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치유 지상상담소⑮] 등교 거부하는 아이, 무엇부터 도와야 할까요?

2026.07.03 13:47:25

 

초등학교 4학년 담임교사입니다. 3월부터 지금까지 거의 학교에 나오지 않는 아이가 있습니다. 처음엔 몸이 아프다고 했는데, 병원에서는 신체적으로 아무 이상이 없다합니다. 그 이후로도 아이는 배가 아프다, 머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계속 결석을 합니다. 어쩌다 등교를 해도 교실 문 앞에서 한참을 서 있다가 울음을 터뜨리거나 보건실로 가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까지 누적 결석이 30일이 넘었어요.

어머니와는 거의 매주 통화를 하고 있는데, 어머니도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많이 힘들어하세요. 아침마다 학교 가자고 하면 아이가 너무 격하게 반응하고 학교에 가기 싫은 이유를 물어봐도 “그냥 싫어”, “학교 가면 죽을 것 같아”라고만 한다고 합니다.

저도 아이가 등교하는 날에는 최대한 편안하게 맞이해주려 하고, 억지로 교실에 들어오게 하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보건 선생님과도 자주 이야기를 나누고, 학교 상담 선생님과도 연계를 해봤는데 아이가 상담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요. Wee클래스에도 연결해보려 했지만 아이가 가지 않겠다고 해서 어머니도 억지로 데려가기가 힘드신 상황입니다.

솔직히 지금 제가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이를 억지로 교실에 앉혀 놓는 것도 맞지 않는 것 같고, 그렇다고 그냥 두고 보기에도, 출석 일수도 걱정이 됩니다. 제가 더 잘해줬어야 했나, 제가 뭔가 놓친 게 있나, 괜히 자책도 되고요. 어떻게 해야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사연자: 한윤하(가명) 교사)

 

1학기 동안 선생님께서 이 아이 한 명을 위해 얼마나 많이 마음을 쓰고, 애쓰셨을지, 그리고 아이를 보는 선생님 마음이 어떠셨을지 생각했습니다. 매주 어머니와 통화를 이어가고, 보건 선생님과 상담 선생님과도 연계를 시도하고, 아이가 등교하는 날이면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부담주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맞이하는 선생님의 마음이 어땠을지요. 글 몇 줄에 다 담을 수 없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 노력들이 아직 눈에 띄는 변화로 이어지지 않아 얼마나 막막하고 지치셨을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심적 문제 조기 파악 필요

 

먼저 꼭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아이가 “학교 가면 죽을 것 같아”라고 말했다고 하셨는데, 이 말은 그냥 흘려듣기엔 너무 중요한 말입니다. 과장된 표현일 수도 있지만, 아이 내면에 지금 그만큼 강렬한 고통이 있다는 신호이기도 해요. 이 부분은 절대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마시고, 반드시 학교 관리자와 상담 선생님, 그리고 어머니께 공유하고 전문적인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요청하셔야 합니다. 선생님께서 이미 여러 경로로 연계를 시도하셨다니 다행이지만, 이 부분만큼은 기록으로 남기고 학교 차원의 공식적인 개입을 요청하는 것이 선생님을 보호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그 전제 위에서, 지금 마주하고 계신 상황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신체 증상을 호소하지만 의학적으로 이상이 없고, 등교 자체에 강렬한 거부 반응을 보이며,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이 패턴은 전문가들이 '등교거부' 또는 '학교공포증'이라고 부르는 상태와 매우 닮아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아이가 학교가 싫어서 안 오는 게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점입니다. 아이 스스로도 자신이 왜 이렇게 힘든지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를 거기에서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생각했을 때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강렬한 불안이 몸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왜 학교 가기 싫어?" "무서운 거 있어?"라고 직접 물어봐도 대답하지 못하는 것은 거짓말을 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모르기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등교거부의 문제는 초기에 개입하지 않으면 더 악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회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에게 학교라는 공간이 더 크고 무서운 것으로 자리를 잡아버리기 때문입니다. 학교를 피하고 집에 있으면 곧바로 불안이 줄어들기 때문에 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 머무는 아이의 행동은 자연스럽게 강화가 일어나게 되는 셈이지요. 그러니 지금 상황이 지속되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이 점을 어머니와도 솔직하게 나눌 필요가 있습니다.

 

학부모와의 관계 형성도 중요해

 

다음으로, 아이를 도울 방법을 두 가지 차원에서 이야기를 드리고 싶어요.

첫 번째는 어머니와의 접근 방법입니다. 현재 어머니와 매주 통화를 이어가고 계신다고 하셨는데, 어머니가 어떤 상태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등교거부를 겪는 아이의 부모님들은 대개 극도로 지쳐 있고, 죄책감과 무력감 사이에서 흔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인적 성향이나 양육 태도에 따라 아이의 등교거부에 대해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방임을 하는 부모도 물론 있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어머니의 반응을 보면 아침마다 아이와 등교 문제로 전쟁 같은 싸움을 하고, 결국 싸움에 패한 채로 출근을 하고 계신 셈이니 그 마음도 여간 힘든 게 아닐 거라 생각됩니다. 어머니도 자녀 양육에 대해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한 상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상황에서 “어머님, 아이를 꼭 학교에 보내셔야 해요”라고 말씀드리게 되면 선생님의 의도와 달리 무력감이나 죄책감을 더 자극받거나 비난을 받는 기분이 들 수도 있습니다. 우선 “어머니께서도 매일 애쓰시느라 많이 힘드시죠”와 같은 말을 먼저 건네보는 것이 좋습니다.

 

어머니가 무너지지 않아야 아이도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구체적인 자원을 안내해드리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를 직접 상담할 수 없는 상태라면 어머니 자신이 먼저 상담을 받아보실 것을 권해드리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이때 문제가 있어서 상담을 받는다는 느낌보다는 아이를 잘 도와줄 수 있도록 부모 상담을 통해 어떻게 의사소통을 하고 도와줄지 방법을 배워보면 좋겠다는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좋습니다.

 

주변과 협력체계 만들어야

 

두 번째는 학교에서의 접근 방법입니다. 아이가 등교하는 날, 선생님께서 아이를 억지로 교실에 들어오게 하지 않으시는 것은 맞는 방향입니다. 다만 ‘교실 문 앞까지 와서 울다가 보건실로 간다’는 상황이라면, 아이가 매일 교실 앞에서 실패 경험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지요. 이 패턴이 반복되면 교실 문 자체가 공포의 상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부분에서 패턴을 변화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등교하는 날 교실 대신 보건실이나 상담실에서 먼저 하루를 시작하고, 잠깐이라도 선생님과 일대일로 시간을 가지며 안전한 경험을 쌓는 것입니다. 교실에 완전히 들어오는 것을 처음부터 목표로 세우기보다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무서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경험을 조금씩 쌓아가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결석 중에도 연결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이가 집에 있는 날에도 짧은 메모나 반 아이들의 그림, 수업 시간에 나온 재미있는 이야기 같은 것을 어머니를 통해 전달해보시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됩니다. “네가 없어서 아쉽다”는 직접적인 메시지보다는, “오늘 수업에서 이런 게 있었어”처럼 아이가 놓친 것에 대한 부담 없이 받아볼 수 있는 가벼운 연결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등교거부는 교사 한 명의 노력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가정의 변화, 전문적인 심리 지원, 때로는 의학적 개입까지 필요한 복잡한 문제입니다. 이번 한 학기 내내 매주 어머니와 통화하고, 학교 안팎의 자원을 연계하려 애쓰신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최선을 다하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책을 내려놓으시면 좋겠습니다. 아이가 지금 학교에 오지 않는 것은 뭔가를 잘못하셔서가 아니기 때문이니까요. 선생님께서 스스로의 역할을 정의하실 때 아이의 치료자가 되려고 하지 말고, 학교와의 연결을 완전히 끊어버리지 않도록 그 가느다란 실을 붙들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조아라 이온심리상담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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