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아이의 미래를 바꿔줄 것인가를 고뇌하는 선생님

2024.07.23 16:06:55

 학생, 학부모와 소통하는 가정통신 활용
 매월 학급신문 만들어 학급문집 제작
 글쓰기는 21세기 교육 역량
학부모에게 상담의 문 활짝 열어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이론과 실제의 괴리가 크다. 교육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필자는 교직을 수행하면서 급이 다른 학교를 비롯하여 다양한 기관에서 오랜 기간에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경험을 하였다. 역량이 뛰어난 사람도 권력자들도 만났다. 하지만 내 기억 깊이 박힌 사람은 결코 권력자가 아닌 최선을 다하신 선생님들이다.

 

학교현장에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미래를 바꿔줄 것인가?"를 고뇌하며 노력하시는 선생님을 만나면 저절로 머리가 숙여지고 존경심이 우러난다.



십여 년 전 교장 시절에 만난 이 선생님은 자신이 맡은 학생들에게 무엇보다 ‘배움’을 강조하며 지금도 변함없이 지도한다. 자신의 학급 급훈도 '배움에서 나를 찾자'로 정했다.

 

오천석 선생은 일찍이 '교사의 기도'에서 '나에게 그들을 설득시킬 지혜를 주시며 냉담한 그들의 얼굴이 학습에 대한 관심으로 피어나게 해 주소서. 학습에 큰 관심이 없는 학생들의 가슴 속에 내가 관심을 불러 일으켜야 되겠나이다'라고 했다. 핵심은 학생의 배움이다.

 

논어에서도 첫 말문을 여는 것이 ‘배움’이다. 이 시대도 '배움'은 어떻게 이뤄지며 어떤 가치인가는 오늘날 학교가 가진 가장 핵심 과제이다. 이 가치가 아닌 다른 것들이 끼어들 때 문제가 생기고, 이 책임을 소홀히 한 결과 불협화음이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우리 교육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변화하고 있는가? 일선 학교 현장에서 PEAK, 즉 목적의식(Purpose), 필수역량(Essentials), 주체성(Agency), 지식(Knowledge)을 키워주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미 미국의 선도적 학교와 교사들은 이 'PEAK 학습 환경'을 조성해 획일적인 수업 방식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펼치고 있다. 기존의 교육제도는 앞으로 펼쳐질 세상에 더는 유용하지 않다. 아이들을 더 나은 미래로 이끌기 위해 지금 이야말로 학교에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서교육이 강조되어야 하고, 아이들에게 주입하는 교육 위주보다는 독서를 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출, 즉 OUT PUT중심의 교육이 되어야 한다. 이를 현장에서 묵묵히 실천하여 매월 아이들의 생각을 담은 학급신문을 만들어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가정에 보내어 학부모와 소통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학부모와의 소통이 중요한 이유는 아직도 학부모는 학교가 이야기하는 '교육공동체'라는 언어는 쉽게 체감하기 어렵다. 주도권은 항상 학교에 있고 학교가 결정한 것을 뒤따르는 관행이 오랫동안 진행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학교에서 자신의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학교가 학부모에게 전달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때 가능한 것이다.

 

이는 3월에 학부모님께 보낸 자료에서 엿볼 수 있다.



수업 시간에는 적극적인 경청과 참여로 아이들이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교과서를 미리 읽어오면 훨씬 더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습니다. 교과시간에 배운 내용의 이해를 바탕으로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는 아이들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질문과 토론은 아이들의 사고력을 키우는 자양제가 될 것입니다.

2주일에 한 번 모둠일기를 씁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나 주말에 겪었던 일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일을 모둠일기장에 기록합니다. 시, 수필, 일기, 소설, 그림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진솔한 글은 매월 학급신문이나 8월에 나올 학년문집에 글을 싣습니다.

글을 읽으면서 아이들의 생각과 마음을 엿볼 수 있고 그 표현 속에 치유의 힘이 자란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모둠일기는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살고 싶은 작은 소망이기도 합니다.

 

지금 교사들이 사방으로부터 우겨쌈을 당해 열성과 사기가 식어버린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학교가 학부모, 사회로부터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교사들의 사명에 가득찬 열정적 노력이 꼭 필요함을 잘 보여주는 좋은 선생님 사례라 생각된다.

 

지금 세상이 어려운 것은 학자들이 제대로 공부 안 한 탓이라고 말씀하신 분도 있지만 교직 스스로를 소중하게 여기고 마치 신자가 미사에 들어가는 심정으로 강의실에 들어가는 자세를 갖춘 선생님의 마음에 깊은 경의를 표하고 싶다.



김광섭 교육칼럼니스트 ggs195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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