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면의 캔버스를 벗어나 입체적으로 살아 숨쉬는 작품들이 있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우리를 작품 속 세계로 단숨에 빠져들게 만드는 특별한 전시를 소개한다.
전시 <쿠푸왕의 피라미드 : 고대 이집트로의 여행>
기술과 예술을 통해 4500년 전으로 여행할 기회가 생겼다. 바로 전시 <쿠푸왕의 피라미드>에서다.
전시는 가상 현실 기술을 활용해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다. 세계 7대 불가사의로 꼽히는 기자의 대피라미드 앞에 서게 된다. '쿠푸의 피라미드'라고도 불리는 기자의 대피라미드는 높이 146m로, 이집트의 피라미드 중 가장 높은 피라미드다. 기원전 2500년대에 기자 평야를 지배했던 쿠푸 파라오가 잠들어있는 곳이다.
현재 쿠푸의 피라미드는 제한적으로 공개되어 있다. 그러나 관람을 통해서라면 내부를 샅샅이 돌아볼 수 있다.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공간까지 재현해두었기 때문. 관객은 45분간 피라미드 내부의 복도, 매장실을 탐험하게 된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모험 중에는 여왕의 방을 새롭게 발견해내고, 쿠푸 파라오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배에 올라 나일강을 항해하게 된다. 탐험은 피라미드 내부에서 그치지 않는다. 참가자들은 기자 평야를 비행하고, 대피라미드의 꼭지점까지 올라가 360도 전망을 감상하기도 한다.
체험이 더욱 생생한 이유는 철저한 고증 덕분이다. 하버드대학교 이집트학 전공 피터 데 마뉴엘리안 교수의 연구를 바탕으로 설계했다. 특히 기자 네크로폴리스의 전문가인 피터 교수와 하버드대 기자 프로젝트팀의 협업 아래, 건축적·과학적·역사적 데이터 검증을 통해 세계관을 구축했다.
최첨단 기술 역시 몰입도를 높인다. 프랑스 엑스큐리오사의 독보적인 기술은 300평에 달하는 넓은 공간에 가상 현실을 실감나게 펼쳐놓는다. 관람객들은 기기를 착용하고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고, 체험 중에도 다른 참가자들을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일반적으로 VR 체험에서 느껴지는 고립감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전시는 지난 2022년 6월 파리에서 첫 선을 보인 이래 전 세계에서 2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동원했다. 이제 한국 관람객도 고대 이집트로 떠나볼 시간이다.
3월 27일~9월 28일
용산전쟁기념관 특별전시실

<로봇드림: 백남준의 팩토리 아카이브>
미디어 아트의 새 장을 열어젖힌 예술의 거장 백남준. 그의 방대한 예술 세계를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전시 <로봇드림: 백남준의 팩토리 아카이브>는 1983년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작가의 작품 제작을 도왔던 수석 디자이너 마크 팻츠폴의 소장품을 모은 자리다. 전시에서는 백남준 작품 제작에 쓰인 연구 스케치, 설치 도면, 사진을 오려 만든 목업, 사진과 영상 등 다양한 형태의 기록물을 만나볼 수 있다.
마크 팻츠폴은 미국의 거장 판화가다. 그는 1981년에 미국 신시내티시에 '클레이 스트릿 프레스'라는 판화 공방 겸 화랑을 열고 수백 명의 미술가와 작업했다. 그곳을 찾은 대표적인 작가가 바로 백남준이다. 팻츠폴은 1983년 판화로 백남준과 첫 작업을 시작한 이래, TV와 비디오로 구성된 1986년 연작 <로봇 가족(Family of Robot)>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조력했다. 백남준의 위대한 작품이 탄생하던 순간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본 셈이다.
전시장은 관람객을 당시의 공방으로 데려간다. '백남준 팩토리' 섹션에서는 백남준의 대표적인 로봇 조각이 제작된 전성기 기록을 만나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팩토리의 연대기, 주요 전시 포스터, 공공 프로젝트 자료 등을 통해 백남준과 마크 팻츠폴의 협업 역사를 조명한다. 이는 곧 백남준 미디어 조각의 황금기를 의미한다.
이어지는 '백남준과 마크 팻츠폴 판화 공방' 섹션에서는 백남준이 마크 팻츠폴의 판화 공방에서 작업한 판화를 선보인다. 항상 예술과 대중의 소통을 고민했던 작가가 판화를 매개로 시도했던 실험과 메시지를 살펴볼 수 있다.
3월 5일~4월 27일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2관