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법률] 청소년 범죄에 대한 형사사건 절차

2024.08.06 10:00:00

 

학생들에게 학교폭력예방교육을 하다 보면 “저 미성년자인데도 범죄를 저지르면 감옥에 가나요?”와 같은 질문을 특히 많이 받는다. 학교 법률자문 과정에서도 “우리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 범죄에 연루되었는데 어떻게 되는 건가요?”라는 문의가 자주 있는 것을 보면, 이런 청소년 범죄에 대한 형사사건 절차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 같다.


성인들의 범죄에 대해서는 언론을 통해 자주 보도되니 ‘수사를 통해 구속되어 재판을 거쳐 처벌받는다’라는 피상적인 인식들은 가지고 있는데, 청소년 범죄에 대해서는 ‘촉법소년’, ‘소년법’과 같은 단어들은 익숙하지만, 막상 전체적인 흐름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범법소년, 촉법소년, 범죄소년
「형법」은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형법」 제9조). 따라서 만 14세 미만은 어떤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형사처벌(사형·징역·금고·벌금 등)을 면한다. 그렇다고 만 14세 미만에게 아무런 제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소년법」은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을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하도록 하고 있다(「소년법」 제4조 제1항 제2호). 결국 10세만 넘으면 보호처분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 범법소년
그러나 10세 미만의 자는 형사처벌과 보호사건 처리 모두가 불가능한데, 이런 소년을 ‘범법소년’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초등학교 4학년 재학 중 만 10세가 되므로, 초등학교 4학년이 안 된 학생이라면 어떤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수사의 시작인 입건 자체가 불가능하다.

 

● 촉법소년
다음으로 14세 미만이라 형사처벌은 못 하지만 10세 이상이라 보호사건으로 심리할 수 있는 자는 ‘촉법소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중학교 1학년 재학 중에 만 14세가 되므로, 초등학교 4학년 무렵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가 촉법소년에 해당한다.

 

● 범죄소년
한편 「소년법」에서는 소년을 19세 미만인 자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소년법」 제2조). 14세가 넘어 형사처벌이 가능하더라도 검사의 판단에 따라 소년부의 보호사건으로 심리될 수 있고, 심각한 수준의 범죄가 아니라면 이렇게 처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14세 이상 19세 미만에 해당하는 자를 ‘범죄소년’이라고 한다. 보통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나이가 만 19세이므로, 중학교 1학년 무렵부터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가 범죄소년에 해당하게 된다.

 

소년분류심사원 입원
사건에 대한 조사과정을 거친 촉법소년과 범죄소년은 법원에서 재판에 출석하라는 통지를 받는다. 소년과 보호자가 함께 소년법원에 참석하면서 ‘잘 다녀오면 되겠지’라고 생각할 텐데, 매우 놀랍고 급작스럽게 상당한 기간 이별해야 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판사가 소년분류심사원 위탁을 결정하는 경우다. 성인으로 치자면 재판이 진행되기 전에 구속되는 것과 비슷하다.


소년분류심사원은 법원에서 최종적인 보호처분을 내리기 전에 소년의 가정환경이나 품행, 재범의 가능성 등을 조사하는 기관이다. 성인 범죄자의 경우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를 막기 위해 구속이 이루어진다면, 소년분류심사원 위탁은 교정을 목적으로 하는 소년 사건 절차에 따른 것이므로 구속보다 넓은 재량이 있어 쉽게 내려지는 편이다.


법정에서 위탁 결정이 내려지면 돌발적인 행동 방지를 위해 수갑을 차고, 포승줄로 묶인 채 호송버스에 올라 소년분류심사원에 가게 된다. 소년분류심사원에서는 오전 6시 30분 기상해서 저녁 9시 취침까지 각종 교육과 심리치료 프로그램 등의 일정이 짜여 있다. 입원한 소년은 각종 규칙의 준수와 단체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되기 마련이다. 여기에서의 생활태도는 판사에게 보고서로 제출되며, 소년의 최종적인 처분에 대한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이러한 소년분류심사원 위탁기간은 1개월을 초과하지 못하지만, 특별한 경우 한번 연장할 수 있다(「소년법」 제18조 제3항). 따라서 짧게는 2주부터 길게는 8주까지 생활하게 된다.


학교에 재학하던 학생이 소년분류심사원에 입원한 경우에는 그 수용기간을 학교의 수업일수로 계산한다(「보호소년 등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31조 제2항). 즉 출석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촉법소년에 대한 보호처분
‘촉법소년의 나이를 낮춰야 한다’라는 주장을 자주 듣는다. 현재 14세 미만으로 되어 있는 「형법」 규정을 고쳐 13세 또는 그 이하의 나이로 바꾸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일반에게 잘못 알려져 ‘촉법소년에게는 아무런 것도 할 수 없다’는 식의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소년법」은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촉법소년에 대한 다양한 보호처분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소년법」 제32조).

 

이러한 보호처분의 종류에서 보듯 10세 이상이라면 단기 소년원 송치, 12세 이상이라면 장기 소년원 송치가 가능하므로, 우리 법체계가 촉법소년들을 완전히 손 놓고 방치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또한 위 처분들은 종류에 따라 상호 간에 병합될 수 있고, 비행이 잦아 법원을 자주 방문하게 되는, 이른바 단골손님(?)들은 이렇게 다양한 처분들이 병합되는 것을 ‘종합선물 세트’라고 부른다.


그러나 일반 국민, 특히 해당 소년의 범죄에 의한 피해자 입장에서는 가해자가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게 되어 결과적으로 약한 처벌을 하게 되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촉법소년에 대한 보호처분은 전과에 남지도 않기에 장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소년법」 제32조 제6항).


이렇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촉법소년의 범죄에도 불구하고 그 나이를 하향하는 「형법」과 「소년법」 개정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대부분 언론에서 크게 보도하는 사건들을 위주로 접하게 되지만, 일반적인 촉법소년들이 일으키는 범죄 대부분은 중하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소년들이 구치소에 수용되어 성인과 섞이게 되면 새로운 범죄를 습득할 수도 있고, 보호처분이 아닌 집행유예 판결 등이 있을 때는 막상 소년에게 아무런 교훈도 주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이런 풀기 어려운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기 어려운듯하다.

 

범죄소년 사건의 특징
14세가 넘었으나 19세가 넘지 않은 범죄소년들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중학교 1학년 정도의 학생이 자신이 촉법소년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야 나이 계산을 잘못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일도 있었다.


범죄의 수위가 높아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단되거나, 이전에 다른 보호처분들이 있었던 경우, 성범죄 등의 사건이라면 검사의 판단에 따라 성인과 마찬가지의 일반 형사처벌 절차로 진행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19세 미만인 소년은 일반 형사절차로 진행되더라도 2년 이상의 형에 처하는 경우, 그 형의 범위에서 장기와 단기를 정하여 선고하되, 장기는 10년, 단기는 5년을 초과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소년법」 제60조 제1항). 


예를 들어 성인이라면 ‘징역 5년’ 이런 식으로 직관적인 이해가 가능하고 이게 우리에게도 익숙하겠지만, 소년이라면 ‘장기 5년 단기 3년’ 이런 식으로 다소 독특한 판결이 선고된다. 이때 소년이 수감되어 3년의 기간을 채웠다면, 이를 집행하는 기관의 장이 소년의 태도를 고려하여 검사의 지휘에 따라 형 집행을 종료시킬 수 있다(「소년법」 제60조 제4항). 참고로 법상 소년에게 적용될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은 징역 20년이다(「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4조).


한편 범죄소년 사건의 다수는 촉법소년과 마찬가지로 처리된다. 그러나 이를 심리한 소년법원의 판사가 그 과정에서 소년이 범한 범죄가 중하다고 생각되어 보호처분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되는 경우 일반 형사처벌 절차를 밟도록 검사에게 보낼 수도 있다(「소년법」 제7조 제1항, 제49조 제2항).


학교장 통고제도
이렇게 범죄를 저지른 촉법소년과 범죄소년 사건 대부분은 처음에는 경찰에 사건이 접수되어 시작된다. 그런데 경찰을 통하지 않고도 학교에서 사건이 발생하였음을 직접 법원에 통고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이를 ‘학교장 통고제도’라고 부르고, 「소년법」에서 근거한다(「소년법」 제4조 제3항).


학교에서 학생이 선생님을 때리는 행동을 하였다면, 이는 교육활동 침해에 해당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폭행죄와 같은 범죄에도 해당하게 된다. 이때 학생이 촉법소년이라도 10세만 넘는다면 앞에서 설명한 보호처분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막상 학교가 소속된 학생을 직접 경찰에 신고하거나 고소·고발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수사과정에서 학생이 입게 될 상처가 걱정되기도 하고, 수사에 관한 기록이 학생의 장래에 영향을 미치게 될지 우려스러울 수도 있다. 학교장 통고제도는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학생을 법원에 보내는 제도로 법원의 전문조사관은 조사나 상담을 통해 학생의 생활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러한 장점으로 교권문제에 대한 대책이라는 의견도 있다.


학교장 통고제도는 1963년 「소년법」에서부터 도입되었을 만큼 역사가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매우 생소한 느낌일 것이다. 실무상 잘 쓰이지도 못한다. 제도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교사가 학생에게 법원의 심판을 받게 한다는 것이 굉장한 부담이고, 해당 학생이나 보호자로서는 학교가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간 왜 제도가 활용되지 못했는지 점검하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이 필요하다.
 

박종민 전 서울동부교육지원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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