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슈3] 학습결손 방지를 위한 적정 학생수는 몇 명?

2024.07.04 10:00:00

학령인구 감소와 학교 규모 변화
한국 사회에서 학령인구 감소는 명백한 현실이다. 1982년에 약 1,000만 명에 달했던 초·중등 학생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해왔고, 2023년 합계 출산율은 0.72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학생수가 줄어드는 반면 학교수는 증가하고 있으며, 지방에서는 소규모학교 문제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대도시에서는 과대·과밀학교 문제와 함께 도심 외곽과 구(원)도심에서 발생하는 소규모학교로 인한 ‘학교 규모의 양극화 문제’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도심지역에서는 과대·과밀학교가 부각되고, 외곽지역에서는 소규모학교가 생겨나고 있으며, 그 결과 교육자원의 불균형과 교육기회의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학교 규모의 ‘국지적 양극화(Local Polarization)’: 과대·과밀학교와 소규모학교의 양극화
대도시에서는 학교 규모의 양극화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른바 학교 규모의 ‘국지적 양극화(Local Polarization)’는 학부모(학생)의 선택(인구 이동)에 따라 인접지에 위치하고 있는 학교 간 규모의 편차가 증폭(학교 규모 양극화)되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초등학교에서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서울, 부산, 경기 고양·파주·김포·부천, 충남 천안·아산, 경남 김해, 전남 순천·광양·나주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하나의 지자체에서뿐만 아니라 통학구역 내에서 과대·과밀학교와 소규모학교가 공존하면서, 교육자원의 불균형과 교육기회의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양극화 문제는 학습결손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과대·과밀학교에서는 학생수가 많아서 교사들이 학생을 개별지도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습결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소규모학교에서는 학생수가 적다보니 교육프로그램의 다양성이 부족하고,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 기회가 제한된다. 따라서 학교 규모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학습결손과 학교 규모의 관계
학습결손은 학교교육 내·외부 여건의 흠결로 말미암아 학습자의 학습결과에 부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사회적 성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학습결손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수를 적정하게 유지하고, 학생 개개인에게 충분한 관심과 지도를 제공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학급당 학생수가 적정 수준을 벗어나면 학습결손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본다. 과도한 학생수는 교사의 개별지도 시간을 줄이고, 학습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는 반면, 지나치게 적은 학생수는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이 부족해져 학습동기 저하와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학급 규모는 단순히 교실 내에서의 학습환경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의 운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학급당 학생수가 많은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행정업무와 수업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이 많아져 개별학생에 대한 관심과 지도가 어려워질 수 있다. 반면 학급당 학생수가 적은 학교에서는 학생들 간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줄어들어, 팀워크와 협력학습의 기회가 감소할 수 있다. 

 

학급편성 기준 탐색을 위한 4가지 모형 제안
국내의 학교 규모와 적정 학급수에 관한 연구는 주로 학교운영의 효율화 측면 및 교육재정 측면에서 적정한 규모를 탐색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즉 학교 규모가 어느 정도일 때 학생의 교육적 성장이나 학업성취도가 극대화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학교운영 또는 경영 관점에서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한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에 초점을 두었다. 재정적 효율화 관점이 아닌 학습결손 방지를 위한 학교교육과정 운영 맥락이 고려된 학급편성 기준을 탐색하는 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해 학급편성 기준의 편향성을 보완하고, 학교의 원활한 교육과정 운영과 교육력 제고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학급편성 기준을 제안한다.

 

첫 번째, 전문가 판단 모형은 교육 전문가들의 판단을 기반으로 학급편성 기준을 설정하는 모형이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학습효과, 교사의 교육여건, 학교의 물리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학급 규모를 조정한다. 전문가 판단 모형은 주관적인 요소가 포함될 수 있지만, 교육현장의 실제 상황을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 우수학교 모형은 우수학교의 학급편성 사례를 기반으로 학급 규모를 설정하는 모형이다. 우수학교의 성공적인 학급편성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다른 학교에서도 유사한 학급편성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모형은 검증된 사례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신뢰성이 높다. 


세 번째, 데이터 분석 모형은 학급 규모와 학습성취도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여 학급편성 기준을 설정하는 모형이다. 데이터를 활용하여 학생들의 학습성취도, 학급당 학생수, 교사의 교육여건 등을 분석하고, 최적의 학급 규모를 도출한다. 데이터 분석 모형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신뢰성이 높고, 과학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3가지 모형은 관내 교원으로부터 수집된 자료 및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EDSS 데이터와 같은 숫자로 양화된 자료를 활용하여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교육과정 운영 맥락 모형은 질적 분석으로 학교교육과정 운영 맥락을 반영하여 학급편성 기준을 설정하는 모형이다. 학교교육과정이 운영되는 맥락을 고려한 분석에서는 숫자로 양화된 자료보다 실제 교육과정을 기획하고, 편성하고 운영한 경험을 갖춘 전문가를 대상으로 교육과정이 운영되는 여러 맥락(학교의 교육과정, 교사의 교육 스타일, 학생들의 학습 특성 등)에 대한 고려 아래 학급 규모를 조정한다. 학교급별로 맥락적 기준은 A 기준(안정적인 학교교육과정 운영)과 B 기준(학교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필요 최소한 기준)으로 구분한다. 


학급편성 기준은 지역적 특수성이 고려된 학급편성 기준을 의미한다. 학교 규모는 정적인(static) 속성보다 지역 및 학교가 위치한 환경적 여건에 따라 학교 규모가 달라지는 유동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이와 같은 특징은 초등학교에서 더욱강하게 나타나며, 중·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지역과 학교가 위치한 환경적 여건에 따른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난다. 


이상 4가지 모형을 통해 다음 <표>와 같이 학교급별 규모의 기준(예시)을 도출해 볼 수 있다. 학급 규모에 대한 검토에 앞서 고민해야 할 지점은 학급 규모에 대한 ‘기준’ 설정이라 할 수 있으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학급 규모는 교육과정 및 수업과의 관련성으로 인하여 절대적인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기준(안)은 어디까지나 학교교육과정 운영이라는 관점에서 과연 어느 정도 규모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참고는 될 수 있어도 예시하는 기준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며, 향후 각 지역교육청이 학교 규모 및 학생배치에 대한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참고가 될 수 있는 상대적인 기준이라는 점이다. 

 

 

정책 대응방안 3가지
지역별로 학교 규모와 학급편성에 관한 기준 도출 이후 지역청 수준의 정책적인 대응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학교 및 학급 규모에 관한 진단 및 모니터링 체제 구축이 요구된다. 학령인구 감소와 학생 이동으로 인한 학교 및 학급 규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 및 학급 규모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데이터 기반의 교육행정시스템을 구축하여,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학교 및 학급 규모의 변화를 주기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위험군·주의군으로 분류된 학교들을 선별하고, 맞춤형 정책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둘째, 학교 및 학급 규모 변화를 파악하기 위한 ‘지표’개발이 필요하다. 학교 및 학급 규모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분석하고자 하는 영역과 분석에 활용할 지표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다. 즉 학교 및 학급 규모를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모니터링하고 현황을 진단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학생수·학교수, 학교당 학생수, 학급당 학생수의 현황이나 변화 추이만을 살펴보는 것으로는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기 어렵다. 실효성이 있는 원인 진단과 정책 과제 도출을 위해서는 투입·과정·결과 측면에서 교육여건, 인적자원, 시설환경, 교육재정투자, 교수·학습과정, 구성원 간 관계, 학교운영참여, 교육 이수, 교육만족도, 교육성과, 사회적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셋째, 학교 규모의 변화와 규모 감소의 원인을 고려한 단계적인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안정적인 학교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맥락적 기준을 반영한 학교 규모와 학교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맥락적 기준을 반영해서 학교 규모를 각각 제시하였다. 해당 값들을 놓고 볼 때, 학교 규모가 감소하는 상황은 1) 학급수가 적정 규모 이내에 있지만 적정 규모의 하한값으로 줄어드는 경우 → 2) 학급수가 적정 규모의 하한값에서 최저 규모로 변화하는 경우 → 3) 학급수가 최저 규모에 해당하는 경우 → 4) 학급수가 최저 규모의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각각의 경우에 학교가 처한 상황과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학교 규모 변화에 따른 정책방안을 구분하여 학교 규모 변화에 따른 대응 매뉴얼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첨언하건대 적정규모를 위한 학교에 대한 재정 지원 사업은 재정을 단위학교에 지원해 주기만 할 뿐, 단위학교의 상황에 탄력적으로 인적자원과 교육환경까지 아울러 개선 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교직원 정원은 학급수를 기반으로 산정되고 있기 때문에 학생수가 일부 증가하더라도 교직원 정원은 눈에 띌 정도로 증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소규모화 되어가는 학교가 필요로 하는 것이 ‘재정’인지, ‘교원’인지, ‘행정업무감축’인지, ‘행정전담인력의 충원’인지 등 학교가 요구하는 바는 다를 수 있다.

 

이와 같은 점에 대한 고려 없이 소규모학교에 ‘재정만 지원’하는 것은 자칫 ‘소규모학교 살리기의 역설2’적인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세심한 정책설계가 필요하다.

안병훈 선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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