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풀꽃」 나태주
필자는 자연을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숲을 좋아한다. 1년에 30회 정도 부부산행을 한다. 산행을 하며 야생화 매니아들을 보게 되었다. 묵직한 카메라를 들고 야생화에 엎드려 이리 찍고 저리 찍고 수십 장 찍어댄다. 어떤 매니아는 조명까지 비추어 가며 사진에 공을 들인다. 가까이 가서 야생화 이름을 물어보았다. ‘노루귀’라고 정확히 알려준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그들이 야생화에 빠지는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다. 그 이후 우리 부부는 해마다 봄이면 야생화를 찾아다니게 되었다.
가장 자주 찾는 산이 수원의 광교산과 칠보산. 광교산에서는 족도리풀을 보았고 칠보산에서는 칠보치마를 본 적이 있다. 벌써 20년 전 이야기다. 안양 수리산의 병목안, 안산 수암봉, 남양주 천마산과 축령산 등을 찾는다. 병목안에서는 천남성과 변산바람꽃, 수암봉에서는 괭이눈과 노루귀, 천마산에서는 얼레지와 현호색, 축령산에서는 노랑제비꽃과 얼레지 군락을 보았다. 한 번 다녀오면 일주일 이상 야생화가 아른거린다. 수도권 봄철 산행 최고의 산행지다.
그런데 얼마 전 깜짝 놀랄 일이 생겼다. 수원시내 수인산업도로, 수성로, 여기산로 바로 옆 도심 한가운데 있는 구운공원(구운로 14번길)에서 보랏빛 현호색(玄胡索) 군락을 발견한 것. 더 정확히 말하면 구운공원 북쪽 그늘, 강남아파트 바로 뒤다. 그들은 공원 산책길 비탈에 넓은 면적을 차지하면서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현호색을 만나러 구태어 다른 도시까지 갈 필요가 없어진 것. 가까이 있으니 언제라도 찾아가면 되는 것이다. 혼자 보기가 아까워 아내에게 사진을 보여주니 곧바로 현장으로 향한다.
그럼 여기엔 야생화가 현호색 한 종류뿐일까? 아니다. 기자 습성을 발휘해 공원을 여러 차례 둘러 보았다. 애기똥풀꽃, 괴불주머니, 광대나물, 바위취, 수호초, 꽃다지, 제비꽃, 서울제비꽃, 무스카리, 봄까치꽃(일명 개부랄꽃), 양지꽃, 민들레 등도 보인다. 헌데 기이한 점 하나. 작년 이맘 때는 괴불주머니와 애기똥풀로 온 산이 노랑 물결을 이루었다. 올해는 괴불주머니는 개체 수가 줄어들고 노랑 대신 현호색 보라색 물결이다.
구운공원은 도심 한가운데 있다. 입구는 여러 곳이다. 하나는 구운동 삼환아파트 정류장과 구운공원 삼거리에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또 하나는 구운초등학교 정문 50m 옆(서둔동 성일아파트 정문 앞)이다. 하나는 구운동 강남아파트 후문이다. 하나는 서호노인복지관과 서수원체육센터에서 수인산업도로 육교를 건너면 된다. 또 하나는 선경아파트 후문이다.
구운공원엔 야생화만 눈길을 끄는 것이 아니다. 구운초등학교 후문 쪽에 있는 앵도나무꽃이 만발하였고 아카시꽃 모양인 귀룽나무꽃도 4월에 개화한다. 인동초 꽃모양과 비슷한 하얀색 꽃을 피운 괴불나무도 있다. 산딸기나무는 여러 나무가 엉겨서 떼를 지어 흰꽃을 피우고 있다. 수인산업도로 쪽 가장자리엔 조팝나무가 하얗게 피어 손짓하고 있다. 배드민턴장 입구에는 40년 이상된 커다란 복숭화나무에 분홍색꽃이 활짝 피었다. 또 목백합 몇 그루는 계단 좌우에 늠름하게 서 있다.
그뿐 아니다. 구운공원에 가면 산책객 주위를 왔다 갔다 날아가며 맞이해 주는 것이 있다. 바로 산새들. 필자가 방문했을 때는 딱따구리가 부지런히 나무를 쪼아 벌레를 파먹고 있었다. 나무 이곳저곳을 부리로 두드릴 적마다 소리가 다르다. 또 가족 단위로 움직이는 물까치 일가족을 보았다. 강남아파트 인근에서는 어치 부부를 보았다. 직박구리 울음소리는 소름이 끼칠 정도로 날카롭다. 이곳에서도 까치와 참새, 박새, 곤줄박이는 흔히 볼 수 있다.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고 나면
이웃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 「풀꽃2」 나태주
‘도시 속의 자연’. 우리가 사는 가까이에 도시공원이 있다는 것 자체가 도시민에게는 행복공간으로 다가온다. 도시공원은 도시민이 야외에서 휴식과 운동·교양, 그 밖에 레크리에이션용으로 공간을 사용함과 동시에 도시환경 보전을 목적으로 설치된 공공시설이다. 공원면적이 클수록 선진국가이다.
수원특례시 도시공원 현황이 궁금하다. 2023년 12월 31일 현재 소공원 45개, 어린이공원 209개, 근린공원 61개, 역사공원 4개, 문화공원 17개, 수변공원 24개, 체육공원 7개 등 총 350개다. 면적은 총 896만6392㎡. 현재 조성 중인 공원은 37개소 119만3937㎡이다(자료제공 수원시공원녹지사업소). 수원시공원녹지사업소 녹지경관과 차선식 과장은 “수원시는 도시공원 조성 목표를 도시공원 계획·설계·시공 품질 제고로 최상의 공원서비스 제공, 기후위기에 작동 및 대응하는 공원 계획 및 설계, 수요자(이용자) 중심의 공원 이용환경 조성에 두고 있다”고 했다.
수원특례시는 행복도시다. 아파트에서 걸어서 가면 5분 이내에 공원이 있다. 공원에선 운동시설을 이용하여 몸을 단련할 수 있다. 공원 곳곳에는 여러 종류의 나무와 각종 야생화를 볼 수 있고 산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을 수 있다. 수원 관내 350개 도시공원은 나름대로 특징이 있다. 4월 구운공원은 현호색 천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