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청계산 자락 내곡중학교. 강남에 자리 잡은 학교지만 수려한 경관과 어울려 전원의 정취가 물씬하다. 이 학교에 요즘 고민이 하나 생겼다. 자꾸만 학생들이 몰려온다. 학급당 학생수가 30명대에 육박하는데도 오겠다는 학생들이 는다. 기존 교실로는 수요를 충당할 수 없어 모듈러교실에서 수업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해줘도 먹히지 않는다. 이제 개교한 지 갓 7년째를 맞는 학교인데 교육열 까다롭기로 소문난 강남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다.
이유가 뭘까? 먼저 내곡중은 전국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마을결합형학교다. 마을결합형학교란 학생과 지역주민이 하나의 교육공동체 속에서 어울리고, 지역(마을)의 인적·물적자원 및 콘텐츠를 적극 활용해 평생학습프로그램을 공동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학교 내에는 지역주민과 학생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동체 교육시설과 도서관 등이 설치되어 있다.
도서관 2층에는 ‘열린소통 도서관’이 들어서 각종 자료실과 자유열람실·다목적교실이 만들어지고, 3층은 ‘커뮤니티 & KID'S 도서관’으로 어린이 종합자료실과 시니어 & 다운카페, 토론방 등이 설치돼 각종 동아리와 학생모임 등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내곡중은 이미 학교와 마을이 하나가 되는 새로운 교육의 대표적 모델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교육 앞서가는 미래형 학교
이 학교는 또 미래세대 글로벌 리더 양성을 위한 다양한 변화와 도전을 멈추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내곡중은 디지털교육이 일상화된 학교다. 모든 수업이 디지털화돼 있다고 보면 딱 맞는 설명이다. 모든 학생에게 크롬북이 지급되고 수업부터 과제, 교사의 피드백까지 이뤄진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AI 디지털교과서 수업도 이미 준비 완료다.
내곡중의 디지털교육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몰려오던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부터 이미 가상현실(VR) 원격 실시간 교육플랫폼을 활용해 원격수업을 실시했다. 학교에 적용되는 가상현실(VR) 원격 실시간 교육플랫폼을 통해 아바타 기반 가상현실(VR) 가상모임 서비스를 수업에 활용했다.
이와 더불어 디지털수업 플랫폼을 교육과정에 들여와 사용하는 앞서가는 모습을 보였다. 전교생이 구글 클래스룸에 일괄 가입, 구글 클래스룸 활용 영상 탑재, 교과학습방·학생자치방·‘집콕’생활교육방·미디어리터러시 교육방 개설, 크롬북 대여, 구글 공유드라이브에 자료 공유, 구글 클래스룸 활용방법 교사연수 등을 추진하면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했다. 심지어 자유학기제 수업에서도 디지털기기와 AI를 활용한 수업이 진행됐다.
디지털역량이 뛰어난 학교로 소문이 나자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까지 내곡중을 찾는다. 버스를 대절해 학교를 찾아오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와 대만 등에서 교육당국 담당자들의 방문이 이어진다. 김학경 교장은 “그들 역시 디지털을 활용한 교육을 추구하고 있지만, 맘처럼 쉽지 않은 탓인지 부러움 반 호기심 반으로 찾아온다”면서 “디지털이 일상화된 우리학교 모습에 매우 놀라워한다”고 말했다.
‘지구를 지켜라’ 생태교육도 열심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은 또 있다. 내곡중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환경과 생명의 가치를 알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생태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교과와 연계하여 생태감수성을 함양시킬 수 있도록 하고, 교과융합 생태전환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은 환경위기 극복을 위한 살아있는 교육을 한다. 또 동아리활동을 통해 스스로 텃밭을 관리하고 수확한 작물을 급식으로 먹어보는 활동으로 이어진다. 학생들은 친환경 급식 실천을 통해 우리가 사는 환경과 생태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을 다진다.
학생 친화적 학교공간도 자랑이다. 이 학교에는 7개의 광장이 있다. 1층의 별마당과 만남광장, 2층의 아카데미 광장과 文·藝·香 광장, 3층의 내곡아고라와 Digital Contents 광장, 4층의 Arte 광장 등이 그것이다. 학생들에게 심신의 안정을 주는 것과 더불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꿈과 끼를 발산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공간이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학교가 민주주의와 문화를 꽃피우는 소중한 삶의 공간임을 체험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공간은 학생의 편의성과 안전을 고려하여 만들어졌다. 2층 중앙 나무계단(文·藝·香 광장)에서는 ‘꿈꾸는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3층 학생자치실 앞 공간(내곡아고라)에는 학생들의 자발적인 의견과 다양한 학생회 활동 결과물들이 게시된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개교 7년 만에 서울 강남·서초지역 손꼽히는 학교로 성장할 수 있었던 데에는 교사들의 열정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이 학교에는 자발성과 동료성을 기초로 모인 교원학습공동체가 활발하다. 학년별·교과별로 학습공동체가 운영되고 있는데 개수가 워낙 많다 보니 교사들조차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모를 정도다. 미래교육·IB교육·생태교육·인문학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학교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IB교육에 관심 있는 교사들은 배낭여행 하다시피 일본의 IB학교들을 방문해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했다.
이런 분위기는 학교가 처음 문을 열 때부터 만들어졌다. 누구 할 것 없이 보다 나은 수업을 위해 연구하고 노력한다. 박윤주 교감은 “교사들 각자가 수업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모든 교사가 365일 수업공개를 하는 등 어마어마한 노력을 기울인다”고 귀띔했다. 그는 “보여주기 위한 수업공개가 아니라 보다 나은 수업을 하려는 교사들의 자발적인 노력의 발로”라고 설명했다. 과학부장을 맡고 있는 장효순 교사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교사들의 노력이 아이들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거들었다.
열정 가득한 교사들 … 우리가 꿈꾸는 학교
학교분위기가 이쯤 되다보니 학부모들의 신뢰도 전폭적이다. 민원도 거의 없다시피 하다. 김 교장의 민원대응법도 독특하다. 한번은 학교급식에 대한 이런저런 민원이 있었다. 그는 해당 학부모를 학교로 초청해 학교급식으로 점심을 함께했다. 조리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음식을 식판에 담아 점심을 먹은 학부모는 그날 이후 민원을 제기하지 않았다.
학생자치활동이 활발한 내곡중은 학생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 교원평가 등에서 평균 4점 이상은 거뜬히 넘는다. 실제 교장실이 있는 복도 벽면에는 학생들이 A4용지 한 장에 한 글자씩 적은 감사들의 글이 붙어있다. 여기에는 “교장선생님 덕분에 배우는 즐거움, 나누는 삶, 성장하는 우리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란 내용이 적혀 있다.
지난 5월 스승의날,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붙여놓은 것이라고 했다. 김 교장은 “떼어내야 하는데…”라면서도 함박웃음을 지어 보였다. 김율리 교무부장은 “학생들 입에서는 ‘내곡이어서 너무 좋아요’라는 말이 스스럼없이 터져 나온다”며 “젊은 시절 꿈꿨던 교육을 실현하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 뿌듯할 때가 많다”고 고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