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1년여간 사이버도박 특별단속 결과 검거 전체 인원 중 절반 정도가 청소년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은 지난해 9월 25일부터 올해 10월 31일까지 전국 시·도청 사이버범죄수사대를 중심으로 사이버 도박 특별단속을 벌여 9971명을 검거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가운데 19세 미만 청소년은 4715(47.2%)명으로 나타났다. 도박사이트 운영자 등을 제외한 행위자를 기준으로는 4672명이다.
그동안 성인 고액·상습 도박자 위주로 단속하던 경찰은 청소년 도박이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대상을 미성년자로 확대했다. 그 결과 도박 행위자 기준으로 전년도 단속기간의 162명보다 27.8배 늘었다.
연령별로 보면 17세(1763명·38%)가 가장 많았고, 16세(1241명·26%), 18세(899명·19%), 15세(560명·12%), 14세(206명·4%) 순이다. 특히 16~17세가 63.7%에 달했다. 초등학생인 9세(1명), 12세(8명·0.2%), 13세(37명·0.8%)도 포함됐다.
청소년이 주로 하는 도박은 카지노(3893명·82.6%)로 이 가운데 바카라(3227명)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슬롯·블랙잭 등(666명)도 적지 않다. 스포츠 도박(535명·11%), 캐주얼게임(287명·6%)에 손을 댄 청소년도 있었다.
총금액은 37억 원으로 1인당 평균 78만 원이다. 16세 남학생 한 명이 최고 1억9000만 원을 걸고 바카라를 한 사례도 나왔다.
유인경로를 보면 호기심(42.7%)에 시작한 경우가 가장 많았다. 친구 소개(33.6%), 온·오프라인 광고(19.8%), 금전 욕심(3.9%) 등이 뒤를 이었다.
성별로는 남학생이 4595명으로 전체의 97.5%를 차지했다. 여학생은 120명이다.
경찰은 도박 청소년을 일선 서에 설치된 선도심사위원회에 회부해 범행 정도에 따라 훈방, 즉결심판 청구 또는 송치하고 있다. 이번 특별단속 기간 구속된 이는 없었다. 회복 기회를 주기 위해 입건 여부를 불문하고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등 전문상담기관과 연계한 치유 및 상담 서비스도 제공한다. 실제 검거 인원 중 37%가 전문상담기관으로 연계됐다.
경찰청은 청소년 도박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특별단속 기간을 내년 10월 31일까지 1년 연장하기로 했다. 사이버 수사관들로 구성된 ‘사이버 범죄 예방 강사’를 통해 학생 대상 도박 예방 교육도 강화할 예정이다.
조지호 경찰청장은 “연장된 특별단속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사이버·형사 기능을 불문하고 우수 공적자에게는 특진 등 포상할 방침”이라며 “사이버도박은 청소년의 신체적·정서적 발달을 저해하는 만큼 처음부터 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