 인구유출을 억제하고, 결혼과 출산을 촉진시키며, 지역산업에 요구되는 우수인재를 양성해서 산업체에 공급하고, 나아가 주민들이 그 지역을 떠나지 않고 정주하게끔 하겠다는 것을 정책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 도입배경과 정책 메커니즘 그리고 지향하는 목표들은 오랫동안 정책입안자들이 늘 고민해 오던 것이었다. NURI 사업, RISE 사업, 글로컬 사업 등이 특구사업과 같은 문제인식과 정책목표로 추진되었던 것들이다. 그런데 이번 교육발전특구사업은 고등교육 차원에서 더 나아가 K-12 교육 그리고 영·유아교육까지 망라하고 있다.

 

그래서 이 사업의 파급효과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되며, 이 거대한 정책의 성공에 기대가 크다. 따라서 제대로 성공하고 작동되기 위해서는 정치한 정책설계와 강력한 주도 그룹, 이를 실무적으로 이끌어갈 행정지원체제, 그리고 지역사회의 유기적인 협력체계 구축, 수반되는 재정의 확보·투자계획 등이 필요하다.

 

지역발전의 두 축과 순환론
지역발전에는 크게 두 가지 축이 있다. 바로 ‘산업(먹거리)’과 ‘사람(인재)’이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의 장들은 국가산업공단을 만들겠다, 대기업을 유치한다, 공공기관을 유치한다, 철도를 건설하겠다, 국도·지방도를 건설하겠다는 등 일자리 마련과 지역경제를 살리는 정책 위주의 선거공약들을 제시했고, 이를 위해 중앙정부·국회 등과 부단히 접촉하고 설득하고 있다. 또 이러한 성과들이 바로 시장·군수들의 가장 큰 업적이 되고 있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의 장들은 정작 우수인재 양성과 지역인재 유출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왜 그럴까? 분명히 인구절벽이니 지역소멸이니 위기라고 외치면서도 지방선거에서는 누구도(?) 아이를 잘 기르고 교육을 잘 시키겠다는 공약을 하지 않았다. 아마도 교육과 인재양성에 대해서는 알지도 못하고, 또 유권자들에게 어필되지 않으니까 무관심 상태였다고 보여진다. 그리고 일반자치와 교육자치의 법적인 독립과 구분 때문이기도 했다.


필자는 2022년 지방선거에 도교육감 후보로 출마했었다. 도 단위 선거라서 사실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서 대화하고, 후보의 정책을 알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필자가 출마한 도 지역 기초지방자치단체장(시장·군수) 후보들과 정책연대를 제안했다.

 

지역발전에는 산업뿐만 아니라 교육도 중요하니까 교육감 후보의 교육정책 공약에 동의한다면 선거 후 그 시장·군수-교육감 간에 MOU를 체결하고, 그 시·군에 우선적으로 교육투자를 하려고 했다. 지금 교육발전특구 시범사업과 흡사한 모습이었다. 안타깝게도 보수후보든 진보후보든 단 한 명의 후보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역발전을 위해 ‘먹거리’와 ‘사람’이라는 두 개의 수레바퀴를 장착하면 지역에 많은 사람이 모이고(출생 및 유입), 이들을 우수인력으로 길러서(우수 교육), 그 지역의 산업체에 취업하여, 생산활동(나은 일자리)을 하게 된다. 이제까지 지역산업 인력정책은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식의 ‘순환론’에 빠져있었다. 


교육계는 ‘일자리 우선론’(좋은 일자리가 있어야 그 지역에 우수한 인재들이 들어오고) 입장이었으며, 산업계는 ‘인재 우선론’(우수한 인력이 없으니까 산업발전이 어려움)이었다. 대학에서 취업 업무를 해보면 알 수 있다. 졸업생들은 근무조건이 열악한 지역의 중소기업에 취직하지 않으려고 한다. 반면에 지역산업체는 우수인력은 모두 수도권으로 올라간다고 한다. 


무엇이 우선일까? 대학에서 외국 우수 학자(인재) 유치 업무를 해본 적이 있는데, 자녀교육 여건이 매우 중요했다. 포항에 포항제철을 건설하면서 제철초·제철중·제철고를 만들고, 포항공과대학도 동시에 설립하였다. 우수인재가 그 지역에 유입되고, 정주하기 위해서는 자녀교육 환경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교육발전특구사업은 ‘일자리론’과 ‘인재론’의 순환고리를 하나로 합치는 정책 기제를 만들었다. 지방자치단체·교육청·대학·지역산업체 등 지역 주체가 산·학·관 협력을 통해 지역의 공교육 발전을 위해 협력하고, 지역 우수인재 양성에서 정주까지 지원하여 저출산을 해결하여 지역균형 발전을 하고자 한다. 


논리적으로는 타당한 정책으로 보이는 교육발전특구사업이 실질적으로 적합한 정책설계를 하고, 다양한 주체 간 협력체제를 만들어 실제로 정책 효과를 내도록 가동되기에는 더 강력한 추진력(리더십)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교육발전특구사업의 주관과 책임
지역의 행정에는 일반행정(종합행정)을 하는 일반 지방자치단체(시장·군수·도지사 등)가 있고, 교육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특별지방자치단체(교육감)가 있다. 지방자치단체에 따라서 일부 서로 협력하기는 했으나, 기본적으로 교육행정(정책)은 전문성·자주성 확보라는 이름하에 든든한 장벽을 치고 스스로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 칩거했다.


이번 교육특구사업은 기존의 자치법령체계 안에서 이 장벽을 철폐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누가 중요하고도 큰 역할을 맡을 것인지, 지역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사람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다. ‘지역발전에 핵심적인 5자간 서로 협력해 봐라’ 그리고 ‘우리 다 같이 모여서 잘해봅시다’라고 해서만은 안 된다.

 

실제 이끌어갈 총괄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그것도 강력한 권한이 있고, 실제 영향력이 있는 주체 세력이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광역·기초)와 시·도교육청, 지역산업체와 대학 등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협력하여야 한다. 그런데 지역의 5주체 중에서 누가 협력발전체제를 이끌고 앞장서야 할까? 어쩌면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시도이다. 사실 지역에서 이 5자가 서로 만나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그리고 지방인구 감소와 지방소멸에 대한 대응책으로 실효성이 얼마나 될까 싶다. 자칫 교육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해, 교육계가 잘못해서 인구감소에 대해 책임을 고스란히 안게 되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최근 교육부의 국립대학 사무국장직 폐지 움직임처럼 대학 개혁을 가로막는 것이 마치 사무국장 탓인 것처럼 왜곡되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필자는 김대중 정부 시절에 국가인적자원개발(NHRD) 업무를 주관한 적이 있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관련 각 부처를 아우르는 국가인적자원개발 부총리를 두어 총괄하게 하였고, 지방에는 지역인적자원개발을 총괄하는 거버넌스를 만들게 했다. 사실 이렇게 했는데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교육발전특구사업은 지역의 관련 주체들이 스스로 논의하고 합의해서 거버넌스를 만들라는 입장이다. 올해는 시범사업 시기이니까 227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지역의 혁신성·창의성·리더십·협력성을 발휘해서 이 사업에 성공하는 시·군·구가 10여 개라도 나와 모델링이 되었으면 한다.

 

특구로서의 성공요인
우리나라에는 교육분야뿐만 아니라 경제·산업·문화 등에서 각종 특구사업이 많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실효성이 있는 것이 경제자유특구이다. 교육분야에서는 교육복지투자우선사업(교복투)이 그래도 가장 성공적이지 않았나 생각한다. 특구사업의 성공요인은 바로 규제 혁파와 재정 투입이다. 정부예산이든 민간재원이든 그 지역에 투자할 돈을 끌어오는 게 관건이다.


이번의 교육발전특구사업도 여러 교육규제를 풀어주고 교육재정(특별교부금)이든 일반재정(지자체)이든 예산을 지원하겠다고는 한다. 그러나 사실 지역교육 발전을 위해 교육규제를 풀 것이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특목고 유치나 자사고 설립, 심지어 국제학교 설립 등에 관심이 많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런 형태의 학교 설립은 불허하는 입장이고, 공립학교를 활성화하기 위한 자율형 공립고(자공고)에 초점을 두고 있다. 교육규제를 푼다면 지방자치단체는 왜 공립고 개혁이 아니라 이러한 형태의 학교 설립을 선호할까를 보면 답이 보일 것이다.


다른 한 편으로 특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특별하게 취급한다는 의미이다. 이 특별한 대우는 바로 예산투입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도교육감 선거 당시 정책공약으로 ‘경북형 유보통합’을 제시했었다.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니까 유보통합이 난망하지만, 시·군 단위에서의 유보통합은 시·도교육청 예산만으로도 충분히 재정 충당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유보통합과 영·유아양육 그리고 교육국가책임제만 해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예산이 들어간다. 그런데 지금 교육특구사업을 위한 예산지원 규모는 너무 작다. 물론 이제 시범사업 기간이고, 기획재정부로부터 국비 예산 확보가 어려운 것은 이해하지만, 국가예산 배분은 정부의 의지 문제라고 생각한다. 현재 교육특구사업을 보면 교육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동상이몽인 것 같다. 교육부는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더 많은 역할과 재원 부담을 요구하고 있고, 지방자치단체는 반대로 국가로부터 예산(국비) 지원을 희망하고 있다.


그리고 정책 입안과 수행과정에서 굉장히 중요한 데도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행정력이다. 정책도입단계에서 정책목표가 주어지고 기본 얼개만 던져놓는다고 저절로 도입되고 작동되는 것이 아니다. 실무적인 행정력이 반드시 요구된다.

 

만 5세 아동의 초등학교 입학정책 사례처럼 필요성도 있고 목표도 타당하지만 어떤 수순으로, 어떤 이해관계집단을, 어떤 논리와 감성으로, 어떻게 설득하고 타협할지도 중요하다. 어쩌면 이 특구사업의 마지막 완성의 방점이 실무적인 추진력과 행정기획력에 있지 않을까?

 

시대적으로 성공해야 할 사업
교육발전특구사업이 교육적인 목적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에 대한 정치·사회 대책으로 나왔고, 이를 주도하는 곳이 지방시대위원회로서 지역균형발전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시대적으로 적절한 문제인식이고 타당한 정책이지만, 종으로는 영유아부터 초·중등교육-고등교육-산학협력을 꿰뚫는 프로젝트이고, 횡으로는 지방자치단체-시·도교육청-고등교육기관-지역산업체-사회단체 등을 엮는 거대한 정책어젠더로서 초유의 시도이다. 요구되는 재정 규모도 제대로 하려면 엄청날 것이다.

 

그러나 새마을운동처럼 앞서가는 모델이 만들어지면 서로 경쟁하는 모습이 될 것이다. 지방자치의 장점이 좋은 것은 따라 하는 것이다.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정권과 관계없이 국가를 위해 계속되는 정책이 되길 바란다.

임준희 동양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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