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있어야 할 곳은 법정이 아닌 ‘교실’입니다

2024.07.04 10:00:00

 

지난 2022년, 강원지역 초등학교의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버스 사고로 소중한 학생이 목숨을 잃는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고로 인해 사랑하는 제자를 잃은 선생님들은 지금까지 죄책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번 사고는 교육현장에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 보완과 교원 보호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두 명의 인솔 교사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되어 춘천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현장체험학습 사고, 위축되는 교육현장
학교에서 진행되는 현장체험학습은 학생들에게 교실 밖 세상을 경험하고 학습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다양한 체험을 통해 학생들은 꿈과 끼를 키우고,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을 배양하며, 더 나아가 자율성과 창의성을 함양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교과 학습을 넘어서는 중요한 교육적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현장체험학습을 통해 책에서 배울 수 없는 실질적인 경험을 쌓고, 다양한 관점에서 세상을 이해하게 됩니다.


하지만 현장체험학습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고로 인해 교사들은 큰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체험학습을 준비하고 있지만, 예기치 않은 사고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현실은 교육현장을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인솔 교사들이 기소되고 재판을 받게 되면서 학교에서는 현장체험학습을 중단하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장체험학습이 지속되려면 인솔 교사의 안전과 보호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아무리 철저히 준비해도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해 교원이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는 체험학습을 계속하기 어렵습니다.

 

「학교안전법」 개정 필요성, 99.5% 동의
최근 제43회 스승의 날을 맞아 한국교총이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1만 1,3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학교 현장체험학습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52.0%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교사 보호 등 개선방안을 마련해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44.6%에 그쳤습니다. 현장체험학습 사고로 인한 학부모 민원, 고소·고발이 걱정된다는 답변은 93.4%, 실제로 민원, 고소·고발을 겪거나 학교 또는 동료 교원이 겪은 적이 있다는 응답은 31.9%였습니다.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여, 현장체험학습 사고 등 학교 안전사고 시 교원의 고의 중과실이 없는 경우 민·형사 책임을 면제하는 「학교안전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99.5%가 동의했습니다.

 

안전한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제안
현장체험학습의 지속을 위해 몇 가지 대책을 제안합니다. 


첫째, 안전 매뉴얼을 강화해야 합니다. 현장체험학습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안전 매뉴얼이 필요합니다. 이는 교사들이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침과 절차를 포함해야 합니다. 
둘째,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교사들에게는 현장체험학습 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한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는 교사들이 사고 발생 시 불합리한 법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인 것입니다. 


셋째, 「학교안전법」 개정이 시급합니다. 현장체험학습 사고 등 학교 안전사고 시 교원의 고의 중과실이 없는 경우 민·형사 책임을 면제하는 「학교안전법」 개정이 시급합니다. 이는 교사들이 안심하고 현장체험학습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기반을 제공합니다. 


넷째, 학부모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하여 안전한 체험학습 환경을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다섯째, 재정적 지원 및 교육이 필요합니다.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충분한 재정적 지원과 더불어, 교사들이 체험학습을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합니다.

 

무리한 기소가 아닌 무한한 신뢰가 필요한 때
이번 스승의 날 설문조사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법원은 인솔자라는 이유로 기소된 선생님들의 억울함을 충분히 고려하여 교육현장의 고충을 이해하는 선처를 해야 합니다. 수사기관은 교원에게 무한 책임을 지우는 무리한 기소를 자제하고, 정부와 국회는 교원의 고의·중과실이 없는 안전사고에 대해 면책하는 방안을 입법해야 합니다. 학부모는 교사를 신고하고 희생만 요구하기보다 신뢰와 믿음으로 협력해 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합니다. 


지금처럼 교원을 보호하지 않고 책임만 지운다면 교육현장에서 현장체험학습은 결코 지속될 수 없습니다. 재판부는 교사가 있어야 할 곳은 재판정이 아닌 학생들 곁이라는 점을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이번 재판 결과로 인해 현장체험학습이 위축되지 않도록 기소된 선생님들의 선처를 호소드립니다.

 

현장체험학습은 우리 아이들의 성장과 학습에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교사들이 학생들과 함께 안전하게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 안전한 교육환경을 제공하면서도 교사들의 권리와 안전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미래를 밝히는 길입니다.
 

이승오 충북 청주혜화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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