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종식 경북교육감 “‌교육재정 어려워도 경북교육은 따뜻할 것”

2024.12.05 10:00:00

“2년 연속 세수결손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축 등 재정이 어렵지만, 학교운영비를 비롯 교육복지예산은 차질 없이 지원할 것입니다.”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허리띠를 졸라매서라도 교육에 대한 투자를 계속해 따뜻한 학교, 따뜻한 경북교육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내년에 도입되는 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해서는 “이미 확정된 2025년은 예정대로 시행하는 것에 찬성하지만, 2026년부터는 운영 결과를 봐가며 적용 과목과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고 속도조절론을 폈다.

 

「학생인권법」 제정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말로 우려를 표명했고, 교원정년연장 논의에 대해서도 일장일단이 있다며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955년생인 임 교육감은 1978년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그해    3월 영덕군 달산중학교 교사로 교직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학교현장에서 교사·교감·교장으로 20여 년, 경상북도교육청 등 교육행정기관에서 장학사·장학관·교육연수원장·교육정책국장으로 16여 년을 근무했다. 지난 2018년 6.13 전국지방동시선거에서 제17대 경북교육감으로 당선된 이후, 2022년 재선에 성공했다. 


최근 가장 뜨거운 이슈가 AI 디지털교과서(AIDT)입니다. 내년 3월 도입을 앞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는데 교육감님은 어떤 입장인지 궁금합니다.
“대전환 시기에 AIDT는 수업에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선도학교의 운영사례들을 보면 AI 코스웨어나 에듀테크 활용이 학생들의 성취감과 자기주도학습 능력 향상에 긍정적이고, 교사들은 목표도달도 등을 쉽게 알 수 있어 맞춤형 피드백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평가 등에 드는 시간이 줄어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다는 교사들도 많고요. 문제는 이러한 수업이 가능한 디지털 인프라 구축인데, 우리 경북교육청은 초등학교 3학년 이상 1인 1기기 보급과 무선망 구축을 100% 완료한 상태입니다.

 

또 22개 교육지원청에 테크센터를 구축해 학교의 디지털기기 및 네트워크 장애에 대응하고, 150명의 디지털 인프라 전담인력을 확보해 학교현장을 밀착 지원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2025학년도 수학·영어·정보 AIDT 현장 도입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여깁니다. 다만 2026학년도 적용 교과에 대해서는 2025학년도 3개 과목에 대해 2~3개월간 활용 상황을 봐 가며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2026년도 이후의 적용 과목은 적용 연도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부의 세수결손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소가 예상됩니다. 교육청은 물론 일선 학교들도 재정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요. 
“2년 연속 세수결손이 발생한데다 AIDT 도입과 늘봄학교의 확대, 학교복합시설 구축 등 다양한 재정 수요가 증가해 부담이 더욱 커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 어느 때 보다 재정상황이 어렵지만 학교기본운영비와 무상급식비·수학여행비·교육급여와 같은 교육복지예산은 차질 없이 지속적으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약 1,900억 원 규모의 교육시설환경개선기금을 투입할 생각이고요. 학생들에게 안정적이고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는 것만큼은 반드시 약속을 지키겠습니다.”

 

 

학령인구 감소 등 지역소멸 위기가 심각합니다. 경북은 도-농 이음교실 등 다양한 정책을 통해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성과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도-농 이음교실은 작은 학교의 공간과 환경을 큰 학교와 함께하는 사업으로 전국에서 처음 시행돼 올해 현재 총 23개 학교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자연친화적 환경 속에서 대면수업을 받는 등 장점이 많아 작은 학교를 살릴 수 있는 우수사례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작은학교 자유학구제는 주소 이전 없이 농산어촌 학교로 전입이 가능하도록 선택권을 주는 제도로, 179개교에 총 585명의 학생이 유입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올해부터는 시(市) 지역 내 과밀 초등학교에서 동일지역 소규모 초등학교로 일방향 전입학이 가능하도록 확대하고, 유입학생이 5명 이상인 경우 예산을 추가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늘봄학교는 올해 2학기부터 도내 모든 초등학교에서 실시하고 늘봄지원실장 등 지원인력을 배치,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라면 누구나 만족하는 경북형 돌봄교실이 운영되도록 하겠습니다.”

 

서이초 사건 이후 교권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학생인권법」 제정을 추진하는 등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교육감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교권과 학생인권이 대립관계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두 가지 모두 당연히 보호해야 하는 것이며, 어느 한쪽을 강조한다고 해서 반대쪽이 위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학생인권조례가 제정 취지와는 달리 ‘학생으로서의 내 권리’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교권붕괴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그런 가운데 ‘서울 서이초 사건’이 일어나면서 갈등이 점화된 것이죠.

 

이후 충남도의회와 서울시의회가 관련 조례를 폐지했고요. 그러자 야당이 「학생인권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습니다. 「학생인권법」은 학생인권조례의 한계를 극복하고 학생인권이 보편적 인권으로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데 방점을 둔 것이죠. 그러나 제 생각은 ‘학교’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시·도교육청 및 학교 여건에 따라 조례 또는 학교규칙 등으로 학생인권을 실현해 나가는 것이 보다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 여깁니다. 이미 「헌법」, 「교육기본법」, 「초·중등교육법」 등이 상위법으로 제정되어 있으므로 별도 법률로 제정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교사 친화적 경북 교권보호 … 교사들 악성민원 고통서 해방

 

교사들의 염원에도 불구하고 교권보호는 여전히 미완의 과제인 것 같습니다. 교육감께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요.
“경북의 교권보호는 다양하고 촘촘하면서 교사 친화적이라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먼저 교권보호에 대한 선생님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구미에 위치한 경북교육청연수원으로 교육활동보호센터를 이전 개소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초·중등센터장·교권전담장학사·변호사·주무관·전문상담사가 상시 근무하면서 교권침해상담, 법률상담 및 심리상담을 합니다. 또 긴급지원단과 법률지원단을 꾸려 자문 및 방문상담을 진행하고요. 교사들이 힘들어하는 민원응대는 각급학교에 민원대응팀을 구성하여 학교장 책임 하에 민원대응하도록 하고, 이를 넘어설 때는 교육지원청 통합민원팀이 이관받아 민원을 처리합니다.

 

피해교원 지원방안으로는 교원안심공제제도가 있습니다. 기간제교사 등 경북의 모든 교원이 가입되어 있는데, ▲배상책임 지원(최대 2억 원) ▲소송비용 지원(심급별 660만 원) ▲재산상 피해비용 지원(100만 원) ▲상해 치료비 지원(200만 원) 등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심리 소진 교원에 대해서는 전문상담사 상담을 통해 치료비용을 최대 100만 원까지 지원하고 있고요. 또 녹음전화기 설치 및 민원상담실 구축 등으로 교원들이 조금 더 안전한 환경에서 민원응대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외에 교원안심번호서비스를 통해 선생님들께서 원하지 않는 시간대에 모르는 번호로 오는 전화는 받을 필요가 없게 됐습니다.”

 

경북교육의 수장으로서 학교구성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여깁니다. 학생·학부모·교원들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는지요. 
“어느 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때 학생이 “학교가 더 따뜻해졌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던 순간이 떠오릅니다. 이 한마디는 제게 큰 울림을 주었어요. 모든 학생이 따뜻하고 행복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경북교육을 만들어 가야겠다는 다짐을 다시금 하게 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 현장소통토론회 등을 통해 각 교육지원청과 직속기관의 주요 업무를 보고받으며,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업무보고를 넘어 대화와 의견 교환을 통해 어떻게 하면 좀 더 학교현장을 지원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이죠.

 

또 젊은 교사들과 함께하는 교육(공)감 톡이란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경북교육 정책 100+ 토론회도 중요한 소통창구입니다. 매년 학생·교직원·학부모·지역 주민 등 다양한 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경북교육의 정책방향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펼치고 있습니다. SNS 소통도 활발해 ‘맛쿨멋쿨TV’를 통해 주요 행사를 생중계하고, 페이스북·인스타그램·카카오톡 제보 채널 등 다양한 경로로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특히 실시간으로 의견을 교환하며 경북교육 현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큰 도움이 됩니다.”

 

최근 정부와 사회 일각에서 정년연장 논의가 일고 있습니다. 현재 62세인 초·중등 교원의 정년을 더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해외의 교원정년은 국가별로 다르지만, 대체로 60세에서 65세 사이입니다. 미국·영국·독일 등 다수 국가는 65세를 정년으로 하고 있습니다. 교원의 정년연장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합니다.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고령화사회에서 교원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할 수 있고, 교원의 사기 진작과 교육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교원정년연장은 신규교원 채용을 어렵게 만들 수 있으며, 교원의 고령화로 교육현장의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처럼 교원의 정년연장은 장점과 단점을 지니고 있으며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이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교육적 측면을 중점으로 한 종합적인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문제입니다.

 

두레교사제 기초학력 부진학생 맞춤형 교육 

 

경북교육청은 직업계고 해외 우수유학생 유치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유학생들이 잘 적응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 배경에서 해외 유학생을 유치하게 됐는지, 현재 운영되고 있는 상황과 함께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해외 유학생 유치는 대학에서 많이 이뤄졌지만, 고등학교는 우리 경북이 처음입니다. 올해 태국 등 4개 나라에서 48명이 8개교에 나눠 입학하였으며, 내년에는 동일한 나라에서 70명이 입학할 예정입니다. 해외에 있는 우수한 학생들을 고등학교부터 한국어와 기술·기능을 가르쳐 우리 사회의 일꾼으로 만들고 함께 살아가며 정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목적에서 시행한 제도인데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경북은 예로부터 학문을 숭상해 온 선비의 고장입니다. 학생들의 학력신장에도 관심이 많으실 거 같습니다. 경북교육청만의 특색 있는 학력신장과 교육격차 해소 대책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우리 교육청은 기초학력보장 시행계획에 따라 체계적인 학력신장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먼저 두레교사제라는 것이 있는데요. 지난 2021년부터 기초학력이 부진한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시행한 제도입니다. 기초학력 부진학생 맞춤형교육을 담당하는 기초학력 전담교사 57명을 배치하였고, ‘1수업 2교사제’를 위해 147명의 협력교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학생들을 다중지원하기 위해 기초학력오름학교 136교, 두드림학교 364교, 선도학교 16교 등의 다지원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모든 교육지원청에 기초학력지원센터를 설치해 현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학습결손뿐만 아니라 심리·정서 및 사회성 결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도 지원합니다. 다문화학생 배움-채움프로그램, 탈북학생 맞춤형 멘토링,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 프로그램 등을 손꼽을 수 있습니다. 이외에 학생별 상황·특성에 따른 맞춤형 지원과 기초학력 전담교사 순회수업으로 읍·면·도서지역의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장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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