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해도 괜찮아” 거침없는 질문이 문제해결력 높인다

2024.05.07 10:00:00

 

서론
최근 교육부에서 추진하는 ‘질문하는 학교’ 사업이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본격적으로 시행되었다. 이에 따라 학교현장에 학생 질문교육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본고에서는 교실수업현장에서 학생들의 질문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단초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해외의 학생 질문교육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본고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먼저 질문교육의 해외사례에 대해 살펴보기 전에, 학생 질문의 가치와 그 중요성에 대해 간단히 살펴본다. 다음으로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질문이 있는 수업을 위한 교수·학습방법 해외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는 ‘질문을 배우기’로 질문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

 

그 사례로 미국의 바른질문연구소(Right Question Institute)와 미국의 중학교문제연구소(The Middle School Matters Institute)의 사례를 소개한다. 또 다른 하나는 ‘질문으로 배우기’로 질문을 활용하여 학습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 사례로 핀란드의 현상중심 교수·학습방법(Phenomenon-Based Teaching and Learning)과 미국의 호크니스 방법(Harkness method)을 소개한다.

 

학생 질문의 가치
학생이 생성한 질문은 여러 측면에서 교육적 가치가 크다. 먼저 학생이 질문하는 것은 학습에 대한 동기, 태도적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학생이 가진 의문을 바탕으로 질문을 생성하기 때문에 질문과 그 답을 찾는 과정에 있어 소유의식과 책임감을 더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학생들의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학습참여를 돕는다. 따라서 학생이 질문하는 것은 곧 학생의 지식 구성에 도움을 준다. 교사의 입장에서 달리 말하면 학생의 질문을 통해 학생의 이해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다음으로 질문을 만들고 답을 찾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이해력·탐구력·의사소통능력 등과 같은 학습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학생의 삶과 관련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질문은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해결 가능한 형태로 구체화·명료화하는 것과 관련 있기 때문에 문제해결능력, 창의력 발달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하지만 누구나 처음부터 질문을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질문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고 질문을 활용하여 학습활동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질문을 배우기
학생 질문교육의 시작은 질문 만드는 방법을 배우는 것부터라고 할 수 있다. ‘질문 배우기’는 질문이 무엇인지, 질문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질문의 유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등을 배우는 것을 포함한다. 본고에서는 질문 배우기의 사례로 미국의 바른질문연구소(Right Question Institute)와 미국의 중학교문제연구소(The Middle School Matters Institute)의 사례를 소개한다.

 

● 바른질문연구소
먼저 질문을 배우는 사례로 미국의 바른질문연구소의 질문형성기법에 대해 살펴보겠다. 미국의 바른질문연구소는 교육·소득·문해력 수준에 관계없이 누구나 더 나은 질문을 하고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더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전략을 가르쳐 궁극적으로는 민주주의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된 비영리 교육기관이다(Right Question Institute, 2023).

 

바른질문연구소에서는 질문교육을 위해 질문형성기법(Question Formulation Technique)을 개발하였는데 이 방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교사가 아닌 학생이 질문하며, 교사는 학생의 질문형성과정을 돕기만 한다는 점이다. 질문형성기법은 ‘질문초점, 질문 생성 규칙, 질문 분류 및 개선하기, 질문의 우선순위 정하기, 성찰’의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질문초점단계에서 교사는 언어적 진술이나 시청각 자료로 학생들의 관심을 끌고 집중시켜 학생의 질문형성을 촉진한다. 이때 확산적 사고로부터 시작해서 수렴적 사고로 마무리하도록 연습한다. 다음으로 질문 생성 규칙단계에서는 네 가지 질문 생성 규칙에 맞춰 질문 생성을 연습한다. 네 가지 질문 생성 규칙은 다음과 같다. (1) 가능한 많은 질문을 한다. (2) 어떤 질문이라도 토의·판단·답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3) 진술된 대로 정확하게 모든 질문을 적는다. (4) 진술을 질문으로 바꾼다. 


다음으로 질문 분류 및 개선 단계에서는 생성한 질문에 대해 ‘예, 아니오 또는 한 단어’로 대답할 수 있는 ‘폐쇄형 질문’과 ‘예, 아니오 또는 한 단어’로 대답할 수 없으며 설명이 필요한 ‘개방형 질문’으로 분류하고 각 유형의 장단점을 토의한다. 이어서 폐쇄형 질문을 개방형 질문으로 (또는 그 반대로) 바꾸는 연습을 수행한다.


다음 단계는 질문 우선순위 정하기로 학생들이 다양한 기준을 토대로 함께 우선순위 질문을 정하도록 한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문제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나’, ‘과제수행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나’ 등이 있다.

 

보통 3개의 우선순위 질문을 선정하며,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 단계에서 학생들은 그들이 만든 질문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논의하며 마지막 성찰단계에서 자신의 사고와 학습과정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갖는다. 


이러한 질문형성기법 학습을 통해 학생들은 학습내용을 더 잘 이해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사고력 계발에도 효과적이다. 또한 본인이 생성한 질문 중에서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 질문을 활용할 방법까지 고민하면서 학생들은 보다 자기주도적으로 활동에 참여하게 되며 학습에 주인의식을 갖게 된다. 궁극적으로 바른질문연구소가 강조하는 바는 여기서 더 나아가 질문하는 방법을 배운 학생은 민주적 숙의방식을 연마하게 되고 이것은 결국 민주주의 실현을 도울 수 있다는 점이다.

 

● 중학교문제연구소
다음으로 미국의 중학교문제연구소(The Middle School Matters Institute)의 질문교육 사례이다. 미국의 중학교문제연구소에서는 글을 읽을 때, 중요 정보나 사실들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 독해능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는 점에 주목하여 질문생성 교수법을 제안하였다(Middle School Matters Institute, 2023).

 

이 방법은 크게 (1) 글 읽기, (2) 중요정보 파악하고 질문 만들기, (3) 질문에 답하며 글 안에서 근거 찾기의 세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학생들은 ‘세부질문’과 ‘폭넓은 질문’을 생성하는데, 세부질문은 글에서 한 단어나 문장으로 대답할 수 있는 수준으로 ‘누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등과 같은 질문형식을 가진다. 폭넓은 질문은 글 안팎의 정보들을 활용해서 답할 수 있는 수준의 질문이다. 또한 폭넓은 질문은 광범위한 핵심 아이디어에 관해 묻는 것으로 글의 다른 부분, 다른 글, 이미 배운 내용 등에 답이 있을 수 있다.


질문 생성 교수법은 수업 전, 중, 후 단계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Stevens et al., 2020). 수업 전 교사는 질문교육활동에 활용할 적절한 글을 선정하는데 이때 학생들에게 익숙하거나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며 읽기 수준에 부합하는 글을 선정하여 질문 생성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다음으로 글의 내용과 흐름에 따라 글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고 나뉜 부분들에 대한 예상 질문과 답변을 준비한다. 


수업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가 사고구술 방법을 활용하여 ‘세부질문’과 ‘폭넓은 질문’을 생성하는 방법을 시범 보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글의 특정 정보를 활용하여 세부질문을 만드는 방법, 또는 글의 여러 위치를 활용하여 폭넓은 질문을 만드는 방법 등에 대해 시범을 보인다. 폭넓은 질문의 경우 학생들이 더 어렵게 느끼므로 여러 차례 시범을 보이는 것이 좋다. 


수업 후에 교사는 학생들이 개인·짝·소집단 등 다양한 규모로 질문 생성활동을 연습하도록 장려한다. 목적에 따라 다양한 길이의 글과 글·만화·영상 등의 다양한 양식을 활용할 수 있다. 교사는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진행하며 궁극적으로 학생들이 독립적으로 질문을 생성할 수 있는 단계까지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질문으로 배우기
다음으로 살펴볼 내용은 ‘질문으로 배우기’이다. 학생들이 질문을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면, 본격적으로 질문을 활용하여 학습하는 방법도 연습할 필요가 있다. 질문을 통해 학습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여기서는 학생 질문 중심 탐구활동의 사례로 핀란드의 현상중심 교수·학습방법(Phenomenon-Based Teaching and Learning)과 미국의 호크니스 방법(Harkness method)을 소개한다. 

 

● 현상중심 교수·학습
핀란드는 OECD가 주관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상위권을 차지하여 교육체계와 방법에 대해 많은 주목을 받는 국가이다. 2014년 핀란드는 전통적인 학교교육이 실제 문제와 연결되기보다는 이론적이고 단편적인 학습이 많이 포함된다는 비판에 대응하여 국가핵심교육과정을 개정했는데, 이때 강조된 것이 현상중심 교수·학습(Phenomenon-Based Teaching and Learning)이다.

 

핀란드 교육과정에서는 학습을 학생들이 적극적이고 자기 규제적인 역할을 갖고 자신의 목표를 설정하고 독립적·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누적적인 지도과정으로 개념화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방법으로 주변 환경이나 경험에 나타나는 관찰 및 탐구 가능한 ‘현상’을 중심으로 하는 다학제간 학습모듈에 참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Kangas & Rasi, 2021; Symeonidis & Schwarz, 2016). 


현상중심 교수학습은 학생들의 인식·경험·질문으로부터 시작하며, 지식이 실제 현상과 연결되어 있으며 학생들이 협력하여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한다. 현상중심 교수학습에서 탐구하는 정보와 지식은 단일사례나 문제보다 더 광범위하며 학생들의 생활과 경험, 시사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Kangas & Rasi, 2021). 


구체적으로 핀란드 북부의 한 고등학교에서 ‘섹슈얼리티의 묘사’라는 다학제간 과목을 대상으로 현상 기반 학습이 이루어진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Kangas & Rasi, 2021). 교사들은 교육과정 및 교과서에 기초하고, 학생들의 삶과 관련 있고, 충분히 개방적인 질문 생성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섹슈얼리티를 주제로 선정하였으며, 심리학·역사, 언어 및 문학, 보건교육 및 예술 등의 교과들을 연계하여 주당 2시간씩 5주 동안 진행되는 강의를 구성하였다.

 

이때 주요 주제 지식 학습 외에도 학생들의 다중문해력 향상을 주요 학습목표로 삼았다. 학생들은 섹슈얼리티라는 주제에서 자신이 관심있는 현상을 선택하고 주제에 관한 탐구질문을 생성했다. 학생들은 교과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출처와 다양한 양식의 정보자료들을 분석했고, 또한 다양한 양식(에세이·발표·비디오·블로그·동영상 등)으로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현상중심 교수·학습의 특징은 학생들은 스스로 질문을 제기하고 학습과정 중에 협력적으로 지식을 구성하는 것이 장려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배워야 할 지식은 실제 현상과 연결되고, 교사는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를 통해 학습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도하는 학습의 촉진자 역할을 하게 된다. 


● 호크니스 방법
다음으로 호크니스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호크니스 방법은 1930년대 미국 동부의 필립 엑스터 사립 고등학교에서 개발한 교수법으로 그 당시에 새롭고 혁신적인 교수방법을 제안할 경우 학교에 재정적인 후원을 하겠다고 나선 에드워드 호크니스(Edward Harkness)의 이름을 딴 것이다.

 

호크니스 방법은 여전히 여러 명문 보딩스쿨이나 대학교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소규모의 학급에서 학생중심의 토론을 강조한다는 점이 주요 특징이다. 학생들은 명확한 규칙 아래 토론에 임하며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교환하며 수업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데 질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호크니스 수업에서 교사의 역할은 내용 지식 제공자에서 학생을 지원하는 관찰자와 학생의 성찰과 자기 개선을 위한 안내자로 변화한다(Bedford, 2020).


호크니스 방법은 질문을 활용한 교수·학습방법일뿐만 아니라 학생 질문 장려에도 효과적인데 그 이유는 학생들의 지적 위험 감수(intellectual risk-taking) 수준을 발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적 위험 감수란 잠재적 오류나 판단과 관계없이 생각·질문·창의적 생각에 기여함으로써 학습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지적 위험 감수 능력을 가진 학생들은 수업에 더욱 온전하게 참여하고, 학습을 즐기며, 보다 높은 수준의 문제해결능력을 가진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Soutter & Clark, 2023). 


지적 위험 감수 수준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오류나 실수를 허용하고 자유롭게 질문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이때 호크니스 방법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학생들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경청하기, 정답에 도달하는 것보다 문제해결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학생 중심으로 생각하기가 있다.

 

또한 교사가 나서서 실수하는 방법을 시범 보이고,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 생각하는 등 학생들이 교실을 안전하게 느끼게 만들기가 있다. 다음으로 유일한 정답이 없다는 점을 학생들이 체감하도록 정답이 없는 질문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의견 충돌을 불편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유익한 것으로 여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경쟁보다 협력을 우선시하여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고 마지막으로 학생들이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서로에게 묻고 대답하는 것을 장려하여 학생들끼리 서로를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교사는 학생들에게 만약 이해되지 않고 어렵다고 느끼는 지점을 포착했다면 그 상황을 그냥 넘기지 말고 질문하는 것이 학습의 중요한 원동력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그 질문을 수업시간에 함께 공유하는 것은 학습하는 특권을 함께 누리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한 학생은 평소 과학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 어떤 질문이라도 허용된다는 분위기 속에서 이해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자유롭게 질문하며(예를 들어 왜 세포는 분열할까요?) 학생들과 소통하다 보니 과학이 좋아지기 시작했다고 언급하였다.

 

마무리
이상 해외사례를 통해 질문이 있는 수업을 위한 교수·방법의 예시들을 살펴보았다. 본고의 내용은 일부 사례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제 교실현장에 바로 적용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으나, 학교와 교실의 상황과 맥락에 맞게 적절하게 적용한다면 충분히 유용한 방법이 될 것이다.

 

또한 지면의 한계로 다 담아내지는 못했지만, 학생들의 질문 장려를 위해서는 질문하는 방법을 배우고 활용하는 것 외에도 질문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등 다양한 층위에서 다양한 주체들의 노력이 중요하다. 학생들의 질문이 살아있는 교실문화가 조성되는데 본고의 내용이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창희 고려대학교 교양교육원 강사 oct33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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